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이대남을 전위부대로 동원? 난 여성징병제엔 반대" [박성민 정치의 재구성]
노무현으로 정치 배운 4050처럼
20대는 이준석으로 정치 배웠으면
어르신에 이쁨받는 게 무슨 의미
'키즈' 넘어 다른 방식 성공 보여야
국힘·민주 20대 몰라 참사 되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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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정치는 표 얻는 기술로 전락한 지 오래입니다. 공익보다 사익을 앞세운 정치인들이 야기한 극심한 갈등은 국민을 좌절케 하고 나라를 퇴행시키고 있습니다. 박성민 정치 컨설턴트가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정치의 재구성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정치인들을 만나 그들의 진단과 해법을 들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에 이은 두 번째 인물은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입니다. 국민의힘 탈당 직전인 지난해 12월 1일과 26일 두 차례, 그리고 27일 탈당 선언 후 전화 인터뷰까지 6시간 넘게 이어진 인터뷰에서 이 위원장은 '정치의 재구성'을 묻는 말에 "우리 사회가 누적된 갈등 총량을 버티기 어려운 단계에 왔다"며 "무슨 주제든 성역 없이 토론해야 풀 수 있고, 그게 젊은 세대 방식"이라고 했습니다. 다음 주 인터뷰는 탈당 최후통첩을 한 더불어민주당 비명계 모임 '원칙과 상식'의 조응천 의원입니다.
인터뷰 주요 내용을 ▶보수 몰락의 원인 진단과 관료 동일체에 대한 문제 제기 ▶대한민국 정치 혁신을 위한 신당의 지향점 ▶세대와 젠더 갈등 해법, 크게 셋으로 나눠 소개합니다.
안혜리 논설위원
」
(박성민) 스스로 평가하는 정치인 이준석은 어떤 사람인가요. 여전히 청년 정치인인가요.
(이준석) 저도 이제 나이 40입니다. 저 스스로 어떻게 정의하는지보다 젊은 세대가 저를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더 중요한 거 같아요. 20대 초중반하고 얘기해보면 기성세대가 기억하는 과거의 정치는 그 친구들 머릿속에 아예 없어요. 알을 깨고 나와 처음 본 걸 엄마로 생각하는 마음처럼, 젊은 세대는 지금 이준석의 행보를 보면서 '정치란 이런 것'이라는 관점을 가졌으면 해요. 20대 대다수는 아직 정치적 관점이 백지상태에 가까울 텐데 그 친구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고 싶고, 그 친구들한테 뭔가 만들어내는 멋진 정치를 보여주고 싶다는 책임감도 느껴요. 2000년생들은 처음 접한 정치가 '보수 정당 대표가 이준석'인 세대잖아요. 앞으로 대한민국 정치 지형에 중요한 지점 아닐까요. 노무현으로 정치를 배운 4050이 지금 어떤 프레임으로 정치를 바라보는지를 생각하면요.
(박) 한국을 4세대로 나눠봤습니다. 국민의힘 지지 기반인 1955년 이전에 태어난 세대의 정체성은 '국민'입니다. 머리도 몸도 우파입니다. 권리보다 의무가 우선이죠. 56~75년에 태어난 베이비 부머는 '시민'의 정체성을 가졌어요. 머리는 급진 좌파인데 몸은 우파입니다. 의무는 다하겠지만 권리 침해는 동의 못 하죠. 75~85년 X세대는 '소비자'의 정체성을 갖고 있죠. 머리는 우파, 몸은 좌파입니다. 그리고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처럼 85년 이후 태어난 세대는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선진국에서 태어나서 콤플렉스가 없습니다. 맨 앞 세대는 '우리가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그다음 세대는 '우리가 대한민국을 바꿨다', X세대는 '우리가 곧 대한민국'이라는 자부심이 있다면, 85년 이후 세대는 '우리가 세계를 선도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의 세 세대는 집단을 먼저 생각하는데 이준석 위원장 세대는 개인이 먼저죠. 세대 간 역학관계가 정치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A : (이) 일반론부터 말하면, 유권자의 변화 속도를 지금 정치인들이 못 따라잡고 있어요. '개딸'과 올드보이가 득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치의 큰 물줄기는 바뀌고 있다고 생각해요. 정치인은 이런 세대 변화를 정확히 짚어야 합니다.
A : 반공 보수 세대가 85년생 이후 자유주의적 성향의 넥스트 우파 세대를 과거 방식으로 지배하려는 데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봅니다. '싸가지'를 들이밀며 나이 어린 사람들의 자유로운 의사를 억누르고, 정작 본인들 잘못을 인정하는 데는 인색하죠. 가령 나이 든 세대는 저를 어리다는 관점으로만 보니까 '싸가지가 없다''참고 기다릴 줄 모른다'고 욕을 해요. 어르신들한테 이쁨받으면서 정치하는 방법 저도 알아요. 그런데 무슨 의미가 있죠. 무슨 키즈로 불리다 사라지기밖에 더하겠어요. 다른 방식의 성공을 보여줘야 해요. 참고 기다리기만 했으면 지난 대선 때 윤석열 후보는 대통령이 안 됐어요.
A : 물론 가장 주목할 건 인접 세대 간 갈등입니다. 건너뛴 세대는 연대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지만 인접 세대는 갈등이 증폭되기 쉽거든요. 김건희 여사 페이스북 '좋아요' 리스트가 한겨레나 오마이 등 좌파 진영으로 채워져 있다던데 이게 딱 X세대 감성이거든요. 젊은 세대는 이해 못 해요. 두 세대가 서로를 이해하기 힘들어요. 마지막에 등장한 세대는 수는 적지만 총선에 끼치는 영향이 클 거라 봐요. 어떤 세대와 연합할지, 독자 노선을 걸을지에 따라서요.
A : 이들은 SNS 덕에 윗세대와 달리 큰 덩어리에 속하지 않을 자유를 누려왔어요. 과거 대중문화는 획일적이잖아요. 저 중학교 때만 해도 여학생들이 무리에 속하려면 H.O.T나 젝스키스 둘 중에서 선택할 수밖에 없었어요. 지금은 국경까지 초월해서 훨씬 더 개인화하고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죠. 권리에 민감하고요. 이걸 모르고 접근하면 사고 치기 좋아요. 바른미래당 때 68년생 하태경 의원이 병사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하면 군대 망한다는 식으로 얘기했다가 욕만 바가지로 먹었죠. 정말 대단한 명분도 없이 단순히 국가만 앞세워서 권리를 제약하려 들면 납득하지 않아요.
(박) 정치인은 새 세대를 잘 진단하는 것 못지않게 새 세대를 어떻게 이끌 것인가도 고민해야 할 텐데요.
A : (이) 여러 사회 문제가 이해집단별로 다원화하고 있어요. 쌓이도록 내버려 두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묵히면 전부 갈등이 되거든요. 가령 장애인 문제는 정치인들이 선거 땐 들어주는 척하다 1~2년 연락 끊고 외면하는 걸 반복하다 보니 문제 해결이 안 되고 갈등만 쌓여 왔죠. 우리 사회가 이런 누적된 갈등 총량이 버티기 어려운 단계가 왔다고 생각해요. 성역 없이 토론해야 풀 수 있어요. 그게 지금 젊은 세대 방식이기도 하고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지하철 시위는 측은지심으로만 바라보면 해법을 도출할 수 없어요. 장애인이라는 공인된 사회적 약자와 4호선 타는 서민이라는 또 다른 약자와의 갈등 구조를 우선 파악해야 해요.
A : 사실 단순히 갈등을 수면 위로 올리는 건 누구라도 할 수 있죠.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정치인이 시민단체와 차별화하려면 독까지 같이 썰어버리는 게 아니라 독만 따로 제거할 수 있는 복요리 자격증을 가져야겠죠. '이대남(20대 남자)을 전위부대 삼으려 했다'며 제가 젠더 갈등을 이용한다는 억지를 부리는 사람이 있는데요. 그랬다면 여성 징병제까지 갔겠죠. 전 여기엔 분명히 선을 긋습니다. 우선은 남녀 할당제 논의를 마무리 해야 합니다.
(박) 여성 징병제에 반대하시나요.
(이) 네. 이 논의의 출발은 첫째 남녀 간 형평 논리, 둘째 병력 부족이에요. 의도와 무관하게 결과적으로 과거 가족 단위 의무의 형평성을 맞추는 식으로 설계된 제도를 개인 단위의 형평으로 치환해서 논의하는 건 문제라고 봐요. 출산과 입영을 1대 1로 비교한다? 비교할 수 없는 걸 비교하는 거예요. 지금은 옆집과 우리 집의 인적 조성이 달라져서 사회적 의무를 비교할 수 없거든요. 여자를 군대에 보낸다? 결국 어떤 여자는 군대도 가고 애도 낳는 상황이 생겨버려요. 병력 문제만 해도 그래요. 국방력은 인력 손실을 최소화해서 유지하는 게 원칙인데 생산가능인구까지 줄여가면서 보낸다는 건 .우선 순위가 맞지 않습니다. 군필자에 대한 보상과 처우 개선, 병력의 합리적 감축 등이 먼저 논의되어야지요.
(박) 젠더 갈등 얘기를 좀 더 해보죠.
(이) 과거엔 제가 젠더를 건드리면 다들 '여성 혐오' 식의 낙인 찍기 바빴는데 이젠 당당한 논쟁의 주제가 됐죠. 이젠 제가 굳이 손댈 필요도 없어요. 그래서 지금은 미래에 대한 다른 포석을 두고 있어요. 그중 하나가 결혼적령기 성비 문제에요. 성비와 저출산이 겹치면서 미스매치가 심각해요. 2000년생 남성은 33만 명인데, 대략 2.9년 어린 여성과 결혼한다고 할 때 초혼 대상인 2003년 여성은 저출산 여파로 22만 명밖에 안 돼요. 이들이 결혼 시장에 진입할 때 벌어질 일을 고민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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