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우유팩·멸균팩 ‘종이팩’으로 묶어 수거… 재활용률 높인다

박상은 2024. 1. 10.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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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유리병, 캔, 플라스틱처럼 '종이팩'을 별도로 분리배출·수거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종이팩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환경부는 2021년 말부터 지난해까지 4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우유팩과 멸균팩을 따로따로 분리배출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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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팩 재활용률 35% → 13%로 하락
우유팩-종이 같이 수거하는 대신
캔·유리병처럼 별도 분리 배출 검토
종이팩.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유리병, 캔, 플라스틱처럼 ‘종이팩’을 별도로 분리배출·수거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종이팩은 통상 우유팩으로 불리는 일반팩과 내부에 알루미늄 코팅이 돼 두유·주스팩으로 사용되는 멸균팩으로 나뉜다. 그동안 종이류로 배출하던 우유팩과 멸균팩을 ‘종이팩’으로 묶어 따로 배출해 재활용률을 높이자는 취지다.

9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환경부는 현재 분리수거 체계상 ‘종이류’인 종이팩을 별도 수거 품목으로 지정하는 분리수거 지침 개선안을 검토 중이다. 상대적으로 재활용이 어려운 멸균팩 소비 증가로 전체 종이팩 재활용률이 10%대로 떨어지면서 수거 체계를 개선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국내 종이팩 출고·수입량은 2000년대 초반부터 6만~7만t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중 멸균팩의 비중은 2014년 25%(1만6700t), 2018년 32%(2만3000t), 2022년에 45%(3만2100t)로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펄프가 주원료인 종이팩은 휴지나 포장재로 재활용할 수 있는 고품질 자원이다. 다만 종이팩 중 내부가 알루미늄으로 코팅된 멸균팩은 일반 우유팩과 다른 재활용 공정을 거쳐야 한다. 멸균팩만 별도 수거·선별하면 해결되는 문제지만, 한국은 우유팩에 맞춰져 있는 재활용 체계가 개선되지 않아 멸균팩이 ‘골칫덩이’로 전락한 상황이다. 우유팩과 뒤섞인 멸균팩이 오히려 재활용 품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2013년 35%였던 종이팩 재활용률은 2022년 13.7%까지 하락했다. 종이팩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환경부는 2021년 말부터 지난해까지 4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우유팩과 멸균팩을 따로따로 분리배출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가정에서 종이팩을 우유팩과 멸균팩으로 일일이 구분하기 어렵고, 분리배출 과정이 번거로워 회수된 멸균팩은 전체 종이팩의 1%에 불과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수거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어 시범사업을 확대하지 않고 종이류에서 종이팩을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라며 “전문가 협의체 논의 등을 거쳐 올 상반기 안에 지침을 개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이번 달부터 실시된 멸균팩의 ‘재활용 어려움’ 표기에 대해서도 한국멸균팩재활용협회 등과 표기를 면제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환경단체는 멸균팩 수거 체계를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재활용 어려움’을 표기하는 것은 오히려 재활용 의지를 꺾는 것이라고 지적해왔다. 환경부 관계자는 “(생산자가) 자체적으로 역회수 체계를 갖추고 재활용 실적이 일정량 이상이면 표기를 면제하는 방법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멸균팩은 이미 생산자가 재활용 분담금을 내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에 들어가 있어 재활용을 해야만 하는 품목”이라며 “캔이나 유리병처럼 보편적인 분리배출 체계에 포함하고 아파트에 ‘종이팩’ 수거함을 둔다면 선별을 통한 재활용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전했다.

세종=박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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