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그 선한 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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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된 뒤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의 '선한 능력으로'라는 찬송이 입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묵묵히 저와 여러분을 지지하며 신뢰하고 함께 걸어온 그 힘들이 바로 우리를 둘러선 선한 힘들입니다.
사람들 속에 존재하는 모든 불의와 악을 막아내고 우리를 보호하는 천사 같은 사람이라면 그가 바로 선한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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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된 뒤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의 ‘선한 능력으로’라는 찬송이 입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1절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그 선한 힘에 고요히 감싸여 그 놀라운 평화를 누리며, 나 그대들과 함께 걸어가네 나 그대들과 한 해를 여네” 2024년 새해를 시작하면서 우리도 이렇게 노래할 수 있을까요.
이 찬송이 특별한 이유는 1944년 추운 겨울, 38세의 젊은 목사 본회퍼가 독일 베를린의 비좁은 감옥에서 지은 시이기 때문입니다. 2차 세계 대전이 한창이던 그때 베를린은 하루에도 몇 번씩 공중 폭격을 당했고, 지하 감방에 수감된 사람들은 희망 없이 무력해질 대로 무력해집니다.
본회퍼 목사는 그곳에서 1년 반 동안 투옥돼 석방에 대한 희망은 고사하고 언제 총살당할지 모르는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그는 단순한 수감자가 아니라 히틀러 정부에 반대하는 반국가 정치범으로 모진 고문과 모욕을 그 안에서 당해야만 했습니다. 상황은 점점 더 안 좋아졌습니다.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무엇보다 약혼녀 마리아 폰 베데마이어가 그를 빼내려고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다 허사였습니다.
이런 절망적인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는 투옥 중인 본회퍼 목사 자신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감옥 안에서 당하는 그런 모욕과 위험에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함께 투옥된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격려하는 목회자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1년 반을 베를린 지하 감옥에 있다가 1944년 12월 19일 성탄을 바로 앞에 두고 약혼녀 마리아에게 편지를 쓰는데 그때 보낸 편지에 ‘선한 능력으로’라는 노래의 가사가 등장합니다.
이 글에서 본회퍼 목사는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불확실한 미래를 내다봅니다. 그러나 그는 불빛 하나 없는 차가운 감옥에서 불안에 떨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는 지금 선한 힘에 고요히 감싸여 놀라운 평화를 누리며 새해를 기다린다고 글을 씁니다.
도대체 이런 상황에 이리도 평안하게 만드는 그 선한 힘, 그를 둘러싼 선한 힘은 누구일까요. 너무 성급히 하나님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 모두 이 선한 힘을 모른다고 할 수 없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묵묵히 저와 여러분을 지지하며 신뢰하고 함께 걸어온 그 힘들이 바로 우리를 둘러선 선한 힘들입니다.
이 선한 힘은 우리의 부모, 자녀일 수도 있고 형제자매나 친구일 수도 있습니다. 의사 경찰관 기자 또는 교사와 목사, 이웃일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 속에 존재하는 모든 불의와 악을 막아내고 우리를 보호하는 천사 같은 사람이라면 그가 바로 선한 힘입니다. 도움이 필요할 때 이기심 없이 자연스럽게 그 자리에 서 있는 사람, 기도로 지지하며 선한 마음으로 조언하는 사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지 않고도 챙겨주는 사람들이 바로 선한 힘입니다.
이 노래를 중얼거리며 다짐하고 또 다짐합니다. 내가 누군가를 위한 선한 힘이 되겠다고 말입니다. 마지막 후렴구를 한 번 더 진지하게 되새김합니다. “주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셔 하루 또 하루가 늘 새로워.”
2024년 매일의 삶이 항상 평탄할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믿음 안에서 서로를 위한 선한 힘이 되길 힘쓴다면, 우리 사는 자리가 조금 더 안전하고 미소 가득한 세상이 될 것입니다. 주님께서 우리의 하루하루를 새롭게 만들어 가십니다.
최주훈 중앙루터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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