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방글라데시, 두 여인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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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총선에서 지난 7일 승리한 아와미연맹(AL)은 '철의 여인' 셰이크 하시나 총리가 이끄는 집권당이다.
올해 76세인 하시나는 초대 대통령 셰이크 라흐만의 장녀다.
이후 AL 총재 하시나와 손잡고 민주화운동을 이끌어 7년 만에 독재자 후세인 무함마드 에르샤드 대통령을 몰아냈다.
지아는 봉고본두가 죽은 날에생일 파티를 열 정도로 하시나를 미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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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총선에서 지난 7일 승리한 아와미연맹(AL)은 ‘철의 여인’ 셰이크 하시나 총리가 이끄는 집권당이다. 올해 76세인 하시나는 초대 대통령 셰이크 라흐만의 장녀다. 라흐만은 봉고본두(뱅골의 친구)로 불리며 독립운동을 이끈 건국의 아버지다. 하시나는 25세인 1981년 AL 총재로 정치를 시작해 8선 의원이 됐고, 총리만 20년을 지냈다. AL의 최대 강적은 방글라데시민족주의당(BNP)이다. BNP 지도자는 75년 쿠데타를 일으킨 지아우르 라흐만 7대 대통령의 부인 칼레다 지아. 78세인 지아는 90년 하시나와 함께 시민혁명을 성공시켜 민주화의 상징이 됐다. 총리를 2차례 역임했지만 2009년 하시나에게 정권을 빼앗긴 뒤 지금껏 되찾지 못했다.
방글라데시 현대사는 이 두 여인의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아의 남편 라흐만은 75년 8월 15일 봉고본두와 그의 가족을 살해하고 권력을 잡았다. 하시나는 당시 영국 유학 중이었다. 그런데 대통령이 된 라흐만도 6년 뒤 쿠데타로 목숨을 잃었고, 지아는 남편의 복수를 외치며 BNP 당수로 정치에 뛰어들었다. 이후 AL 총재 하시나와 손잡고 민주화운동을 이끌어 7년 만에 독재자 후세인 무함마드 에르샤드 대통령을 몰아냈다.
민주화라는 대의를 앞세운 두 여인의 협력은 거기까지였다. 하시나에게 지아는 부모와 어린 남동생을 죽인 원수의 아내였고, 지아에게 하시나는 남편을 살해한 쿠데타 세력을 국외로 도피시킨 정적에 불과했다. 지아는 봉고본두가 죽은 날에생일 파티를 열 정도로 하시나를 미워했다. 이후 두 여인이 40년 넘게 권력을 양분하고 정치를 좌지우지했다. 여야 절대권력자가 원수 사이니 정권이 바뀌면 나라 전체에 피바람이 몰아쳤다. ‘두 여인이 방글라데시의 재앙’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왔지만 친인도계와 친파키스탄계로 양분된 정치 지형 속에 제3세력은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이제 막 산업화의 길을 걷기 시작한 방글라데시. 세계 최빈국에서 간신히 벗어나려는데 낡아빠진 정치가 발목을 잡고 있다.
고승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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