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도 우주항공청 시대, 민간 주도의 도약 물꼬 터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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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NASA, 법 통과로 5월께 사천서 첫 출범
부처 이기주의·규제 혁파해 성장 생태계 조성을
한국판 NASA로 불리는 우주항공청을 설치할 특별법이 어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가우주위원장을 총리에서 대통령으로 격상하는 내용을 담은 우주개발진흥법 개정안과 함께였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4월 총선 전에 여야 합의로 마무리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2022년 11월 윤석열 대통령이 우주경제 로드맵을 직접 발표하고, 우주항공청의 역할을 강조한 지 1년2개월 만이다. 우주항공청은 이르면 5월 경남 사천에서 출범할 예정이다. 여야는 그간 우주항공청을 경남 사천과 대전 중 어디에 둘 것인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로 할 것인지, 대통령 직속으로 할 것인지 등의 사안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해 왔다.
이날 통과된 법에 따르면 우주항공청은 과기정통부 소속으로 두지만, 국가우주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격상해 위상과 기능을 강화하고 우주항공에 대한 감독 기능도 부여한다. 또 다른 쟁점이었던 연구개발(R&D) 기능은 청 산하에 항공우주연구원과 천문연구원을 두는 방식으로 풀었다.
우주항공청은 국내 과학기술계와 관련 산업계의 숙원이었다. 우주의 영역이 단순한 탐구·탐사의 대상을 넘어 산업과 국방·외교 등 전 영역으로 확대되고, 민간이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New Space)의 시대로 빠르게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스페이스X와 같은 민간 우주기업이 군집위성을 통해 우주인터넷 네트워크를 만들고, 달을 넘어 화성까지 탐사하는 시대가 됐다. 우주쓰레기를 청소하는 스타트업과 정부 도움 없는 민간 무인 달착륙 시도 기업들이 외국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다. 우리 KAIST에서 기술을 배워 간 아랍에미리트(UAE)가 화성 탐사에 도전하고, 인구 64만 명에 불과한 룩셈부르크에서 우주 천연자원 탐사 생태계를 주도하는 시대다.
반면에 우리의 현실은 초라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우주 계획이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했다. 우주 관련 국제회의에 참석한 관료와 연구자는 우주청도 없는 국가라고 무시당해야 했다. 몇 안 되는 국내 우주 스타트업들은 발사장을 찾지 못해 브라질로, 제주 어촌의 방파제로 헤매고 다녀야 했다. 국산 기술로 우주발사체인 누리호를 쏘아올리며 ‘7대 우주강국’을 자처해 왔지만, 돌아보면 우물 안 개구리 신세였다.
한국형 NASA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우주항공청 설립의 의미는 ‘뉴 스페이스 시대 속 살아남기’다. 연구자와 산업계가 정치권과 관료의 말 한마디에 흔들리는 관 주도 시대를 답습한다면 미래는 없다. 우주항공청은 부처 간 이기주의를 극복·조율하는 컨트롤 타워의 역할을 넘어 출연 연구소들과 대학의 기술이 민간 기업으로 확산되고 관련 규제의 족쇄를 풀어 비약적 성장이 가능한 생태계를 마련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이젠 우주로의 도약이 미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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