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주 칼럼] 교직의 위기, 공교육의 위기

한승주 2024. 1. 10.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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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고시 바늘구멍·교권침해
심각, 인기많던 교대의 몰락

인구 줄어 신규 임용 준 만큼
교대 신입생 정원 축소해야

한 교실에 교사 2명을 배정해
교육의 질 높이는 방안 어떤가

국가 미래 위해 교권 지키고
공교육 바로 세우는 일 중요

이과에서 의대 가듯 문과에선 교대 가던 시절이 있었다. 교사는 방학이 있고 퇴직 후 연금을 많이 받는 안정된 직업이고, 무엇보다 사회적으로 존중받았다. 초등학생 장래희망과 배우자 직업 선호도에서도 줄곧 상위권이었다. 그래서 ‘전교권’ 문과생들이 연고대를 마다하고 지방 교대까지 진학하던 게 불과 몇 년 전 일이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2024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전국 10개 교대 수시 미충원 인원이 지난해 492명에서 738명으로 크게 늘었다. 특히 교대의 간판 격인 서울교대의 수시 미충원 비율은 80.5%에 달했다. 185명을 선발할 계획이었지만 36명밖에 뽑지 못했다.

교대 인기가 확 식은 것이다. 교대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맞출 수 있는 성적의 학생들이 교대 대신 다른 학교를 지원해서다. 교대를 졸업해도 임용고시 합격하기가 바늘구멍인 데다 교사가 되어도 교권침해가 심각하다는 인식이 불거져서일 것이다. 교대의 몰락은 교직의 위기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바늘구멍 임용고시부터 보자. 학령인구가 급감해 올해 전국 초등학교 입학생은 처음으로 30만명대로 전망됐다. 더 큰 문제는 감속 속도가 가파르다는 건데 2년 후에는 20만명대로 줄어든다고 한다. 자연스레 초등교사 신규 임용도 수년에 걸쳐 확 줄었는데 이마저도 3년 내에 현재의 27%를 더 줄일 예정이다. 지난해 서울지역 초등교사 임용고시 정원은 100명이었다. 서울교대 정원이 약 400명이니 단순 계산해도 300명은 그해 임용고시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취업 측면에서 미래가 밝지 않다. 그러다 보니 지난해 교대 자퇴생이 500명에 이른다.

신규 임용 교사 수가 줄면 교대의 정원도 줄여야 마땅한 일인데 전국 교대 정원은 13년째 그대로이니 이 또한 문제다. 학생 수가 대학 재정과 연관되기 때문에 학교 측의 반대가 심해서이다. 하지만 그냥 손 놓고 있을 일이 아니다. 적정한 수준의 교대 신입생 정원 축소, 전국 교대와 사대의 통폐합 논의 등이 시급하다.

교직의 위기를 불러온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교권침해다. 지난해 서울 서이초 교사의 사망을 계기로 세상에 드러난 교권 추락 현실은 충격이었다.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느라 교단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그래서 교직에 대한 사명감 대신 그저 직장인으로 전락한 교사의 모습은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도 참담한 일이다. 다행히 ‘교권보호 4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모든 게 해결된 건 아닐 것이다.

2011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은 새해 국정 연설에서 한국의 교사들을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직업이자 “국가 건설자”로 칭하며 찬사를 보냈다. 대한민국이 최단기간에 걸쳐 최빈국에서 산업화로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데는 교사의 역할이 컸다는 뜻이다. 그러나 지금 교사들은 존경은커녕 ‘학부모의 감정 쓰레기통’으로 전락했다고 자조적으로 말한다.

학교는 공부만 가르치는 곳이 아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며 사회생활을 배운다. 동네 아파트 평수는 달라도 같은 학교에서 같이 배우면서 계층 간의 갈등과 장벽도 사라진다. 공부보다 더 중요한, 평생을 갈 인성을 초등학교 때 배운다. 인구가 줄면서 아이 한 명 한 명이 더욱 소중해졌다. 이 아이들이 처음으로 맞닥뜨리는 공교육은 얼마나 중요한가.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는 교권을 지키고 공교육을 바로 세우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할 것이다. 이를 위해 한 교실에 정교사 부교사 개념으로 교사 2명을 배정하는 건 어떠한가.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줄어들면 교육의 질은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교사 1명이 아이 4~5명을 맡는다는 교육부의 ‘미래교육’ 목표에도 다가가는 길이다.

이제 3월이면 40만명에 가까운 아이들이 공교육 체계로 들어온다. 얼마 전 예비소집일에 초등학교를 찾은 아이들은 호기심 많은 눈동자를 굴리며 어떤 선생님을 만나게 될지, 학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궁금해했다. 예비 학부모도 설레긴 마찬가지다. 이들의 설렘과 기대가 봄부터 학년이 끝나는 겨울까지 계속되기를 바란다. 학생은 행복하고, 학부모는 안도하고, 교사는 보람 있는 곳. 그게 학교여야 한다. 공교육 세우기는 여기서 시작해야 한다.

한승주 논설위원 sj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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