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AI가 7월부터 GOP 지킨다, 군사데이터 200만건 학습 [AI 미래철책 최초 르포]
지난 3일 경기 연천의 한 전방사단. 위병소를 통과하자마자 일반전초(GOP) 경계작전 부대의 새로운 상황실 건물이 눈에 띄었다. 225㎡ 크기 건물의 내부로 들어서니 건축 자재 특유의 향이 여전한 공간에서 작업자들이 막바지 공사에 한창이었다. 11m 폭의 비디오 월(Video wall)을 채울 16개의 모니터, 각종 서버와 케이블 등이 차례대로 설치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국방부가 국방혁신4.0 과제 중 하나로 추진중인 ‘인공지능(AI) 활용 경계작전 혁신체계’ 시범사업의 두뇌 역할을 할 장소다. AI의 능력을 빌려 GOP 경계에 유·무인 시스템을 도입하는 현장이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된 것이다.
이런 시스템이 상용화하면 장병들이 수행하고 있는 감시, 탐지부터 추적까지를 AI가 대신 맡는 ‘미래 철책’이 현실화할 수 있다. 올 하반기 실시되는 시범사업을 앞두고 군은 현행 군사작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군사분계선(MDL)에서 약 10㎞ 떨어진 곳에 해당 시설을 마련했다.
‘AI 경계센터’로 임시 명칭이 지어진 해당 공간에는 일반적인 GOP 상황실과는 다른 점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직육면체 모양의 ‘영상분석서버’와 ‘영상서버’가 대표적이었다. 전방 GOP 철책 인근 기존 상황실이 다루는 영상 정보를 그대로 받아 AI 기능으로 이상 징후를 스스로 판단하기 위한 장비다.
우선 영상서버는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의 중거리 카메라, GOP의 중·근거리 카메라, GOP의 폐쇄회로(CC) 텔레비전이 촬영한 모든 영상 정보를 받아 영상분석서버로 넘긴다. 영상분석서버는 이 가운데 이상징후를 식별해 집중적으로 비디오 월에 구현하는 방식으로 AI가 작동한다.
현재 GOP 상황실에서 운용 중인 과학화경계시스템이 여전히 사람의 개입을 상당 부문 필요로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AI 도입은 진일보한 개념이라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2016년 12월 정식으로 도입된 지금의 GOP 과학화경계시스템은 열상감시장비(TOD), 카메라, 광망 등을 활용하지만, 의심되는 이상징후의 힌트를 주는 역할에 그친다.
판단은 결국 사람 몫이다. 장병들은 24시간 내내 유사시 상황을 구분해내기 위해 모니터를 뚫어져라 응시하면서 강풍이나 새떼가 날아오를 때도 반응하는 광망의 오경보에도 온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보니 때로는 빈틈이 생기고, 이는 경계 실패로 이어지기도 한다. 군 관계자는 “모니터를 육안 감시할 때 생기는 한계를 다룬 해외 연구 사례도 있다”며 “모니터를 12분 이상 주시할 때 움직이는 물체를 놓칠 확률이 45%, 22분 이상 주시할 때는 95%로 나타났다고 한다”고 말했다. 결국 보완책으로 상황실에 추가 인력이 투입될 때도 있는데, 결과적으로 ‘과학화’라는 수식어가 무색해진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AI 경계센터에선 카메라와 AI가 경계작전의 감시·감지·탐지·식별·추적까지 담당하게 된다. 비결은 영상분석서버의 ‘학습 능력’에 있다. 군 당국은 이번 시범사업 과정에서 해당 장비에 180만 건의 군 관련 데이터, 20만 건의 사단 실지형 데이터를 입력할 계획이다. AI가 무장공비 침투부터 귀순 시도, 짐승들의 이동 등 다양한 전방 시나리오를 섭렵하게 된다. 이를 기반으로 영상분석서버는 사계절 기상 등 외부 요소까지 함께 고려해 움직이는 물체가 사람인지 동물인지는 물론이고, 아군인지 적군인지까지도 구분해낼 수 있다고 한다.
AI의 가세로 자연히 더욱 촘촘한 경계망이 구축될 수 있을 것으로 군 당국은 기대한다. 예컨대 2015년 목함지뢰 사건, 2020년과 2022년 점프귀순 사건 등 과거 경계 실패 사례를 놓고 봐도 AI가 사람의 능력을 보완할 여지가 적지 않다는 의미다. 특히 점프귀순 사건의 경우 CCTV와 TOD가 이를 포착했지만 사람도, 기계도 이상 상황 여부까지는 식별해내지 못했다.
기존 GOP 상황실에 비교해 AI 센터 내 운용 인력이 줄어든 점도 주목할 만했다. 센터의 비디오 월 앞 1열에는 3개 좌석이 마련됐다. 여기 앉게 될 3명은 각기 3㎞씩 경계 구간을 책임진다. 현재 GOP 상황실에선 상황간부를 포함해 5~7명이 해당 구간을 들여다보고 있다. 다시 말해 AI의 능력을 빌리면 5~7명이 하던 임무를 1~2명이 할 수 있다.
2열에는 나머지 첨단장비를 다루는 인력이 투입된다. TOD, 근거리 감시레이더, 수풀 투과 레이더, 이동식 레일 로봇이 보내는 정보 등이다. 1열의 영상 정보를 보완하는 일종의 다중 경계체계다.
군 당국은 시범사업이 진행되는 1년 6개월 동안 현재 1개 대대가 맡고 있는 10여㎞의 경계작전 임무를 1개 중대가 얼마나 꼼꼼하게 수행할 수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시험할 방침이다. 시범사업을 확대해가면서 보완점 등을 마련하고 2030년대 정식 운용에 들어가겠다는 게 군 당국의 목표다. 국방부 관계자는 “AI 활용으로 경계의 질적 향상뿐 아니라 소요 병력의 획기적 감소와 작전 병력의 피로도 급감 등 경계작전의 혁신을 꾀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향후 확대 시범에선 무인 체계에 의한 타격까지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경기 연천=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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