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에도 FA 이적… 사자굴로 간 임창민

김효경 2024. 1. 10.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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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FA 계약한 투수 임창민. 사진 삼성 라이온즈

우리 나이 마흔. 불혹의 투수 임창민이 사자굴로 걸어들어갔다. 여러 팀의 러브콜을 받았지만 삼성 라이온즈의 명가 재건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삼성은 지난 5일 임창민과 2년 총액 8억원에 FA 계약을 맺었다. 임창민은 이번 FA 시장에서 물밑 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선수였다. 나이는 많지만, 불펜 강화를 원하는 팀들이 영입전에 나섰다. 프로 생활 16년만에 처음 FA 자격을 얻은 임창민은 삼성을 선택했다.

처음부터 임창민이 삼성에 가려던 건 아니었다. 임창민은 "FA 때는 협상용 카드를 던지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삼성에서는 좋은 조건을 한 번에 제시하고 계속해서 '오라'는 메시지를 줬다. '왜 그렇게까지 나를 원할까. 그럴 필요가 없는데'라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삼성 팬들도 너무 반겨주셨다. 내가 그렇게 관심받을 선수도 아닌데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자신을 낮췄지만, 임창민은 지난 시즌 리그에서 손꼽히는 구원투수였다. 51경기에 등판해 2승 2패 26세이브 평균자책점 2.51을 기록했다. KBO리그 역대 20번째로 통산 100세이브 고지도 밟았다. 빠른 공 최고 구속(시속 146㎞)은 약간 떨어졌지만, 평균 구속은 2~3년 전과 별반 다르지 않은 142㎞를 유지했다. 철저한 자기 관리 덕분이었다.

임창민은 2008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 입단해 2012년 NC로 이적해 꽃을 피웠다. 2022년 두산 베어스를 거쳐 10년 만에 돌아왔지만 1년 만에 떠나게 됐다. 임창민은 "지난 1년 동안 즐거웠고, 특별한 기분을 느꼈다. 키움 팬들이 잘 대해주셨고, 축하도 해주셨는데 미안하고 고맙다"고 했다.

임창민의 삼성행은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계약하기 전부터 대구에서 개인 훈련을 해왔기 때문이다. 임창민은 "NC 다이노스 시절 함께했던 정연창 트레이닝 코치가 대구에 있어서 같이 훈련했다. 내 몸 상태를 너무 잘 아는 분이고, 지난해도 같이 훈련해서 좋은 성적을 냈다"고 말했다. 정 코치가 삼성 총괄 트레이닝 코치로 선임되면서 두 사람은 한솥밥을 먹게 됐다.

임창민은 "40대 선수가 FA로 잔류하는 경우는 많아도 이적은 흔치 않다. 팀은 여러 번 옮겨봤지만, 직장을 옮기는 거니까 부담이 없진 않다"고 했다. 이어 "삼성에 아는 선수들은 많지만 내성적인 성격이라 '첫 인상을 어떻게 줘야 하나'란 부담도 있다. 그래도 내가 믿는 코치님이 있어 괜찮을 것 같다"고 했다.

등번호는 그대로 NC 시절부터 사용한 45번을 그대로 쓴다. 삼성에서 45번을 쓰던 후배 이재익이 양보해줬다. 임창민은 "재익이에게 용돈을 줘야 할 것 같다"고 웃었다. 임창민은 "아내는 서울에 머물고, 나만 대구로 온다. 왔다갔다 하면 된다"고 했다.

삼성은 지난 시즌 불펜 평균자책점 5.16으로 리그 최하위였다. 역전패(38경기)도 가장 많았다. 불펜 강화가 절실했다. 그래서 KT 위즈 마무리 김재윤과 키움 마무리 임창민을 FA로 영입했다. 기존 삼성 마무리였던 오승환 역시 재계약 가능성이 높다.

오승환은 통산 400세이브를 거뒀고, 김재윤은 169세이브를 올렸다. 122세이브를 기록한 임창민까지 합류하면서 671세이브 트리오가 탄생했다. "마무리 욕심이 없다"고 한 임창민은 "나는 부담이 없다. 내 성적보다는 팀이 성적을 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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