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부동산 PF ‘뇌관’ 제거해 연쇄 폭발 막아야
“올 것이 왔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 사실이 지난해 12월 28일 발표되자 관련자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금융 및 부동산 시장에서는 상당히 오래전부터 관련 기업에 대한 여러 소문이 돌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지난 2022년부터 도급 순위 100위권 이하 시공사의 법정관리 및 부도가 증가하던 상황에서 이들 작은 파도들이 모이면서 쓰나미가 될 것이라는 공포가 지난해 내내 맴돌았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이 큰 쓰나미로 전환될지 아니면 꽉 막힌 부동산 관련 금융 상황을 뚫을 새로운 전환점이 될지는 앞으로 정부와 시장 참여자들의 대응에 달려 있다. 긴급한 뇌관 제거 조치와 함께 연쇄 폭발을 막는 적극적인 사전 조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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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영건설 워크아웃 발등의 불
시장엔 여전히 다수 뇌관 존재
당국, 상황 따라 적극 대응해야
」
지금 한국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은 해당 사업장 및 수분양자뿐 아니라 시행사·건설사와 그 하청업체, 그리고 관련 금융기관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이것이 관련 시장 전체를 옥죌 수 있는 매우 취약한 구조다. 선진국의 부동산 PF가 해당 사업장에 한정한 ‘비소구 금융’ 성격으로 발달한 것과 달리 한국의 부동산 PF는 한 사업장의 문제가 전체 시장으로 전이될 수 있는 구조다. PF 사업장들의 문제가 누적돼 대형 건설사가 위태로울 때는 정부 당국과 채권단이 힘을 합쳐 긴급 대응하고 과도한 불안 심리의 확산을 막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정부 당국과 금융 시장에 당황한 기색은 일단 없어 보인다. 2022년 레고랜드 사태 때 강원도의 2050억원 채무 보증이 중앙정부의 ‘50조원+알파’ 회생 계획으로 이어진 뼈아픈 경험을 했기에 사전 준비와 초기 대응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어서다. PF 부실기업의 재무 위험이 오래전부터 거론됐고, 시장과 정책 당국은 이에 대비해왔다.
지난해 소강기를 거치면서 대부분의 대형 건설사들이 위험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정부가 강한 정책 대응 의지를 표명하고 있어 이번 사태가 전체 금융 시스템으로 전이될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다. 그러나 시장에는 여전히 다수의 뇌관이 남아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의 뇌관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에 대한 이행약정 체결이 신속하고도 원활하게 추진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태영건설 대주주의 자구 노력에 대한 의구심이 퍼지고 이해당사자들 사이에 치열한 기 싸움이 전개되는 모습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칫 부동산 및 금융 시장 전체 시스템이 경직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어서다.
다수의 PF 사업장들과 중소형 건설사의 부도 위험, 그리고 시장에서 우려하고 있는 몇몇 대형 건설사의 재무적 위험성이 내재해 있다. 많은 뇌관을 동시에 제거해야 하는 상황이 언제든지 닥쳐올 수 있다. 지난해 큰 폭탄이 터지지 않은 것은 단기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회복했고, 금리 상승 속도가 다소 둔화했기 때문이다.
이런 두 변수가 올해에도 비슷하게 유지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번에 첫 뇌관을 신속하고 안전하게 제거하지 못할 경우 파장이 클 것이다. 자금시장 불안이 확산하고 부동산 건설 시장이 위축될 수 있으며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우려가 커질 것이다.
고물가와 고금리, 경제 저성장의 위험이 상존하는 만큼 다수의 뇌관을 제거해야 할 시점이 올 수도 있다. 정부 당국과 시장은 이에 대해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금융 당국은 부동산 및 금융 시장 안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지속해 표명하고, 시장 상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해야 한다. 시나리오별 대응 계획을 수립해 필요시 뇌관을 신속히 제거해야 한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하는 비상경제 점검 회의에 지난주엔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까지 합류해 태영건설 문제를 논의했다고 한다.
수요는 양으로 나타나지만, 그 뒤에는 심리가 있다. 주택건설 산업이 위기에 처한 상태에서 공급 목표를 서둘러 달성하려 할 때 위기가 지속하고 연쇄폭발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올해 주택공급 물량 목표 달성을 위해 조급해하지 말고 단위 PF 사업장의 옥석 가리기와 단기 유동성 문제 해소에 집중하길 바란다. 이럴 때일수록 시장은 공포감에 휩쓸리지 말아야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최창규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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