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워크아웃 결정 하루앞으로…채권자 회의 개최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개시를 결정할 제1차 금융채권자협의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채권단과 태영그룹의 움직임이 부산해지고 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주요 채권자 회의를 소집해 태영그룹이 제시한 자구안에 대한 설명을 듣고 방안을 워크아웃 방안을 논의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5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기업은행 등 주요 채권자와 회의를 개최한다. 지난 8일 열릴 예정이었다가 취소됐던 회의를 다시 소집한 것이다. 이날 회의엔 태영그룹 측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선 전날 태영그룹이 제시한 자구안에 대한 설명 및 의견 청취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채권단 관계자는 "태영 측이 내놓은 자구안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청취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면서 "워크아웃 실행 및 절차와 관련한 논의도 진행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태영그룹은 금융당국·채권단은 물론 대통령실까지 나서 '최후통첩'을 날리자 전날 자구 계획을 내놨다. 산업은행과 논의했던 기존 4대 자구안에 대한 확약 절차를 밟겠다고 밝히는 한편, 추가 자구안으로 ▲SBS미디어넷 지분 담보제공 ▲유동성 부족 심화 시 대주주 보유 TY홀딩스 지분(33.7%) 및 지주사의 SBS 지분(36.9%) 담보제공 등을 제시했다.
실제 지주사 TY홀딩스는 태영건설에 416억원을 대여, 기존 약속했던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을 지원하게 됐다. 이외에도 TY홀딩스는 전날 이사회를 열어 ▲㈜에코비트 매각 추진 및 태영건설 지원 ▲㈜블루원의 지분 담보 제공 및 매각추진 ▲㈜평택싸이로 지분(62.5%) 담보 제공 등 기존 자구안에 대한 확약서를 채권단에 전달했다.
이런 흐름엔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지주사 TY홀딩스의 유동성 위기로 번지지 않게 하겠다는 당국의 입장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을 만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역시 TY홀딩스의 연대채무 유예를 시사하며 "비조치 의견서 발급 등을 통해 금융사 담당자의 사후 책임이 없도록 하겠다"면서 이를 측면 지원하기도 했다.
채권단이 이런 태영그룹의 자구안에 긍정적인 평가를 하면서 워크아웃 개시엔 청신호가 켜졌다. 채권단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첫 출발점"이라며 "태영그룹은 금번 발표한 추가 자구 계획 및 대주주의 책임 이행 방안을 토대로 각 채권자 앞 워크아웃 개시와 정상화 추진을 위한 협조를 신속하게 요청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다만 채권단은 태영그룹이 내놓은 자구안이 이행되지 못하면 언제든 워크아웃을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채권단은 또 "계열주와 태영그룹이 약속한 자구 계획 중에 단 하나라도 지켜지지 않는다면 워크아웃 절차는 중단될 수 있으며, 또한 실사 과정에서 대규모 추가 부실이 발견될 경우에도 워크아웃 절차가 중단될 것"이라고 전했다.
관건은 오는 11일 진행될 제1차 금융채권자협의회에서 워크아웃 개시와 관련해 동의율 75%(산업은행 신고 채권액 기준)를 넘기는 것이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시중은행 등 은행권에선 워크아웃 개시에 무게를 두고 있으나, 태영건설의 전체 채권자 규모만 609곳에 달해서다. 여기엔 은행, 증권, 보험, 캐피탈사를 비롯해 건설공제조합이나 상호금융 단위조합 등이 대거 포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산은을 비롯한 은행권의 의결권 비중은 33% 수준에 머무른다.
금융권에선 워크아웃 개시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빠른 채권 회수를 원하는 채권자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단 측은 "서면결의 형식으로 진행되기는 하나, 609개 채권자가 각자의 입장을 정리하고 이 의견을 수렴하는 데 물리적인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본다"며 "결과는 일러도 당일 저녁이나 익일께가 돼야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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