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이 도맡은 금융교육, 일회성 한계… 소수 학생만 혜택

신재희 2024. 1. 10.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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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전 여의도 금융감독원 9층 회의실.

방학임에도 새벽에 출발해 서울에 온 충남 청양군 청양고 1·2학년 남녀 학생 15명이 금융교육을 받고 있었다.

먼저 대부분 학생·학부모가 금융교육을 당장 받아야 하는 필요성을 못 느껴 교육 수요 자체가 부족하다.

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는 "초·중·고 금융교육은 대부분 일회성 방문 교육으로 학생들의 금융 이해력 제고에 필요한 교육 시간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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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한 금융교육, 빈곤의 시작] ② 공교육에 경제 없다
금융감독원 금융교육국 소속 강사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9층 회의실에서 충남 청양고 1·2학년 남녀 학생 15명을 대상으로 금융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지난 8일 오전 여의도 금융감독원 9층 회의실. 방학임에도 새벽에 출발해 서울에 온 충남 청양군 청양고 1·2학년 남녀 학생 15명이 금융교육을 받고 있었다.

강단에 선 금감원 소속 강사는 “오늘 강의는 경제·금융에 대한 이해를 통해 합리적 금융의사결정 능력을 키우는 방법과 함께 부의 증대가 왜 필요하고, 어떻게 부를 증대시킬 것인가도 고민해보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는 것이 힘’이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던졌고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강의는 경제 3주체(정부·기업·가계)를 시작으로 경기 사이클과 가계부채, 금리·주가·환율 등 거시경제, 금융상품 관련 설명 순으로 진행됐다.

학교 안 금융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현실에서 금융교육은 민간기관이 담당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주담당기관으로 업계·업권 협회들과 협업하는 형태다. 다만 어린이·청소년 대상 금융교육의 현실적인 한계는 적지 않다. 먼저 대부분 학생·학부모가 금융교육을 당장 받아야 하는 필요성을 못 느껴 교육 수요 자체가 부족하다. 특히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고교생에게 금융교육은 맨 후순위에 놓일 수밖에 없다.

금융교육이 이뤄져도 대부분 일회성에 그쳐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교육은 어렵다. 이날 강의를 진행한 금감원 강사도 “강의를 할 때마다 시간이 너무 짧다고 느낀다”며 “시간이 좀 더 주어지면 구체적 사례와 예시로 강의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강의도 시간 제약 탓에 상당 내용이 중간에 생략됐다. 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는 “초·중·고 금융교육은 대부분 일회성 방문 교육으로 학생들의 금융 이해력 제고에 필요한 교육 시간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2015년부터 ‘1사 1교 금융교육’을 도입하는 등 금융업계와 함께 교육 저변을 넓혀가고 있지만, 수혜 대상은 여전히 매우 적다. 투교협에 따르면 2022년 금감원의 학생 교육 인원은 연간 40만9000명 수준으로 전체의 7.8%에 불과했다.

그렇다 보니 금융교육에 관심 있는 학부모나 교사가 주변에 있는 학생만 교육 기회를 누릴 수 있고 나머지는 소외된다.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7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였던 금감원의 ‘FSS 금융교육 스쿨’도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고 적극적인 학부모들의 전유물이었다.

금융교육이 철저히 수요자 관점에서 이뤄진다는 비판도 있다. 금융 자체가 친숙하지 않고 어려운 분야인데, 강의 수준이 학생 눈높이에 안 맞는다는 지적이다. 한 고등학교 교사는 “용어 관련 이해에서부터 막히면 아이들은 흥미를 쉽게 잃는다”며 “일 방향식 강의보다는 게임·놀이를 활용하면 훨씬 낫지만, 아직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 금융 당국 관계자는 “공교육이 해야 할 금융 교육을 민간에서 도맡다 보니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나름 다양한 방면으로 금융 교육 방안을 발전시키고 있지만, 솔직히 이마저도 아직 ‘걸음마’ 단계 수준”이라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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