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30년 이상 주택,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 다주택자 규제 바꿀 것"(종합)

배경환 2024. 1. 1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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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민생토론회'… 물가 이어 이번엔 주거 현안 점검
1기 신도시 찾아 정비사업 규제 철폐 약속… "확 풀겠다"
다주택자 규제 개혁 예고… 尹 "징벌적 과세 잘못된 것"
전 정부 규제 기조 지적하며 "재산권 가로막아 한심한 상황"

윤석열 대통령은 10일 "30년 이상 노후화된 주택은 안전진단 없이 바로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통한 주택공급 확대를 예고했다. 지난 정부에서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에 과도한 규제를 적용해 공급난이 발생한 만큼, 이를 풀어 시장 정상화에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다주택자 규제 철폐'도 약속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가 임차인에게 돌아간다는 판단으로, 이들의 부담을 덜어 임대 시장에서의 공급난을 해결하겠다는 얘기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경기도 고양시 아람누리에서 '국민이 바라는 주택'을 주제로 두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열고 "우리 정부는 재개발·재건축 규제 확 풀어버리겠다"며 이같은 정부의 새해 주거 정책 방향을 공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고양아람누리에서 '국민이 바라는 주택'을 주제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이번 토론회는 지난주 '물가 관리' 현장 점검에 이어 주요 민생 현안 중 하나인 '집 문제'에 대한 국민 목소리를 듣고 관계부처가 칸막이 없이 해결 방안을 찾고자 마련됐다. 토론회에 앞서 윤 대통령은 백송마을 5단지를 방문해 지하 주차장·세대 내부를 점검한 뒤 "노후화된 1기 신도시의 신속한 재건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백송마을 5단지는 일산 신도시 내 최초 준공단지로 올해 33년 된 노후 아파트다.

윤 대통령의 현장 방문은 노후화된 1기 신도시의 정주 환경을 직접 살펴보고, 지난해 12월 제정된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1기 신도시 특별법)’ 시행에 앞서 주민이 원하는 노후계획도시 정비 방향을 청취하기 위해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입주자 대표회의, 재건축추진위원회 대표 등 주민들과 함께 지하 주차장을 방문해 주차 공간 부족, 천장 마감재 떨어짐 등 노후화를 확인했다. 또한 세대 내부를 직접 방문해 누수, 내부 균열 등 문제를 살펴본 후 "노후화로 인한 생활 불편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토론회에서는 규제 철폐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30년 이상 된 노후 주택은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 착수하게끔 하겠다"며 "이곳 일산을 비롯한 노후 계획도시를 국민들 누구나가 살고 싶은 도시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한 지원책으로는 ▲미래도시펀드 조성 ▲안전진단 면제 ▲최대 500%까지 용적률 상향 ▲공공이주단지 우선 조성 등을 내걸었다.

지난 정부의 과도한 시장 규제에 대해서는 "국가적으로 볼 때는 주민들이 집합적인 자신의 재산권을 행사하겠다는데 그것을 가로막는다면 정부도 한심한 상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집값 상승을 우려해 정비사업 규제를 강화한 결과, 국민들이 더 안전하지 못한 주거 환경에서 살게 됐다는 게 윤 대통령의 판단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국민들의 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재개발·재건축에서 정치나 이념에서 해방해 정상적인 경제 원리가 작동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라고 부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고양아람누리에서 '국민이 바라는 주택'을 주제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다주택자에 대한 중복 규제에 대해서는 "완전히 바꿀 것"이라고 예고했다. 윤 대통령은 "임대주택이라는 건 당연히 다주택자 주택에서 나오는 것인데 주택 여러 채 보유했다고 해서 징벌적인 과세 하게 되면 그게 약자인 임차인에게 전가된다"며 "다주택자를 부도덕한 사람이라고 해서 징벌적 과세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고, 그 피해는 서민들이 다 입게 된다"고 우려했다.

1기 신도시 등 노후 정비사업장에 대한 규제 철폐 및 지원 의지는 윤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수차례 강조했던 사안이다. 일정 규모 이상 택지에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를 완화하고 용적률을 상향해 정비사업 속도를 높이겠다며 내놓은 '1기 신도시 특별법' 카드가 대표적이다. 취임 후에도 윤 대통령은 "1기 신도시 재건축 시범지구에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라"고 당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지시한 바 있다.

이같은 정책 기조는 올해 신년사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윤 대통령은 "국민이 새집을 찾아 도시 외곽으로 나가지 않도록 도시 내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며 도심 내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지난달 주택 공급 현장 간담회에서는 "사업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도록 재개발·재건축사업 절차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공급 확대와 규제 완화를 동시에 추진해 시장 안정화를 꾀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시장에서의 반응도 확인된다. 정부 기조에 맞춰 지난 5년간 65건에 불과했던 안전진단 통과 건수는 크게 늘었다. 지난해에만 163건이 통과한 것으로, 연평균 2만8000가구에 불과했던 정비구역 지정 역시 지난해 6만2000가구로 2배 넘게 증가했다. 이날 정부가 내놓은 규제 개혁 방향을 그대로 담고 있는 노후 계획도시 특별법은 지난달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 오는 4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정부의 새해 국정기조인 '움직이는 정부'에 따라 "국민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속도감 있는 정책 추진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국토부가 내놓은 안전진단 없는 재건축 추진, 재개발 노후도 요건 완화, 신축 소형주택 공급시 세부담 완화, 민간참여 확대 통해 공공주택 14만가구 공급 등 세부책의 면밀하고 신속한 지원을 재차 당부한 대목으로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에도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고 과감히 규제 개혁에 나서달라"고 지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경기도 고양 일산동구 백송마을 5단지를 방문해 아파트 지하주차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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