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술 읽는 삼국지](104) 사량거로 위군을 무찌른 제갈량, 계략에 걸려 1만발 화살 맞고 죽은 장합
제갈량이 위군을 대파하고 기산 영채로 돌아왔을 때, 이엄이 보낸 군량을 구안이 수송해왔습니다. 그런데 구안이 술을 좋아해서 길에서 태만하게 굴다가 기한을 열흘이나 넘겼습니다. 제갈량이 크게 노하여 목 베어 죽이라고 하였는데 양의가 고명대신인 이엄의 심부름꾼임을 들어 목숨은 살려달라고 했습니다. 제갈량은 곤장 80대를 때리고 놓아주었습니다. 그러자 구안은 원한을 품고 그 밤으로 위군 영채로 달려가 투항했습니다. 사마의가 구안을 보고 계략을 세웠습니다.
" 너는 성도로 돌아가서 ‘제갈량은 주상에게 원망을 품고 있어 오래잖아 자기가 황제가 되려고 할 것이다’는 소문을 퍼뜨려라. 너희 임금이 그 소문을 듣고 제갈량을 불러들인다면 그것은 바로 너의 공이다. "
구안은 성도로 돌아와 환관을 만나 헛소문을 퍼뜨렸습니다. 드디어 후주에게까지 알려졌습니다. 후주는 깜짝 놀라 당황스러웠습니다. 환관이 제갈량을 성도로 돌아오도록 조서를 내리고 그의 병권을 빼앗아 반역을 막으라고 권했습니다. 후주가 그대로 따르자 장완이 아뢰었습니다.
" 승상은 출정한 이후 여러 차례 큰 공을 세웠는데 무슨 까닭으로 돌아오라고 부르십니까? "
" 기밀에 속한 일이 있어서 짐이 꼭 승상을 만나 의논해야겠소. "
제갈량이 기산 영채에서 조서를 받고는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며 말했습니다.
" 주상께서는 유충 하신데 아첨하는 신하가 옆에 있는 것이 분명하구나. 내가 막 공을 세우려 하는데 어째서 돌아오라고 하시는가? 내가 만약 돌아가지 않는다면 임금을 업신여기는 것이 될 것이고, 만약 명을 받들어 돌아간다면 다시는 이런 기회를 만나기가 어려울 것이다. "
제갈량은 다섯 갈래의 길로 군사를 나누어 철군했습니다. 그런데 철군하면서도 솥자리는 군사의 수보다 두 배로 파 놓도록 했습니다. 양의는 제갈량이 손빈이 방연을 잡을 때 쓴 계략과는 반대의 전략을 쓰는 것이 의아해서 물었습니다.
" 사마의는 용병에 매우 능한 사람이다. 우리 군사가 물러가면 반드시 추격하겠지만, 우리의 복병이 있을까 봐 꼭 우리가 둔쳤던 곳의 솥자리를 세어볼 것이다. 매일 솥자리가 늘어나는 것을 보고 군사들 또한 퇴각하는지 안 하는지 모르게 되면 의심이 들어 감히 추격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그렇게 천천히 물러가면 자연히 군사를 잃을 걱정은 없을 것이다. "
사마의는 구안이 계책대로 해낼 것이라고 생각하고 기습공격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촉군이 물러갔다는 보고가 왔습니다. 사마의는 제갈량의 계략을 조심하여 가벼이 추격하지 못하고 촉군의 영채 자리를 살펴보았습니다. 제갈량의 계략대로 사마의는 추격하지 않고 물러나서 다시 계획을 세우기로 했습니다. 제갈량은 모든 군사를 안전하게 이끌고 성도로 왔습니다. 제갈량은 후주를 뵙고 아뢰었습니다.
" 노신은 기산으로 나가 장안을 공격하려다가 폐하의 부르심을 받고 돌아왔습니다. 무슨 큰일이 있으십니까? "
" 으음, 짐은 오랫동안 승상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보고 싶어 돌아오시라고 불렀을 뿐 별다른 일은 없소. "
" 그것은 폐하의 본심이 아닙니다. 분명히 간신이 옆에서 신이 다른 마음을 먹고 있다고 말씀드렸을 것입니다. "
" …………. "
" 노신은 선제의 두터운 은혜를 입고 죽음으로 갚겠다고 맹세했습니다. 지금 만일 안에 간신이 있다면 신이 어떻게 역적을 토벌하겠습니까? "
" 짐이 한때 환관의 말을 과신하여 승상을 돌아오시라고 불렀소. 오늘에야 우둔했던 것을 깨닫고 후회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소. "
제갈량은 즉시 뭇 환관을 불러 놓고 따져 물었습니다. 그리고 구안이 퍼뜨린 헛소문인 것을 알고 그를 잡아들이라고 했지만 구안은 위나라로 달아났습니다. 제갈량은 헛소문을 퍼뜨린 환관을 목 베고, 나머지는 모두 파면시켜 궁 밖으로 쫓아냈습니다. 후주를 바로 모시지 못한 장완과 비의도 문책을 받았습니다. 제갈량은 성도의 일을 마무리하고 다시 한중으로 나왔습니다. 제갈량은 양의의 의견을 받아들여 군사를 백 일씩 돌아가며 교대시켜 쉬도록 했습니다.
제갈량이 다시 군사를 이끌고 나오자 조예는 사마의를 불러 대군을 이끌고 막도록 했습니다. 사마의는 장합을 선봉으로 삼고 출정했습니다. 사마의는 제갈량이 대군을 이끌고 검각을 지나 산관을 경유하여 야곡을 향하고 있다는 첩보를 받자 장합에게 계책을 주었습니다.
" 지금 제갈량은 먼 길을 신속하게 달려올 터이니 농서의 밀을 베어 군량으로 충당할 것이 분명하이. 그대는 기산에 영채를 메고 지키도록 하시게. 나는 곽회와 함께 천수 등 여러 군을 순시하며 촉군이 밀을 베지 못하도록 막겠네. "
제갈량은 위군이 위수 가에 영채를 세운 것을 보고는 즉시 여러 장수를 불렀습니다.
" 저것은 필경 사마의일 것이다. 지금 군영에는 양식이 떨어져 여러 차례 이엄에게 사람을 보내 쌀을 보내라고 독촉했으나 아직 안 오고 있다. 내 생각에 농상의 보리가 익었을 터이니 은밀히 군사를 이끌고 가서 베어 와야겠다. "
제갈량은 왕평과 장의, 오반과 오일 등의 장수를 기산에 남겨 지키게 하고, 강유와 위연을 이끌고 노성(鹵城)으로 갔습니다. 하지만 위군이 이미 지키고 있자 다른 전략이 필요했습니다. 즉시 똑같이 생긴 사량거(四輛車)를 세 대 가져와 각각 귀신이 이끄는 무리처럼 보이게 했습니다. 사마의가 이를 보고는 제갈량이 장난치는 것이라며 빨리 쫓아가서 수레째 몽땅 잡아 오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위군이 아무리 쫓아가도 눈앞에 있는 수레를 따라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보고를 받은 사마의가 직접 한 무리의 군사를 이끌고 와서 뒤쫓지 말라고 명령했습니다. 그리하여 뭇 군사가 말머리를 돌리려는 때, 사방에서 사량거와 촉군이 나타나 공격했습니다. 사마의는 놀라서 상규로 쫓겨 들어가 성문을 닫아걸고 싸우러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참에 제갈량은 3만 명의 군사를 풀어 농서의 밀과 보리를 모두 베어 노성으로 운반하였습니다. 사마의는 제갈량이 노성에서 밀을 털어 말린다는 보고를 받고는 곽회의 제안대로 노성을 공격하기로 했습니다. 제갈량은 적들이 공격해 올 것을 미리 알고 매복군을 배치하고 싸울 준비를 했습니다. 사마의가 곽회와 함께 노성을 공격하려 할 때, 촉군이 사방에서 공격해 왔습니다. 사마의와 곽회는 겨우 포위망을 뚫고 도망쳤습니다. 이제 위군은 서량의 인마를 동원하여 촉군을 공격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제갈량은 급히 달려오느라 지친 서량군을 공격하여 대승을 거두고 그들을 쫓아냈습니다. 이렇게 제갈량이 위군을 격파하고 있을 때, 이엄이 긴급사태를 아뢰는 편지를 보냈습니다.
‘근자에 듣자니 동오가 사람을 낙양으로 보내 위와 손을 잡기로 하였는데, 위는 오에게 촉을 치라고 했으나 다행히 오가 아직 군사를 일으키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 제가 소식을 탐지해 내었으니 바라옵건대 승상께서는 빨리 좋은 계책을 세우소서.’
제갈량은 편지를 보고 놀라고 의심쩍었습니다. 즉시 장수를 불러 기산 본영의 인마를 서천으로 철수시키라고 명령했습니다. 장합은 촉군이 물러가는 것을 보고 계책이 있을 것이라 믿고 추격하지 못했습니다. 대장 위평이 나서서 추격하지 않으면 천하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했지만 사마의는 따르지 않았습니다. 제갈량은 기산의 군사가 모두 철수하자 마충과 양의를 불러 은밀한 계책을 주었습니다. 1만 명의 궁노수를 이끌고 검각의 목문 길 양쪽을 지키다가 위군이 추격해오면 포 소리와 함께 퇴로를 차단하고 일제히 화살을 퍼부으라는 것이었습니다.
사마의는 제갈량이 철수한 빈 성을 보고는 추격하도록 했습니다. 장합이 나섰습니다만 사마의는 그의 조급한 성미를 걱정했습니다. 장합은 선봉의 역할을 내세워 자신이 가기를 원했습니다. 사마의는 조심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하지만 사마의에 당부에도 불구하고 장합은 위연의 유인술에 걸려 마침내 촉군이 매복한 곳까지 달려갔습니다. 결국 장합은 제갈량의 계략에 걸려 화살을 맞고 죽었습니다. 사마의는 즉시 군사를 거두어 낙양으로 돌아갔습니다.
승리한 제갈량은 한중으로 들어왔습니다. 성도로 돌아가 후주를 뵈려고 할 때, 이엄이 후주에게 승상의 군영으로 군량을 조달하였는데 무슨 까닭으로 갑자기 오는지 모르겠다고 터무니없는 말을 아뢰었습니다. 이 말을 들은 후주는 즉시 비의에게 한중으로 가서 철수한 까닭을 묻도록 했습니다. 비의를 만난 제갈량은 매우 놀라 이엄이 보낸 편지를 보여주며 철수한 이유를 알려주었습니다. 군량을 조달하지 못한 이엄이 문책을 당할까 봐 후주에게 무고하여 자신의 허물을 은폐하려고 한 것이었습니다. 비의가 이러한 사실을 후주에게 아뢰었습니다. 대노한 후주는 즉각 이엄을 참수토록 했습니다. 장완이 나서서 고명대신임을 들어 용서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후주는 즉시 이엄을 서민으로 강등하여 재동군으로 귀양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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