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순 철도보상금 '이 사람'에게도 갔다..."우리는 패밀리"

이정환 2024. 1. 10.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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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영광⑥] 오랜 사업 파트너 김충식, 김건희 여사 젊은 시절 유명화가 소개하며 조언도

[이정환 기자]

 2023년 7월 21일,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인 최은순씨가 통장 잔고증명 위조 등 사문서위조 혐의에 대한 항소심 선고를 받기 위해 의정부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 권우성
 
* 가족의 영광⑤ '"건희 엄마 나를 만나 업그레이드"... 검사장 독대한 락천 선생'(https://omn.kr/26u3i)에서 이어집니다.

김충식 한국교양문화원 원장은 윤석열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의 오랜 사업 파트너다. 

김건희 여사 일가 가족회사였던 (주)미시령이나 방주산업(현 이에스아이엔디) 운영을 최씨와 함께했으며, 또 골재판매업체 충은산업과 소프트웨어 사업체 엔씨포아시아 법인등기부에도 두 사람 이름이 나타난다. 김 원장이 (주)미시령 이사로 등재된 시점이 2000년 6월이니, 두 사람 관계가 매우 오래 지속됐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최씨는 사업 파트너로서 김 원장 역할을 이렇게 소개한 적이 있다.

"회사 전반에 어떠한 문제가 발생하면 자문을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 2004년 1월, 정대택씨와의 법적 분쟁과정에서 검찰 진술조서

자문, 어떤 방면 전문가에게 의견을 구한다는 뜻이다. 김 원장은 도예가로서 검사, 판사, 국세청장, 국회의원 등 다양한 '전문가 집단'과 교분을 쌓은 사람이다. 이런 김 원장의 자문을 최씨는 크게 신뢰했던 것으로 보인다. 

변호인 : "2004. 3. 1.부터 증인은 피고인, 김충식, 송○○과 같이 거의 매일 가족처럼 붙어 다니고 심지어 증인이 '우리는 패밀리다'라는 말을 한 적도 있지요."
최은순 : "예."  - 2005년 12월, 고 백윤복씨 변호사법 위반 공판

한 때 거의 매일 가족처럼 붙어 다녔다는 이들 중 특히 가까웠던 사람이 바로 김 원장이다. 

"우리는 패밀리"
 
 해사 채취 및 골재 판매업체 '충은산업' 법인등기부. 윤석열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와 김충식 한국교양문화원장은 2000년 6월부터 2017년 6월까지 각각 회사 대표 등으로 재임하면서 충은산업을 운영했다. 업체명은 두 사람 이름에서 각각 한 글자를 따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 이정환
 
김 원장은 최씨 집에서 그의 가족들과 함께 여러 번 식사를 했다고 한다. 그는 정대택씨와의 오금동 스포츠프라자 분쟁 과정에서 과거 법정에 출석하여 "밥 먹으러 최씨의 집에 다녔다"며 이렇게 증언한 바 있다.

변호인 : "증인은 이 집(최은순씨 집을 가리킴, 기자 주)을 얼마나 자주 드나들었는가요?"
김충식 : "혼자 있을 때는 내가 갈 수 없지만 딸이 있다든가 아들이 있다든가 자기 동서가 있다든가 그럼 같이 밥 먹고 그런 일은 몇 번 있습니다."

김 여사 가족과 매우 가까운 사이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두 사람은 한 때 주거지 주소를 공유한 적도 있다. 오금동 스포츠프라자 분쟁 관련 2004년 11월 경찰 수사보고서를 보면 최씨와 김 원장 주거지 주소는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금남리 489-1로 같다. 이에 대해 검찰이 의문을 제기한 적이 있다. 김건희 여사 가족회사였던 (주)미시령 탈세 혐의 관련 김 원장에 대한 내사를 벌이는 과정에서다. 주거지 주소가 왜 동일한지 이유를 묻자 김 원장은 이렇게 대답한다.

"제가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병산리 산 ○○○○번지에 제 명의로 등기된 초가가 1채 있고 그곳에 도예 작업장을 지을 계획을 하고 알아보니까 건축을 하려면 2년 이상 경기도에 주소를 둔 자만이 가능하다고 하기에... (중략) 위 주소지에 편의상 주거를 옮겨놓은 것입니다." (2004년 11월)

최씨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한 일. 이들 사이에는 '경제공동체'로서의 면모도 나타난다. 

최은순씨 철도보상금, 김 원장 채무 변제에도 쓰여
 
 2001년 5월 최은순씨가 경매로 매입한 것으로 알려진 충남 아산시 배방면 장재리 지역 10개 필지 중에는 철도청이 '천안-신창 복선화 전철 사업' 과정에서 매입한 땅도 포함돼 있다.
ⓒ 이정환
 
최씨의 "기금을 만들어서 함께 쓰며 재미나게 살자(2005년 12월, 고 백윤복씨 변호사법 위반 공판에서)"는 표현을 빌리면, 최씨가 말한 "패밀리"는 경제공동체도 포함된 개념으로 보인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구성원이 있으면 돕고, 경제적 이익이 생기면 함께 향유하는 관계가 바로 '경제공동체'다. 이와 부합하는 상황들이 최씨와 김 원장 사이에서 나타난다.

[사례1] 어려울 때 돕는다

김 원장 소유 부동산이 과거 경매로 넘어간 적이 있다. 서울 송파구 송파동 118-○○ 부동산등기부를 보면 카드 대금 및 은행 대출금 미납 등으로 인한 근저당 채권최고액이 2억 9800만 원이었던 것으로 나타난다. 김 원장 사위가 경매에 참가해 낙찰 받는데, 이 과정에서 큰 도움을 줬던 사람이 최씨였다. 2004년 11월 검찰 조사 당시 경매 대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 묻자 김 원장은 최 여사가 도와줬다고 밝힌다. 

"2400만 원을 빌리는 등 경매 보증금 3500만 원을 마련하였고, 잔금은 최은순 회장의 거래처인 조흥은행 화도지점에서 감정가의 90%인 3억 원을 대출 받아 경락을 받게 되었던 것입니다. (대출금은 어떻게 변제했냐는 질문에) 제가 1998년과 1999년도에 일본 동경과 오사카 등지에서 5번에 걸쳐서 도예 개인전을 개최하여 얻은 수익금 10억 정도에서 1억 8000만 원을 대출금 변제하는데 사용하고, 나머지는 방주산업 대지가 일부 철도 부지로 편입되면서 그 보상금으로 4억 원이 나와서 그 중 2억 원을 대출금 변제하는데 사용하였습니다."

[관련기사] 최은순 땅, 철도청도 샀다(https://omn.kr/24ydh)

2002년 당시 철도청이 매입한 방주산업 부지는 최씨 소유 땅이었다. 자신 앞으로 나온 보상금 일부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김 원장을 도와줬던 것이다. 다음 해인 2003년에는 경제적 이익을 두 사람이 향유하는 상황이 나타난다. 오금동 스포츠센터 근저당 채권 매입 사업 과정에서다. 

"원장님은 뭐냐, 숟가락만..."
 
 오금동 스포츠프라자 근저당채권 사업 약정서. 약정서에는 최씨와 정씨가 이익금을 균분한다는 내용과 함께, "병 김충식은 최초부터 이 사업이 되도록 성사되게 하였으므로 배당 이익에 참여한다"는 김충식 원장의 가필이 나타난다.
ⓒ 이정환
 
[사례2] 이익을 향유한다

오금동 스포츠센터 근저당 채권 매입 사업은 정대택씨가 제안했다. 정씨를 최씨에게 소개한 사람이 바로 김 원장이었다. 골자는 스포츠센터에 근저당 설정된 A기업 152억 원 상당의 채권을 저가에 매입해 해당 부동산에 대한 경매 절차 완료 후 배당금 차액을 취득하자는 것이었다. 이런 제안을 최씨는 받아들였고 2003년 6월 A기업 근저당 채권을 약 100억 원에 낙찰 받는다. '52억 원 가량의 배당 이익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그 내용이 나오는 것이 문제의 약정서다. 

약정서에는 최씨와 정씨가 이익금을 균분한다는 내용과 함께, "김충식은 최초부터 이 사업이 되도록 성사되게 하였으므로 배당 이익에 참여한다"는 손글씨가 등장한다. 약정서 자체가 정씨의 강요에 의해 작성된 것이라는 것이 최씨 입장이었기에, 정씨와의 법정 공방 과정에서 여러 차례 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2004년 7월 28일 열린 공판 내용이 대표적이다.

변호인 : "증인이나 최은순이 주장하는 바는 범죄 피해를 당하는 입장에서 증인은 자신의 몫을 챙겨야 되겠다고 자필로 쓴 것이 아닌가요."
김충식 : "그것은 제가 쓰고 싶어서 쓴 것도 아니고, 최 회장이 '그러면 원장님은 뭐냐, 숟가락만 빨고 당신들은 다 챙길 것은 챙기고 원장님은 뭐냐'고 이래 가지고 거기에 적은 것입니다."
변호인 : "최은순이 피해를 당하는 입장에서 증인의 몫을 챙겨주었다는 말인가요."

이에 김 원장은 "그럼요"라고 대답한다. 이와 관련 최씨 역시 공판 과정에서 "그 이야기(약정서 가필)는 내가 먼저 한 것"이라며 김 원장과 같은 입장임을 밝혔다. 앞서 이뤄진 검찰 조사(2004년 1월 8일 서울동부지검)에서 최씨는 '스포츠센터 채권을 사는 과정에서 정대택이나 김충식이 한 역할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특별히 한 일이 없다"고 답했었다. 그런데도, 최씨는 김 원장과 경제적 이익을 나누고자 했던 셈이다.

"김건희, 나를 원장님이라 부르며 잘 따라"
 
 고 백윤복씨(2013년 사망, 전 법무사) 부인이 작성한 가계부 메모 일부. "최 회장, 김 원장님이랑 ○○의 날로 아웃백"이라고 적혀 있다. ○○는 백씨의 딸로 한 때 이들 가족이 최은순씨는 물론 김충식 원장과도 가까이 지냈음을 보여준다. 백씨는 최은순씨의 '정대택 모해위증 교사 의혹' 핵심 인물로, 이 가계부는 그에 대한 변호사법 위반 공판에서 제출됐다.
ⓒ 이정환
 
이와 같은 두 사람 사이의 신뢰는 이들 가족들에게도 자연스럽게 확장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원장은 김건희 여사와 자신 사이의 신뢰에 대해서도 직접 언급한 적이 있다. 

"최은순의 딸 김명신(김건희 여사의 개명 전 이름, 기자 주)이 숙명여대 미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강사로 일하고 있었는데 김명신이 미술 공부를 더 하고 싶어하기에 마침 저의 조카로 유명화가인 동덕여대 미대 교수 김○○를 소개시켜 준 적이 있는데, 그 후로 김명신과 김○○가 가족처럼 가깝게 지내게 되었으며, 김명신이 저를 원장님이라고 부르면서 잘 따랐었는데 그런 인연으로 저도 최은순 회장과 신의가 쌓여..." - 2004년 11월 26일, 서울중앙지검 진술조서

실제로 김 원장의 조카는 언론으로부터 자주 주목을 받았던 유명화가였다. 김 여사가 예술가로서 성장하는 과정에 김 원장의 조력도 있었던 셈이다. 법조계나 정치권 등에 폭넓은 인맥을 구축하고 있던 김 원장 자문이 "회사에 어떠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에 국한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의 존재감은 김 여사 일가에게 매우 컸다고 볼 수 있다. 

* 가족의 영광⑦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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