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오늘도 붕어빵을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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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지 머지않은 과거에 붕어빵은 열 개에 1000원이었다.
아파트 단지와 초등학교 사이 골목에 붕어빵을 파는 할머니가 계셨다.
할머니의 붕어빵 굽는 솜씨와 넉넉한 인심이 동네에 소문이 나서 항상 문전성시였고 굽는 족족 품절이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굽자마자 사라지는 붕어빵을 오매불망 바라보고 있으니 할머니는 손보다 마음이 더 바빴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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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지 머지않은 과거에 붕어빵은 열 개에 1000원이었다. 아파트 단지와 초등학교 사이 골목에 붕어빵을 파는 할머니가 계셨다. 할머니의 붕어빵 굽는 솜씨와 넉넉한 인심이 동네에 소문이 나서 항상 문전성시였고 굽는 족족 품절이었다. 특히 초등학교 하교 시간이면 가방 멘 꼬마들이 쪼르르 모여들었다. 어른 배꼽 높이에 올락 말락 한 머리를 빼꼼히 쳐들고 내 것은 언제 나오나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이 퍽 귀여웠다. 양은 주전자에 담긴 걸쭉한 반죽을 형틀에 붓고 숟가락으로 한 덩이 떠낸 팥앙금을 털어내는 시간은 얼마나 더뎠던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굽자마자 사라지는 붕어빵을 오매불망 바라보고 있으니 할머니는 손보다 마음이 더 바빴을 것이다. 붕어빵이 가득 담긴 봉투를 가슴팍에 안고 덤으로 내주는 붕어빵 하나를 손에 쥐면 사람들은 해맑은 얼굴로 잽싸게 골목을 벗어났다. 행여 품 안의 온기가 사그라들세라 후다닥 뛰어가는 아이와 어른들은 겨울의 일부였다.
정겨운 추억이 있어서인지 한겨울이 되면 갓 구운 붕어빵이 먹고 싶어진다. 길을 걷다 주황색 천막 지붕이 눈에 띄면 1년 만에 만난 친구처럼 반가웠다. 얼마 전 작업실 앞 공원에 산책하러 나섰다가 붕어빵 노점을 발견했다. 사람들이 복작복작하게 모여 있는 것이 맛집이 틀림없었다. 붕어빵 굽는 고소한 냄새가 스산한 겨울 공기를 비집고 퍼져 나왔고 바삭바삭한 식감과 달짝지근한 맛이 절로 떠올라 허기가 없어도 군침이 돌았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듯 뽀로로 달려가 ‘팥 3000원어치만 주세요’ 말한 게 몇 번째인지 모른다. 가히 최면에 버금가는 붕어빵 냄새다.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언감생심 덤까지 바랄 수야 없지만 부담 없이 맛보는 든든함만큼은 여전한 겨울철 최고의 간식이다. 오늘은 슈크림 맛에 도전하려고 한다. 지갑을 열어 지폐가 몇 장이 있나 세어본다. 겨우내 지갑 속 비상금은 붕어빵 차지다.
함혜주 이리히 스튜디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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