[아시아는 지금] 네이마르의 부재 메운 알도사리, 사우디 대표팀에는 오히려 천만다행이었다… 경기감각 확보 어려운 사우디의 사정

김정용 기자 2024. 1. 10.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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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렘 알도사리(사우디아라비아).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사우디아라비아 대표팀이 카타르 아시안컵을 앞두고 가장 골머리를 앓는 건 월드스타들에게 밀려 경기감각을 잃어버린 자국 대표 선수들의 컨디션이다.


10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바로 남쪽에 위치한 알와크라의 사우드 빈 압둘라흐만 스타디움에서 국가대표 친선경기를 가진 사우디와 팔레스타인이 0-0 무승부를 거뒀다.


사우디는 이번 대회를 벼락치기로 준비하고 있다.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승국 아르헨티나를 유일하게 꺾으며 파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결국 조별리그를 통과하진 못했다. 지난해 8월 이탈리아 대표팀을 맡고 있던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에게 파격적인 연봉을 제시해 급하게 선임했다.


월드컵을 앞둔 평가전은 한국처럼 적게 갖는 나라가 1회, 많이 갖는 나라가 3회 정도인데 사우디는 3회에 해당한다. 특이한 건 인근 국가에서 훈련캠프를 차렸던 많은 나라들과 달리 사우디는 처음부터 도하 인간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알와크라를 캠프 삼아 지난 4일 레바논을 1-0으로 꺾었다. 더 특이한 건 10일 팔레스타인전에 이어 11일 홍콩전까지 A매치를 2일 연속 치른다는 것이다. 본선 참가 멤버 거의 전원에게 풀타임에 가까운 출장기회를 주면서 컨디션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계획으로 보인다. 자국리그에서 워낙 못 뛴 선수가 많아 한 번이라도 더 경기를 치러야 한다.


약체 팔레스타인과 무승부에 그쳤지만, 주포 살렘 알도사리가 후반 52분 퇴장 당한 타격이 컸다. 본선 F조에 함께 편성된 오만, 키르기스스탄, 태국 사이에서 16강 진출에 실패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사우디 대표팀의 고민거리는 역설적으로 자국 프로리그가 너무 잘나간다는 점이었다. 사우디 프로리그는 알아흘리 등 4개 명문 구단을 중심으로 사우디 국부펀드(PIF)의 투자를 받아 세계적인 스타 플레이어를 대거 유치했다. 이를 위해 구단별 외국인 보유한도를 8명으로 확대했다. 그리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나스르), 네이마르(알힐랄), 카림 벤제마(알이티하드) 등 세계 최고 선수들이 대거 모여들었다. 이들의 자리만큼 자국 선수의 출장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거꾸로 말하면 외국인 선수들 사이에서 살아남은 자국 선수들이 더욱 소중하고, 이들은 월드클래스 동료와 공을 차는 경험으로 얼마나 성장했을지 가늠하기 힘들어진다는 말도 된다.


알도사리가 대표적이다. 알도사리가 꾸준하게 출장할 수 있었던 건 행운 덕분이었다. 소속팀 알힐랄은 17승 2무로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다. 알도사리는 9골 2도움으로 활약하며 알렉산다르 미트로비치, 마우콩, 세르게이 밀린코비치사비치 등의 동료들과 함께 공격을 이끈다.


원래 알도사리의 자리는 네이마르가 차지할 예정이었다. 아무리 사우디 대표팀의 스타라 해도, 세계 최고라 할 수 있는 네이마르를 밀어내는 건 불가능했다. 그런데 네이마르가 알힐랄 소속으로 단 3경기만 소화하고 장기부상으로 이탈해 있다. 알도사리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네이마르 못지않게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한 것이다.


심지어 알도사리는 알힐랄의 모든 선수를 통틀어 출장시간 1위다. 알도사리를 비롯해 미드필더 모하메드칸노, 라이트백 사우드 압둘하미드 등 알힐랄 소속 선수들은 대표팀 내에서도 입지가 탄탄하다.


알도사리는 A매치 통산 79경기 22골을 기록했고, 카타르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와 멕시코 상대로 각각 득점해 전세계를 상대로 강한 인상을 남겼던 선수다. 이번 대회에서도 카타르의 핵심으로 꼽힌다.


로베르토 만치니 사우디아라비아 감독,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왼쪽부터). 게티이미지코리아
로베르토 만치니 이탈리아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하지만 모든 포지션에서 꾸준한 출장을 보장할 수는 없는 노릇인데, 최소한의 경기감각 유지가 필수인 골키퍼 같은 경우에는 문제가 크다. 카타르 월드컵의 영웅 중 한명이었던 기존 골키퍼 모하메드 알오와이스는 지난해 9월 한국과 평가전을 가질 때까지만 해도 감각이 괜찮았다. 하지만 알아흘리 소속 알오와이스는 모로코 대표팀의 스타 야신 부누에게 밀려 이번 시즌 1분도 뛰지 못했다. 그 와중에도 국가대표 경기만 뛰면서 감각을 유지하려 노력했지만 결국 아시안컵 최종명단에서는 하차했다. 만치니 감독은 골키퍼 스타가 없는 팀 알나스르의 나와프 알아키디를 주전으로 낙점한 듯 보인다. 알아키디의 경기력은 알나스르의 '구멍'으로 꼽힐 정도지만 현재 사우디에서는 차선책이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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