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AI 자동차' 선언…폭스바겐 "챗GPT 넣은 차 만든다" [CES 2024]

임주리 2024. 1. 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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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모빌리티와 반도체가 올해 미국 ‘소비자가전쇼(CES) 2024’에서 인공지능(AI)의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송창현 현대차 SDV 사장이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CES 2024' 미디어데이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그룹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하는 'CES 2024’. 로레알·월마트 같은 전통 소비재·유통 글로벌 기업들이 기존 산업에 AI를 얹은 전략을 잇달아 예고한 가운데, 전 세계 반도체·모빌리티 기업들이 AI 시장을 노린 신제품과 신기술을 대거 공개하며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일상 곳곳에 침투한 ‘생성 AI’를 자동차에 이식해 모빌리티 경험을 혁신하려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AI 시대 필수 인프라 기술을 쥔 반도체 거물들이 그 최전선에 있다.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8일(현지시간) 주요 기업들이 미디어 데이 행사를 진행한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 현대차·기아 행사장 인근에 독일 완성차 업체 폭스바겐의 무대가 차려졌다. 현대차가 AI를 활용한 다양한 기능을 탑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로의 전환을 선언할 때, 폭스바겐은 대화형 생성 AI인 챗GPT를 탑재한 차량을 당장 2분기부터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자사 음성 비서인 'IDA 음성 어시스턴트'에 챗GPT를 통합하는 방식이다. 회사는 “챗GPT를 표준 기능으로 제공하는 첫 대규모 제조 업체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현대차 미디어 데이 행사장에 참석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 현대차그룹


또 다른 독일 완성차 업체 벤츠와 BMW 역시 ‘음성 비서’로 도전장을 내민다. 벤츠는 운전자의 감정을 읽고 소통할 수 있는 ‘MBUX 가상 비서’, BMW는 아마존과 함께 '음성 보조 LLM'을 선보인다. 일본 혼다와 소니가 합작한 ‘소니 혼다 모빌리티’도이날 2026년 출시 예정인 전기차 아필라에 생성 AI 기반의 음성 비서를 탑재한다고 발표했다. 챗GPT 개발사 오픈AI에 투자한 마이크로소프트(MS)와 함께 개발한다.

AI를 등에 업고 신발끈을 조이는 건 자동차 제조업체들 뿐이 아니다. 자체 생성 AI 바드를 서비스 중인 구글은 이번 CES에서 음성으로 차량을 제어하고 작동시킬 수 있는 '안드로이드 오토'가 적용된 차량을 전시한다. MS도 네덜란드 내비게이션 업체 톰톰과 공동 개발한 차량용 AI 비서를 공개한다. 삼성전자도 현대차그룹과 AI를 중심으로 한 협업 모델을 발표했다. 삼성전자의 사물인터넷 플랫폼 ‘스마트싱스’를 통해 현대차그룹의 차량을 작동시킬 수 있는 ‘홈투카·카투홈 서비스’다. 자동차에서 집안의 공기청정기를 작동시키는 식이다.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열린 삼성전자의 프레스 콘퍼런스에선 현대차그룹과 함께하는 ‘홈투카·카투홈 서비스’ 파트너십이 소개됐다. 권해영 현대차·기아 인포테인먼트개발센터장(상무)는 삼성전자 프레스 콘퍼런스 무대에 올라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이 새로운 흥미진진한 AI 협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고석현 기자


엔비디아·AMD 신형 AI 칩 공개
CES의 또 다른 경쟁 무대는 AI 반도체다. 8일 오전 GPU 시장 선두주자 엔비디아와 후발주자 AMD가 나란히 PC용 AI 최신 칩을 공개하자, 블룸버그는 “AI PC시장 리더십을 놓고 경주가 시작됐다”라고 보도했다. 딜로이트에 따르면, 생성 AI 전용 반도체 칩 시장 규모는 2024년 51조원 수준에서 2027년에는 519조원으로 3년 새 10배 이상 커질 전망이다.

올해 처음으로 CES에 부스를 차린 엔비디아는 이날 CES 2024에서 공개할 기술을 선공개했다. 언어 및 이미지 AI 모델의 속도를 높이는 슈퍼 그래픽 카드 라인, 게임용 아바타 서비스 등이다. AMD 역시 AI 기능에 중점을 둔 데스크톱 컴퓨터용 신형 프로세서를 선보였다. 엔비디아와 AMD 모두 클라우드가 아닌 기기 자체에서 AI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는 ‘온디바이스 AI PC’시장을 공략한다.

8일 엔비디아가 공개한 CES 프리뷰 영상에서 디푸 탈라 로보틱스 및 엣지 컴퓨팅 부문 부사장이 AI와 로보틱스의 통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엔비디아


AI 칩 회사들의 손길은 PC에 그치지 않는다. 엔비디아는 이날 엔비디아의 AI 기술이 로보틱스와 모빌리티에 적용된 사례도 소개했다. 이날 엔비디아의 CES 신제품 소개 영상에는 현대자동차 자회사인 보스톤다이내믹스의 말하는 로봇 개 ‘스팟’, 일본 업체 NTT의 밥 차리는 로봇 등이 소개됐다. 이들 로봇이 엔비디아의 AI 로봇 개발 플랫폼 ‘아이삭’을 이용해 개발됐다는 것.

올해 CES의 모빌리티 업체들이 선보이는 기술 중 상당수가 엔비디아의 AI 칩을 쓰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이번 CES 도중 진행되는 기자간담회에서 엔비디아의 차세대 시스템온칩(SoC)을 사용하는 자율주행차를 발표할 예정이고, 아마존 자회사인 자율주행업체 죽스는 엔비디아 기술로 달리는 특수 목적 로봇택시를 CES 기간동안 라스베이거스에서 운행한다. AI 시장을 노리는 기업들의 필수재 공급처로 올라선 엔비디아는 유통, 데이터분석, 모빌리티 등 다양한 분야의 14개 세션에서 자사 기술을 소개할 예정이다.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 ‘SK하이닉스 AI 미디어 컨퍼런스’ 행사장에서 곽노정 대표이사 사장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 SK하이닉스


이같은 엔비디아의 영토 확장에 반도체 회사들도 발걸음이 빨라졌다. 인텔은 CES에서 AI PC용 칩과 인텔의 SDV인 ‘인텔 오토모티브’ 등을 전시 및 시연한다. SK하이닉스는 이날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AI의 원동력, 메모리 반도체’를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고객 맞춤형 메모리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AI 기술과 시스템 반도체가 빠르게 발전하며 AI가 적용되는 분야가 다양해졌고 고객 요구도 다변화되는 만큼, 이를 충족하는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것.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는 “좀 더 AI 특화된 고객 요구를 충족하기 위한 특별한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라스베이거스=임주리·심서현·고석현·여성국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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