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상품 비교 플랫폼 수수료 ‘줄다리기’
핀테크·손보사 간 갈등 팽팽
결국 소비자 보험료 상승 우려
보험상품 비교·추천 플랫폼 출시를 약 일주일 앞두고 핀테크(금융+기술) 업체와 손해보험사 간 막판 수수료 줄다리기가 팽팽하다. 겉으로는 '소비자 편익 증진'을 서비스 도입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그 이면엔 자사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와 손보사 빅4 간 주도권 싸움이 치열하다. 플랫폼 도입은 결국 보험료 상승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보험 비교·추천 플랫폼은 소비자에게 여러 보험사의 온라인 상품을 비교·추천하고 계약체결이 가능한 보험사 홈페이지로 연결하는 서비스다. 취급상품은 자동차보험, 저축성보험(연금보험 제외), 신용보험, 실손의료보험, 해외여행자보험, 펫보험, 단기보험 등이다. 오는 19일 자동차보험을 시작으로 상품이 순차적으로 서비스될 예정이다. 플랫폼은 지난해 7월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22개 생보사와 17개 손보사, 11개의 핀테크 업체가 참여했다. 핀테크 중에선 네이버파이낸셜·카카오페이·토스·핀다·핀크·해빗팩토리 등이 참여했다.
이 서비스는 준비 초기부터 보험사와 핀테크 업체 간 중개수수료 문제가 불거졌다. 수수료는 각 보험사가 플랫폼에 보험상품을 올리면 플랫폼이 소비자에게 보험료·혜택·실지급 보험금 등을 비교·추천해주는 명목으로 가져간다. 금융당국은 수수료율 협상이 진전되지 않자 우선 상한을 4%로 못 박았다.
자동차보험시장에서 85%의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는 손보사 빅4(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KB손보)는 현재 3% 미만의 수수료를 원하고 있다. 자사 홈페이지 등 다이렉트채널(CM)을 통해 보험 가입이 원활히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높은 수수료를 부담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손보사 빅4가 적정 수수료를 확보하지 못하면 자동차보험에 한해 어느 핀테크 업체와도 제휴를 맺지 않고 플랫폼에 상품을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대형보험사들은 현재 플랫폼마케팅(PM) 보험료율을 별도로 책정하며 수수료 마지노선을 산정 중이다. 보험료율은 보험 가입 금액에 대한 보험료 비율이다. 보험사는 같은 상품이라도 대면, CM, 텔레마케팅(TM) 등 판매 채널별로 보험료율을 다르게 책정한다. 보험료는 CM이 가장 저렴하다. 대형보험사들은 PM 요율의 경우 수수료 등을 반영해 CM 요율보다 약 3~5% 높게 산정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엔 소비자가 보험 비교·추천 플랫폼을 통하면 더 비싼 보험료를 내야 하니 자사 CM으로 자동 유입될 것이라는 전략이 깔렸다.
핀테크 업체는 대부분 4%의 수수료를 원하고 있다. 이들은 대형보험사의 PM 요율을 인정할 경우 플랫폼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흥행에 실패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하지만 대형보험사가 플랫폼 참여 보이콧을 선언해도 문제여서 일부 요구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저울질하고 있다. 전날 빅테크는 손보사 빅4 측에 PM 요율을 인정하는 대신 3.5%(부가세 별도)의 수수료에 합의하자고 제안했다.
이런 상황을 바라보는 중소보험사와 핀테크 스타트업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중소보험사는 수수료를 낮추려는 의지가 대형사보다는 약하다. 보험료율도 CM을 그대로 가져간다는 방침이다. 중소보험사 한 관계자는 "점유율 1% 올리기도 힘든 상황에서 대형사와 비교해 가격경쟁력이 생긴다면 우리에는 기회"라며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의 고객 유입력까지 받쳐준다는 점에서 서비스 출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핀테크 스타트업은 빅테크의 지나친 수수료 욕심에 자칫 소비자의 신뢰를 잃지 않을까 우려한다. 빅테크를 제외한 다수의 핀테크 업체들은 2% 후반대 수수료로도 제휴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 핀테크 스타트업 관계자는 "높은 수수료는 결국 보험료 상승을 가져와 업계에 좋지 않은 인식만 심어주게 될 것"이라며 "빅테크와 대형보험사 모두 소비자 편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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