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청으로 인공와우 이식 아동 “교육·직업 수준 일반인과 비슷”
이른 시기 난청 진단, 적절 치료 중요
태어날 때부터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고도난청 아동도 ‘인공와우’ 이식을 받으면 어른이 됐을 때 교육과 직업 수준이 비난청인과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교 진학률은 100%, 대학 진학률은 75%였으며 직업을 가진 비율도 62%로 나타나 정상 청력을 가진 일반인과 유사했다.
인공와우 이식은 달팽이관 안에 전극을 넣고 청신경을 자극해 소리를 듣게 해주는 청각재활 방법이다.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박홍주·강우석 교수팀은 2000~2007년 인공와우 이식 수술을 받은 소아 환자(현재 평균 나이 22.4세) 71명을 대상으로 학교 진학 및 취업 비율을 조사했다.
인공와우 이식의 기대 효과는 듣는 게 가능해짐으로써 언어를 배우고 의사 소통이 원활해지며 궁극적으로는 적절한 교육과 직업 활동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하지만 인공와우 수술을 받고 성인이 됐을 때의 교육 및 직업 수준은 수술 후 20년 이상 지나야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도 관련 보고가 거의 없다.
연구팀은 7세 이전에 인공와우 이식을 받은 양측 청각장애 아동 71명의 최근 교육 및 직업 현황과 단어 인식 점수(WRS)를 분석했다. 수술 당시 연령은 평균 3.9세였다.
분석 결과, 대상자 모두 고교를 졸업했거나 그와 동등한 교육 자격을 취득한 상태로 확인됐다. 대학 진학률은 74.6%로 일반인(70.4%, 2020년 한국 고교 졸업자 대학 진학률)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적절한 교육을 마치기 위해서는 청각재활을 통한 충분한 음성 인식 능력이 필수다. 이번 연구 결과로 비춰 봤을 때, 좋은 음성 인식 능력은 고교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대학에 입학하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시사한다.
현재 대학에 재학 중인 30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41명 중 26명(62%)은 다양한 직업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일반 대학원생의 고용률 65.1%(2020년 12월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데이터)와 유사한 수준이다.
취업한 이들 대부분(26명 중 21명, 81%)은 직업 훈련 기관을 통하거나 장애인 특별 채용 정책을 통해 고용된 것으로 추가 확인됐다.
단어 인식 점수(WRS)에서는 일반 고교 졸업자가 특수교육 고교에 재학 중인 대상자보다 높은 점수를 보였다. 대학에 진학한 대상자도 그렇지 않은 대상자보다 단어 인식 점수가 유의미하게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와우 이식 수술 후 언어 인지 능력이 고등 교육을 받을 기회를 얻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홍주 교수는 10일 “이번 연구는 동반된 인지 장애 및 내이(속귀) 기형이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다 보니 결과가 상대적으로 좋은 면이 있다. 하지만 이는 헌신적인 가족의 지원, 건강보험을 통한 인공와우 수술비 지원, 교육 및 구직 활동에서 정부와 사회의 배려가 종합적으로 반영돼 나온 결과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난청인 삶의 질을 비난청인과 유사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교육과 구직 과정에서 청각장애를 가진 환아에 대해 보다 구체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예를 들어 정부에서 교육기관과 기업체에 장애인 고용이 일정 부분 유지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우석 교수는 “인공와우 이식은 수술 전 충분한 검사를 통해 귀 내부 구조를 자세히 확인하고 숙련된 의료진에게 수술을 받으면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이 거의 없다. 우수한 이식 결과를 위해서는 이른 시기에 난청 여부를 확인하고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인공와우 이식 후 장기간 소아 발달 상황과 교육, 직업 활동을 확인한 점에서 의의가 크다. 연구 결과는 미국 이비인후과학회 학술지 ‘이비인후과-두경부수술 저널(Otolaryngology-Head and Neck Surgery Journal)’ 최근호에 발표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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