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잡겠다는 할당관세, ‘주범’ 사과·배 제외… 생색내기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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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21개 수입 과일 품목의 관세를 할인하기로 했지만 실제로는 큰 도움이 안 될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과일 물가를 크게 끌어 올린 사과, 배 등의 품목은 수입 자체를 하지 않고 있는 탓이다.
정부는 사과와 배 등 품목은 '동식물 위생·검역(SPS조치)'을 통과하지 못해 수입이 불가능하므로 할당관세 대상에 포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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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과일 시장은 독과점 형태
가격 인하 효과 없어… 실효성 의문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21개 수입 과일 품목의 관세를 할인하기로 했지만 실제로는 큰 도움이 안 될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과일 물가를 크게 끌어 올린 사과, 배 등의 품목은 수입 자체를 하지 않고 있는 탓이다. 물가를 끌어내리는데 큰 효과가 있을 것처럼 정책을 발표했지만 ‘생색내기’에 그칠 수 있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9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과일을 지칭하는 ‘과실류’로 분류되는 품목은 19개다. 이 중 지난달 물가가 1년 전보다 가장 많이 오른 품목은 사과(54.4%)다. 이어 복숭아(44.4%) 수박(34.1%) 배(33.2%) 순으로 과일 물가를 끌어올렸다.
해당 품목은 모두 물가 안정 정책 대상에 빠져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4일 발표한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수입 과일 21종에 대해 관세율을 낮추는 긴급 할당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 중 과일 가공식품 15종을 제외한 신선 과일은 6종이다. 바나나 파인애플 망고 오렌지 자몽 아보카도가 할당관세 적용 대상에 올랐다. 다른 품목에 비해 과일 물가 상승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품목이다. 파인애플과 오렌지의 지난달 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16.9%, 16.6% 오르기는 했지만 소비가 많이 일어나는 품목이라고 보기 힘들다. 두 품목보다 소비가 상대적으로 많은 바나나도 5.8% 오른 데 그쳐 최근 과일 물가 상승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할당관세 대상에 오른 망고의 지난달 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5.2% 되레 감소했다.
정부는 사과와 배 등 품목은 ‘동식물 위생·검역(SPS조치)’을 통과하지 못해 수입이 불가능하므로 할당관세 대상에 포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장치가 국내 농가를 보호하기 위한 수입 장벽 아니냐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18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신선과일은 대부분 품목에 대해 국내에 존재하지 않는 병해충을 근거로 대부분 주요 수출국을 수입금지지역으로 지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물가를 낮추겠다면서 수입 장벽은 유지하고 있어 물가를 잡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할당관세 자체에 대한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수입 과일 시장은 외국기업인 돌, 델몬트 등이 독과점하고 있다. 정부가 관세를 깎아줘도 딱히 가격을 내릴 유인이 없다. 지난달까지 할당관세를 적용했던 수입 과일들은 여전히 비싼 가격을 유지 중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8일 소매가 기준 파인애플, 바나나 가격은 각각 1년 전보다 18%, 7% 높게 형성돼 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경제정책방향은 전체적인 틀을 짜는 것이어서 사과 배 등 품목을 일일이 다 담을 순 없었다”며 “성수품 물가안정 위해 준비 중인 설 민생대책에 포함시킬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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