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건보료 내린다는데, 서울 10억 집 혜택은 1만원뿐 [신성식의 레츠 고 9988]

신성식 2024. 1. 10.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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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 종로지사. 연합뉴스

은퇴자나 자영업자에게 건강보험료만큼 부담스러운 게 없다. 특히 은퇴 후 건보료가 직장 다닐 때보다 많으면 견디기 어렵다. 그래서 일부는 지인의 사업체의 '가짜 직장인'이 돼 재산 건보료를 회피한다. 2022년 9월 새로운 고통이 생겼다. 국민연금·금융소득 등이 2000만원(종전 3400만원) 넘으면 건보 피부양자에서 탈락한다. 국민연금만 월 167만원 받아도 탈락이다. 이때부터 지역가입자가 되고, 재산·차에 월 10만~20만원의 건보료를 내야한다.


윤 대통령 대선 때부터 관심


지난달 26일 윤석열 대통령이 “은퇴한 어르신은 소득이 줄었는데도 건보료가 오히려 늘었다고 어려움을 호소하고, 재산과 자동차에 부과된 과도한 보험료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크다”며 제도 개선을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에도 집값 폭등으로 인한 재산 건보료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의힘이 지난 5일 '330만 세대 월평균 2만4000원 인하' 대책을 내놨다. 2월 보험료부터 반영한다. 재산 건보료는 재산세 과세표준에서 기본공제 후 부과한다. 이 공제가 지금은 5000만원이고, 내달 1억원으로 두 배로 확대한다. 과세표준은 공시가격(시세의 69%)의 43~45%(1세대 1주택 기준)이다. 쉽게 말해 시세의 약 30%(1주택자)가 과세표준이다. 내달 차 건보료는 아예 폐지한다. 현재 4000만원 이상 차량 소유자 9만6000세대가 내고 있다.

「 부과체계 개편 효과 따져보니
3.3억이하 재산에 안 내게 돼
부산·대전 시세 낮아 혜택 커
"2년마다 공제액 1억 올려야"

이번 조치의 효과가 작지 않다. 지금은 시세 1억7000만 이하는 재산 건보료가 없다. 내달에는 이 기준선이 3억3000만원으로 올라간다. 두 구간 사이 108만 세대의 재산 건보료가 없어진다. 3억3000만원 주택의 재산 건보료가 월 5만5850원(연 67만원)이다. 재산분 최대 건보료이다. 차 건보료 최대치는 4만5220원이다. 재산·차 건보료를 다 내는 가입자가 약 7만 세대인데, 둘 다 없어지면 최대 10만원가량 줄어든다. 지난해 재산 건보료 총액은 약 4조원, 차는 334억원이다. 이번 조치로 9831억원이 줄어든다.


재산·차 최대 10만원 경감


재산 건보료는 시세가 3억3000만원 넘으면 앞으로도 계속 낸다. 222만 세대가 해당한다. 다만 이번 조치 덕분에 월평균 2만4000원 줄어든다. 이번 조치의 혜택이 지역별로 다르게 나타난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경감액이 작다. 지난해 11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약 10억원이다(한국부동산원). 법령에 따라 과세표준을 산정하고 5000만원을 공제하면 2억6050원이고 여기에 13만7340원의 재산 건보료가 나온다. 이번 조치에 따라 내달 재산 공제를 1억원으로 늘려 2억1050만원에 매기면 12만7330원으로 줄어든다. 감소액은 1만원이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학과 교수는 "자동차는 30년 전에는 사치품이었지만 지금은 필수품이다. 차 건보료를 잘 없앴다"고 평가한다. 김 교수는 "재산 건보료 축소의 방향은 바르다고 본다"면서 "다만 이번 공제 확대로 건보료가 조금 내려갈 뿐이다. 피부양자에서 탈락하면 집 한 채 때문에 건보료가 20만원 나오는데(4년 간 경감됨), 이번 조치로 별로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신재민 기자


재산 건보료는 자영업자 소득파악률이 30%가 채 안 되던 시절인 1982년에 보조장치로 도입됐다. 하지만 지금은 1000원짜리 음료수를 살 때도 신용카드로 계산하는 세상이다. 김진현 교수는 "소득파악률이 80%가 넘는다. 일부 비공식 부분이 있을지 몰라도 (전체적으로) 소득 파악이 잘 돼 있다"고 말한다. 직장인과 달리 지역가입자에게만 재산에 건보료를 매기는 게 '공정 코드'에 맞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재산 건보료는 일본과 한국뿐인데, 일본도 크게 낮추고 있다. 이번에 공제를 5000만원 늘린다지만 20억원 넘는 부동산은 혜택을 못 볼 가능성이 크다. 재산 건보료는 60개 등급으로 쪼개 부과하는데, 33등급 이상(시세 20억원 이상)은 이번 조치를 적용해도 등급 변화가 없어 부담이 달라지지 않을 수 있어서다.


피부양자 탈락 충격 더 낮춰야


다만 집값이 낮은 지역은 이번 조치를 반길 만하다. 예를 들어 부산의 아파트 평균가격은 3억2000만원, 대전은 3억3000만원이다(지난해 11월 기준). 재산 건보료 0원의 기준선을 밑돈다. 복지부에 따르면 부산의 4인 세대 A(56)씨는 3억2000만원의 아파트에 살고, 2023년식 그랜저(3470cc)를 갖고 있다. 월 건보료가 18만5410원이다. 다음 달에는 재산분 5만850원, 차 4만5220원이 사라져 9만원 넘게 부담이 줄어든다.

김진현 교수는 "피부양자에서 탈락하는 퇴직자(1주택)의 재산 건보료 요율표를 바꿔서라도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며 "재정 부족분은 정부 지원금 확대로 해결하자"고 말한다.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원래 재산에서 건보료를 걷지 않았어야 한다. 이번 정부 조치는 정상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며 "건보 재정을 고려해 한꺼번에 없애기 어려우니 2년마다 공제액을 1억원 올리다가 5년 후에는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직장인처럼 소득에만 매기자는 뜻이다. 지난해 말 기준 건보료 누적흑자 추정액은 25조원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고령화로 인해 2028년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한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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