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법인이 임차한 주택 '임원'이 대항요건 갖춰도 갱신요구 못해"
중소기업인 법인이 임차한 주택에 '직원'이 아닌 회사 대표이사나 사내이사 등 '임원'이 거주하며 전입신고를 마쳤더라도 주택임대차보호법(이하 주택임대차법)에 따른 대항력을 인정받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예외적으로 중소기업인 법인의 직원이 전입신고를 마치고 거주할 때 법인의 임차권에 대항력을 인정해주는 제도의 취지와 법의 체계적인 해석상 회사의 직원이 아닌 임원이 거주하는 경우까지 확장해서 적용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부동산 매매·임대 회사인 A사가 B사를 상대로 제기한 건물인도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B사는 A사가 소유한 서울 용산구의 아파트를 보증금 2억원, 월세 1500만원에 2019년 12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임차하는 주택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이 아파트에는 B사의 대표이사 C씨가 전입신고를 마치고 실제 거주했다.
계약기간 만료를 두 달여 앞둔 2021년 9월 29일 A사는 B사에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는 계약갱신 거절의 의사를 표시했고, C씨는 계약갱신 요구권을 행사했다.
계약갱신 요구권은 주택임대차법상 대항력을 갖췄음을 전제로 임차인에게 보장되는 권리로,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의 기간에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요구하면 임대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절하지 못하도록 법이 정하고 있다.
한편 2013년 신설된 주택임대차법 제3조 3항은 중소기업기본법상 중소기업인 법인이 소속 직원의 주거용으로 주택을 임차한 후 그 법인이 선정한 직원이 해당 주택을 인도받고 주민등록을 마쳤을 때에 법인의 임차권이 주택임대차법상 제3자에 대한 대항력을 갖도록 정했다.
B사가 계약갱신을 요구하자 A사는 2021년 11월 B사를 상대로 임차보증금 2억원을 반환받는 것과 동시에 아파트를 인도하라는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는 법에서 정한 '직원'에 C씨와 같은 대표이사가 포함되는지 여부였다.
1심은 대표이사가 전입신고를 하고 거주한 경우에도 법 제3조 3항에 따른 대항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전제에서, A사가 임대차계약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고 판단,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이 사건 부동산에서 거주하고 있는 C씨가 실질적인 피고의 운영자로서 '중소기업 법인의 직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하나, '직원'이란 일정한 직장에 근무하는 사람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써 '임원'을 제외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2심의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법 제3조 3항에서의 '직원' 개념에 임원은 포함될 수 없다고 보고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먼저 재판부는 "본래 주택임대차법은 임차인이 자연인임을 원칙으로 해 제정됐다가 이후 주택을 소유할 정도의 경제적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중소기업이 직원들에게 안정적으로 주거를 지원하기 어렵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에서 주택임대차법을 개정해 위와 같은 원칙에 예외를 두게 된 것이므로, 특정 법인이 주택임대차법 제3조 3항에 포함되는 것인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요건 충족 여부를 비교적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법인 중에서도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이 원거리에서 근무하는 소속 직원들에게 안정적으로 주거를 제공해 줄 수 있게 하기 위한 목적에서 도입되 예외적인 조항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주택임대차법 제3조 3항은 법인이 소속 직원의 주거용으로 주택을 임차해야만 대항력을 취득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위 '직원'의 범위에 관하여는 주택임대차법에서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라며 "그런데 영세한 중소기업이 복지 차원에서 소속 직원의 주거안정을 보장할 수 있도록 위 주택임대차법 규정이 개정된 것이라는 그 개정취지 등을 고려하면, 위 조항에 규정된 '직원'에 법인 소속 근로자들 외에 대표이사 등 임원들까지 포함되는 것이라고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따라서 이 사건 부동산에서 거주하는 C씨가 피고를 대표해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이 사건에서 C씨가 주택임대차법 제3조 3항에 정해진 '직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근거를 들어 재판부는 "피고(B사)는 주택임대차법 제3조 3항에 해당하는 법인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는 주택임대차법의 보호대상인 임차인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며 "따라서 피고는 주택임대차법상 계약갱신 요구권을 가진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대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재판부는 "주택임대차법은 제3조 3항의 '직원'의 의미에 관한 정의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라며 "그러나 이 사건 조항은 대항력을 취득할 수 있는 법인의 범위를 중소기업기본법 제2조에 따른 중소기업에 해당하는 법인으로 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조항과 관련한 내용을 해석할 때에도 중소기업기본법령의 규정에 따르는 것이 타당하다"고 전제했다.
이어 "중소기업기본법은 시행령에서 주식회사 또는 유한회사의 경우 '임원'이란 '등기된 이사(사외이사를 제외한다)'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중소기업기본법 및 위 시행령은 '임원'과 '직원'을 구별해서 사용하고 나아가 '임직원'이라는 용어도 사용하고 있다"라며 "따라서 주택임대차법 제3조 3항에서 정한 '직원'은 중소기업기본법령의 용례에 따라 법인에서 근무하는 사람 중 대표이사 또는 사내이사로 등기된 사람을 제외한 경우를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법률의 문언 및 법체계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주거용 임차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임원을 제외한 직원이 법인이 임차한 해당 주택을 인도받아 주민등록을 마치고 그곳에서 거주하고 있으면 그것으로 족하고, 그 밖에 업무관련성, 임대료의 액수, 지리적 근접성 등 다른 사정을 고려할 것은 아니다"라며 2심의 판단에 일부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원심의 판결 이유 중에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원심 판단은 피고가 계약갱신 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결론에 있어서는 정당하다"라며 A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주택임대차법 제3조 3항에서 정한 '직원' 및 '주거용 임차'의 의미에 관해 최초로 명시적으로 밝힌 판결"이라며 "중소기업인 법인이 그 소속 직원 거주를 위한 주택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경우 대항력 부여 요건에 관한 기준을 제공해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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