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발목… 작년 ‘1조 클럽’ 증권사 無
국내 주요 증권사 가운데 지난해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긴 증권사가 전무하다.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투자심리가 악화한 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업황 부진으로 인한 수익성 감소, PF 관련 충당금 적립 부담 등이 겹친 탓이다. 부동산 경기가 당장 회복되기 어렵고,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여파가 단기에 해소될 이슈가 아니라는 점에서 증권사들의 올해 살림살이도 크게 나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0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금융지주,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 대신증권, 메리츠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 7곳 가운데 2023년 영업이익 추정치가 1조원을 넘는 곳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투자증권의 모회사로 증권의 수익 비중이 큰 한국금융지주는 9638억원으로 1조원에 근접했으나 4분기 영업이익이 직전 분기보다 감소하는 등 뒤로 갈수록 뒷심이 부족했다. 삼성증권 역시 9000억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달성했으나 '1조 클럽' 진입에는 실패했다.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 등의 영업이익은 7000억원대에 불과했다. 2022년 유일하게 1조클럽에 입성했던 메리츠증권은 지난해엔 7299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2021년 사상 최대 영업이익(8955억원)을 달성했던 대신증권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373억원으로 2년 만에 73% 급감했다.
앞서 2020년 미래에셋증권이 첫 테이프를 끊은 이후, 2021년에는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이 잇따라 1조 클럽에 입성했다. 2022년에는 메리츠증권이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실적 부진 배경으로는 고금리 지속으로 인한 투자심리 약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PF 업황 악화, 해외부동산 자산가치 감소 등이 꼽힌다. 미국이 2022년 하반기부터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저금리에서 고금리 국면으로 투자환경이 급속히 바뀌었고 이는 곧 투자심리 위축-증시자금 이탈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실제 지난해 평균 증시 예탁금(장내파생상품·거래예수금)은 49조9692억원으로 전년(56조7161억원) 대비 감소했다. 예탁금은 언제든 주식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어 증시 대기 자금으로 불린다. 예탁금 감소는 그만큼 투자 수요가 감소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부동산 경기가 차갑게 식으면서 이와 연동해 PF 시장 업황이 악화한 것도 증권사 실적에 영향을 줬다. 부동산 호황기에 올라탄 증권사들이 4~5년간 PF를 주관하며 수수료 이익을 챙겨왔는데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자 이 부분에서 돈을 못 벌게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경기가 고꾸라진 탓에 해외투자자산 가치도 떨어졌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PF 주관 수수료 이익이 증권사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최대 15% 수준인데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부동산 사업장 PF 주관 수수료 감소로 수익성이 줄어들었다"면서 "중장기적으로 부동산 경기, PF 업황이 회복되지 않으면 PF 부분 수익 감소로 인한 영업이익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태영건설이 촉발한 PF 위기도 증권사에 단기 재정 부담으로 작용했다. 정부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추진 상황에 따라 부동산 PF 시장 및 사업장별 사업성 등을 고려해 충분한 충당금을 적립하도록 권고했다. 금융당국 감독규정에 따르면 충당금(준비금)은 부동산 PF의 경우 투자한 자기자본의 30% 수준이다. 권고대로 충당금을 적립하면 손실 예상 금액을 미리 반영하는 셈이므로 회계상 이익이 줄어들게 된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태영건설 관련 익스포저(위험노출액)에 대해서 단기적으로는 건전성 분류에 따른 충당금 적립 비용이 발생할 수 있을 전망"이라며 "이에 따른 수익성 저하로 인해 증권사 실적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1조클럽 달성 '키'도 바로 금리와 부동산 경기에 달려 있다. 올해 금리 인하가 본격화되면 거래대금 증가에 따른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과 운용수익 증가를 기대해볼 수 있어서다. 다만 태영건설 워크아웃에 따른 채무 회수와 손실 규모가 변수다.
김 수석애널리스트는 "익스포저를 보유한 증권사는 대체로 대형 증권사로 해당 증권사의 자기자본 대비 부담은 대부분 2~5% 내외로 미미한 편"이라며 "다만 워크아웃 추진 방향과 이행 내용에 따라 1분기에도 충당금을 적립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돈 많아도 한남동 안살아"…연예인만 100명 산다는 김구라 신혼집 어디? - 아시아경제
- 버거킹이 광고했던 34일…와퍼는 실제 어떻게 변했나 - 아시아경제
- "한 달에 150 줄게"…딸뻘 편의점 알바에 치근덕댄 중년남 - 아시아경제
- "어떻게 담뱃갑에서 뱀이 쏟아져?"…동물밀수에 한국도 무방비 - 아시아경제
- 장난감 사진에 알몸 비쳐…최현욱, SNS 올렸다가 '화들짝' - 아시아경제
- 가수 벤 "아이 낳고 6개월만에 이혼 결심…거짓말에 신뢰 무너져" - 아시아경제
- "10년간 손 안 씻어", "세균 존재 안해"…美 국방 내정자 과거 발언 - 아시아경제
- "무료나눔 옷장 가져간다던 커플, 다 부수고 주차장에 버리고 가" - 아시아경제
- 짧은 치마 입고 택시 타더니 벌러덩…中 누리꾼, 민폐다 vs 아니다 - 아시아경제
- '초가공식품' 패푸·탄산음료…애한테 이만큼 위험하다니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