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돌아갈 배 태웠다"…검찰총장 분노에도 총선 나오는 검사들
“어떤 자리에 똘똘 뭉쳐 검찰이 공직 후보자에 출마하겠다는 것을 검찰 공화국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현직 검사 신분으로 총선에 나선 김상민 대전고검 검사(45·사법연수원 35기)가 9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밝힌 말이다. 전·현직 검사들의 잇단 총선 출마로 ‘검찰 공화국’이란 비판이 나오자 보인 반응이었다. 김 검사는 이날 자신의 고향인 경남 창원에서 국민의힘 소속 창원시 의창구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김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장 재직 중이던 지난해 9월 추석을 앞두고 창원 주민들에게 “저는 뼛속까지 창원 사람이다. 창원을 사랑하고 창원 사람을 좋아한다. 창원은 이제 지방이 아니라 또 하나의 큰 중심이 되어야 한다” 등의 문자를 보내 그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됐다. 김 검사는 내부에 ‘정치적 의미가 없는 안부 문자’라는 취지로 해명했지만, 대검찰청 감찰위원회가 지난달 28일 검사장 경고 조치하자 그날 오후 법무부에 사직서를 내고 출마 의사를 밝혔다.
김 검사는 이날 회견에서 “저는 돌아갈 수 있는 배를 태웠다. 여러분이 함께 해주시지 않으면 저는 돌아갈 곳이 없다”고 운을 뗐다. ‘문자 논란’에 대해서는 “명절 때마다 보내는 의례적인 문자였다. (앞으로도) 설·추석 명절 때마다 응원해주시는 분들께 감사하다는 문자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모습에 한 고위 검찰 간부는 “김 검사는 이미 검찰 후배들 민심을 잃었다. 변호사는 어렵고 출마밖에 길이 없다”고 했다. 김 검사의 총선 출마에 격분했던 이원석 검찰총장은 최근 “김상민은 김상민의 길을, 우리 검찰은 우리의 길을 가자. 김상민 검사가 어떤 행동을 취하건 간에 그 행동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감찰·징계를 엄정하게 진행할 뿐”이라며 내부를 단속하고 있다고 한다.
‘文의 검사들’도 출마 시사…檢 “내부서 빈축”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로 ‘검찰 황태자’로도 불렸던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62·23기)과 ‘추미애 사단’으로 분류됐던 신성식 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59·27기)도 출마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두 사람은 모두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현직 검사장(대검검사) 신분이다.
이성윤 검사장은 공직자 사퇴 시한 사흘 앞인 지난 8일 페이스북에 ‘사직서를 제출하였습니다’란 사실상 출사표를 올렸다. 이 글에서 “정치의 본질은 민생을 돌보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정자정야(政者正也)”라며 “윤석열 사이비 정권을 끝장내고, 윤석열 사단을 청산하는 최선봉에 설 것”이라고 적었다.
이 검사장은 지난해 9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출판기념회에서 “윤석열 사단은 전두환의 하나회에 비견된다” 등을 발언해 검찰 조직 내에서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법무부도 이 검사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일 때 공소 유지를 맡았던 피의자(조국)와 접촉하고, 검찰 공무원 신분으로 ‘정치적 행사’에 참여해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감찰을 벌였다.
신 검사장은 앞서 지난달 사직서를 내고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고향인 전남 순천에서 출마할 뜻을 굳혔다. 10일 순천대학교에서 출판기념회를 연다. 검찰 관계자는 “친문 계열 출마자들은 주로 SNS로 출마 선언을 하더라”며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글을 쓰면 욕을 먹으니 그런 것 같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들 모두를 겨냥해 “정치적 중립은 검찰이 지켜야 할 최우선 가치로, 이를 훼손하거나 의심 받게 하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고 신년사를 통해 비판한 바 있다.
법무부는 이 검사장이 ‘김학의 긴급출금 사건’으로, 신 검사장이 ‘한동훈 녹취록 오보 사건’으로 각각 재판을 받고 있어 사의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가공무원법은 비위(非違) 관련 형사사건으로 기소됐거나 내부 감사 등을 받는 공무원의 퇴직을 금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이 지난 21대 총선에 현직 경찰 신분으로 출마해 당선한 황운하 의원 사건에서 “공직자 사퇴 시한 전 사직서를 제출한 경우에는 사표가 수리되지 않아도 출마할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어 출마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민·안대훈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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