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이슈] '골프 가치 훼손했는데..' 원칙 깨고 징계 감면, 윤이나는 환영받을 수 있을까
윤승재 2024. 1. 10. 06:04
‘오구 플레이’에 따른 윤이나의 징계 감면 문제가 뜨겁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는 지난 8일 이사회에서 윤이나의 출전 정지 기간을 3년에서 1년 6개월로 감면하기로 결정했다. 2025년 9월 19일 끝날 예정이었던 윤이나의 징계는 2024년 3월 19일까지로 앞당겨졌다. 이에 따라 윤이나의 2024시즌 KLPGA 투어 출전도 가능해졌다.
윤이나는 2022년 7월 열린 한국여자오픈에서 자신의 공이 아닌 다른 사람의 공을 치는 오구 플레이를 했다. 1라운드 15번 홀 티샷이 우측으로 밀린 뒤 러프에서 공을 찾아 경기를 진행했는데, 이후 이 공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도 플레이를 이어갔다. 윤이나는 대회 한 달 뒤 이를 자진 신고했다. 이에 그는 8월 대한골프협회(KGA)와 9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로부터 각각 3년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2023년 9월, KGA가 윤이나의 징계를 3년에서 1년 6개월로 줄였다. 이어 KLPGA도 2024년 징계 감면을 확정했다. KLPGA는 “스폰서 등 골프 관계자, 골프 팬, 회원 등의 입장과 윤이나 선수에 대한 KGA의 징계 감경 등이 고려됐다”라고 밝혔다. 그의 구제를 호소하는 3500건의 탄원을 감안했다고도 덧붙였다. KGA의 감면 배경도 비슷했다.
시선은 곱지 않다. 오구 플레이 자체가 골프의 정신을 훼손한 것인데, 이를 숨기고 늑장 신고했음에도 징계를 감면하는 것은 골프의 ‘공정성’을 위배했다는 지적이다.
2022년 남자골프(KPGA)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아시아드CC부산오픈에서 고의로 오구 플레이를 한 선수가 자격정지 5년에 벌금 5000만원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윤이나의 징계는 이보다 가벼웠는데도 감면까지 받았다.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목소리와 함께, 윤이나의 스타성에 따른 대회 흥행과 스폰서의 이득을 위해 골프의 공정성을 훼손했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A 경기위원은 “초등학교, 중학교, 주니어 대회에서도 오구 플레이로 심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어린 선수들이 뭘 보고 배우겠나”라면서 “잘못의 책임(징계)은 가볍고 우승만 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는데 누가 골프를 정직하게 치겠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원칙을 깬 KLPGA는 팬들의 신뢰를 잃었다. 잘 나가던 여자 골프에 찬물을 끼얹은 행위”라고 덧붙였다.
선수들의 의견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KLPGA 선수회는 비공개 설문을 통해 윤이나 징계 감면에 대한 의견을 들은 바 있다. 이때 90% 이상이 이를 반대했다. 그러나 KLPGA는 “전체 회원의 입장을 듣고 징계 감면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이유다.
2022년 KLPGA 투어에 데뷔해 한 차례 우승을 차지한 윤이나는 호쾌한 장타로 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선수다. 한 번의 잘못된 결정으로 추락했다. 이번 징계 감면이 오히려 그의 스타성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원칙을 깬 KLPGA의 이미지도 큰 타격을 받았다. 윤이나는 징계 감면 결정 후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고 골프의 정신과 규칙에 따라 정직하고 성실하게 플레이할 것을 약속드린다”라고 말했다. 2024시즌 복귀하는 윤이나는 환영받을 수 있을까.
윤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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