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아의 행복한 가드닝] 정원의 ‘생태’ 바람
호주 멜버른의 필립아일랜드에는 주머니에 넣을 수 있을 정도의 아주 작은 펭귄 종이 서식한다. 펭귄들은 매일 아침 해변을 떠나 남극까지 헤엄쳐 나간다. 집에서 기다릴 새끼들의 먹이를 구하기 위해서다. 저녁 8시 즈음은 수천 마리의 펭귄이 무리 지어 돌아오는 때다. 이제 조용했던 해변은 시장통이 된다. 부모 찾아 우는 새끼들의 소리, 엄마가 새끼를 찾는 소리, 종종 싸우는 소리까지. 근 2시간 가량 벌어지는 매일 밤의 대소동이다. 사람들은 이 광경을 정해진 장소에서 숨죽여 지켜본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펭귄이 이렇게 가까이 살고 있음을, 남극이 그리 멀지 않음을, 삶의 현장은 펭귄이나 우리나 똑같이 힘겹고 고달픔을 공감하며 펭귄의 존재를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가져간다.
호주 국립공원은 2000년대로 접어들며 ‘에코 투어리즘’을 표방하고 있다. 이 펭귄 퍼레이드를 지켜보는 ‘로열석’은 10만원 정도로 상당히 비싸다. 이렇게 모은 돈은 다시 펭귄의 서식지와 환경을 보호하는 데 쓰인다. 펭귄이 중요해서가 아니다. 생태계의 구멍 난 자리가 일으킬 이 지구의 변화가 결국 우리에게도 재앙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정원에도 ‘생태’ 바람이 거세게 분다. 인간이 심어놓은 식물을 보고, 동물들이 찾아오면서 정원엔 작은 생태계가 생겨난다. 전문가들은 이 생태 정원이 도시가 안고 있는 많은 환경 문제를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그래서 지금 세계 많은 도시의 정원은 살충제 대신 오히려 곤충과 작은 동물의 서식지를 정원에 만든다.
속초의 우리 집 정원에도 겨울이 깊어지는 중이다. 남편은 산딸나무에 사과를 걸어두고, 언 돌확의 물을 녹여놓는다. 직박구리, 동박새, 가끔은 족제비까지 우리 집 정원을 찾아와 주기 때문이다. 자연은 생각보다 가깝게 우리 주위를 서성거리고, 우리의 작은 손짓에도 바로 돌아와 준다. 아직은!
오경아 정원디자이너·오가든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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