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된 아파트,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신축 소형주택엔 세제 혜택

백민정 2024. 1. 10.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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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의 모습. 뉴스1

앞으로 준공 30년이 넘은 노후 주택은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게 된다. 주택 재개발을 위한 노후도 요건도 대폭 완화한다. 일부 사업성이 좋은 단지는 최대 5∼6년가량 사업기간을 단축할 수 있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10일 경기 고양시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두 번째 민생 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 경기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아울러 도심 내 1~2인 가구를 위한 도시형생활주택ㆍ오피스텔 공급을 확대하고, 향후 2년 간 신축 소형 주택을 처음 구입하면 취득세ㆍ양도세ㆍ종부세 산정 시 주택 수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를 자유로운 재산권 행사 측면에서 정치와 이념에서 해방시키고 시장 원리에 따라 작동되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다주택자 중과세에 대해서도 “다주택자들이 집값을 올리는 부도덕한 사람이라고(하면서) 징벌적 과세를 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임대주택은 당연히 다주택자의 주택에서 나오는 것인데, 여러 채의 주택을 보유해 부도덕하다고 징벌적 과세를 하면 약자인 임차인에게 조세가 전가된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강한 어조로 왜곡된 주택 시장을 언급한 건 정권 초부터 규제 지역 해제 등 전임 정부가 묶어 놓은 부동산 규제를 정상화해왔음에도 시장엔 여전히 풀어야 할 규제가 많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다. 이에 따라 국토부가 내놓은 대책엔 시장에서 당장 호응할만한 수요 진작책이 대거 포함됐다. 최근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는 등 부동산 시장이 급속히 냉각되는 상황에서 시장 경착륙을 막고 ‘충분한 주택 공급을 하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전달하려는 의도도 담겼다는 평가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재건축 재개발은 지금까지 규제의 대상이었다면 앞으로는 지원의 대상으로 모드를 전환하겠다”며 “도심 내에 다양한 주택이 공급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지원도 강화해 건설 산업에도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도 세제 혜택 등 실수요자의 체감이 큰 내용이 담긴 만큼 위축된 시장에 일부 숨통이 트일 거란 기대감이 나온다.

우선 도심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재건축ㆍ재개발 사업 착수 요건을 대폭 완화한 게 눈에 띈다. 재건축의 경우 사업 초기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던 안전진단 의무 요건이 사실상 사라진다. 현재는 안전진단 D~E등급을 받아야 재건축 추진위원회나 조합을 만드는 등 정식 재건축 절차에 착수할 수 있었지만, 앞으론 준공 30년이 넘으면 바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안전진단은 사업시행인가 전까지만 통과하면 된다. 정부는 이럴 경우 재건축 기간이 최대 3년 단축될 것으로 본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1일 서울 중랑구의 소규모주택정비 관리지역인 모아타운 사업지에서 열린 지역주민들과의 도심 주택공급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토부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30년을 넘긴 아파트는 173만 가구(2022년 기준)다. 전체 아파트 1195만 가구 중 15%가 재건축 착수 대상이 되는 셈이다.

재개발 규제 역시 완화된다. 현재는 30년 이상 건축물이 전체 3분의 2(66.6%)를 충족해야 사업에 착수할 수 있었지만, 앞으론 노후 주택이 60% 정도만 돼도 재개발이 가능해진다. 또 주변에 신축 빌라가 있으면 재개발 추진이 불가능했던 지역도 일부 허용 범위 내에서 사업 추진을 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정부는 재개발ㆍ재건축 규제 완화로 올해부터 2027년까지 4년간 전국 95만 가구가 정비사업에 착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건축 75만 가구(수도권 55만 가구ㆍ지방 20만 가구), 재개발 20만 가구(수도권 14만 가구ㆍ지방 6만 가구)다. 박 장관은 “이렇게 되면 윤석열 대통령 임기 내에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이 당초보다 3배 정도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1기 신도시 특별법’(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후속 절차도 빠르게 진행한다. 특별법은 안전진단 면제, 최대 용적률 500% 적용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당초 연내 1기 신도시(일산ㆍ분당ㆍ평촌ㆍ산본ㆍ중동)별로 선도지구(시범단지)를 각 1곳씩 지정할 방침이었는데, 2~3곳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민동의절차가 상당히 진행된 단지가 꽤 있어 전세시장 상황을 보면서 선도지구 추가 지정을 할 계획”이라며 “현 정부 임기 내 착공에 들어가 2030년 첫 입주가 목표”라고 설명했다. 12조원 규모의 ‘미래도시 펀드’를 조성해 1기 신도시 재정비 자금 조달도 지원한다.

서울 은평구 한 빌라촌 인근 부동산에 붙은 빌라 전월세 안내문. 연합뉴스

정부는 1~2인 가구 증가 등 다변화되는 주택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소형 주택 위주의 공급 대책도 내놨다. 그간 도시형생활주택에 적용해온 가구 수(300가구 미만), 방 설치 제한을 폐지해 소형 주택을 손쉽게 짓게 할 계획이다. 오피스텔에 금지되던 발코니 설치도 전면 허용한다.

또 향후 2년간 준공되는 신축 소형 주택(60㎡ 이하, 수도권 6억ㆍ지방 3억 이하, 아파트 제외)을 최초 구입하면 취득세,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산정 시 주택 수에서 제외해 구입 부담을 낮추기로 했다. 다가구주택, 도시형생활주택, 주거용 오피스텔이 여기에 해당한다. 즉 기존 1주택자가 소형 오피스텔을 추가로 구입해도 1주택자 기준의 취득세, 양도세, 종부세만 내면 된다는 의미다.

기축 소형 주택을 구입해 임대등록하는 경우에도 세제 산정 시 주택 수에서 제외할 예정이다. 2020년 8월 폐지된 단기 등록임대 사업을 다시 부활시켜 소형 임대주택 공급 활성화를 꾀한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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