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장벽 믿고 병력 뺐다가, 허찔린 이스라엘…만능은 아니다 [AI 미래철책]
군이 진행 중인 ‘인공지능(AI) 활용 경계작전 혁신체계’ 도입은 나날이 발전하는 AI 기술을 안보에도 적용하자는 획기적 발상이지만, ‘AI 만능론’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최첨단 장비라도 오작동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교전 중인 적대 국가’로 재규정하고, 핵무력까지 동원한 남한 점령 준비를 지시한 가운데 전방 경계 상당 부분을 ‘기계’에 맡기는 데 대한 불안감이 상존한다. 인간이 아닌 AI가 예상치 못한 문제를 일으켰을 경우 책임 소재를 두고 논란이 일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경계 병력을 줄이는 데만 집중하다 AI나 최첨단 시스템에 지나치게 의존해 본말이 전도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작전에 속절없이 당한 이스라엘의 사례가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이스라엘이 허를 찔린 데는 정보전 실패와 정치적 판단 착오 등 다양한 원인이 작용했지만, 이스라엘 언론들은 특히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경계에 설치된 장벽인 ‘아이언 월(iron wall)’이 무용지물이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2014년 ‘50일 전쟁’ 당시 하마스의 땅굴 침투 능력에 놀라 3년 반에 걸쳐 11억 달러를 들여 아이언 월을 마련했다. 원격조종 카메라와 레이더 장치, 원격 기관총 등 첨단 장비를 갖춰 ‘스마트 펜스’로 평가받았지만, 하마스의 불도저와 패러글라이더 공격에 무너졌다.
당시 이스라엘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스라엘이 국경 경계 작전을 아이언 월에 지나치게 의존한 데 주목했다. 아이언 월의 기능을 믿고 가자지구 접경지역 경계 병력의 상당수를 서안지구로 옮겼다는 것이다. 실제 남부 키부츠의 인명 피해는 접경 경계의 첨병인 초소가 무너지며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하마스는 원격 조종 드론 폭탄을 이용해 아이언 월을 통제하는 감시탑을 파괴했다. 통신망을 마비시킨 뒤에는 자유자재로 장벽을 넘나들며 이스라엘인을 살해하고 납치했다.
전방 경계에 AI를 활용해 경계 병력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것과는 별개로 ‘사람이 하는 일’의 선을 명확히 정해 허점이 없도록 방비해야 한다는 조언도 그래서 나온다. 감시 및 식별 이후 타격 임무에 병력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또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군 당국도 AI가 보조적인 장치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인공지능 경계시스템'은 결국 고도로 숙달된 인원에 의해 운영될 수밖에 없다”며 “지휘관 및 참모조직의 판단 및 결심에 의해 최종 상황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적화해 설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경계작전에 대한 개념 자체를 바꿀 때라는 의견도 나온다. 지금은 철책 ‘선(line)’이 경계작전의 방어 기준인데, 이를 ‘구역(zone)’ 개념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적이 선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집착하다 보면 철책선 전체를 꼼꼼히 방어하기 위해 장비와 병력을 무한정 투입해도 결과적으로는 경계 실패로 이어지는 경우가 생긴다. 하지만 개념을 구역으로 바꿔 설령 적이 선을 넘더라도 안전 구역 내에서 골든타임 안에 신속하고 확실하게 격퇴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면 오히려 최종적 방어 능력은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방종관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전력개발센터장(예비역 육군 소장)은 “철책 방어에 치중하다가 우리 군의 전체적인 사고, 노력, 역량이 경계작전에 매몰될 수 있다”며 “군의 주력이 미래 위협에 대비하도록 역량을 키우는 데도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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