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후보서 명문팀 10번으로…‘포스트 조규성’ 박재용
“용은 출세의 상징이잖아요. 이름에도 ‘용’자, 띠도 ‘용띠’, 2024년에는 저의 시대가 활짝 열리지 않을까요.”
용의 해인 갑진년, 프로축구 K리그 3년 차 박재용(24·전북 현대)의 각오는 특별하다. 그는 2000년생 용띠다. 최근 서울 마포구 중앙일보를 찾은 박재용은 “지난해엔 많은 축구 팬에게 내 이름을 알릴 수 있어서 기뻤다. 여기서 만족할 순 없다. 올해는 실력을 인정받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박재용은 2023년 K리그의 ‘신데렐라’다. 그는 지난해 이맘때까지만 해도 K리그 2(2부) 팀 안양FC의 무명 공격수였다. 연령대별 대표팀에 발탁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의 축구 인생은 지난해 4월부터 달라졌다. 팀의 주전 공격수였던 브라질 선수가 음주운전으로 퇴출당하면서 백업 공격수였던 박재용이 기회를 잡았다. 그는 주전으로 나선 첫 경기(6라운드 부천FC전)에서 두 골을 터뜨리며 단숨에 주전 자리를 꿰찼다. 그 기세로 13경기 6골(1어시스트)을 터뜨리며 주목을 받았다.
박재용은 “학창 시절 특급 유망주는 아니었다. 그래도 하루도 빠짐없이 개인 훈련을 했다. 정확한 슈팅을 하지 못하면 자정이 넘어도 훈련을 멈추지 않았다. 언젠가 기회가 왔을 때 절대 놓쳐선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 노력을 지난해 보상받은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박재용은 지난해 5월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대표팀에 발탁돼 생애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의 ‘인생 역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두 달 뒤 여름 이적 시장에서 K리그 1(1부) 명문 전북 현대로 깜짝 이적했다. 전북은 덴마크 미트윌란으로 이적한 국가대표 스트라이커 조규성(26)을 대체하기 위해 그를 뽑았다. 박재용은 조규성이 달던 등 번호 ‘10번’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에이스의 상징이다. 박재용의 이적료는 10억원을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재용은 “불과 3개월 만에 인생이 이렇게 달라진 선수가 있을까. 2부 구단 후보 선수에서 1부 명문 팀의 등 번호 10번을 달다니 지금도 꿈만 같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박재용은 ‘제2의 조규성’으로 불렸다. 박재용과 조규성은 안양 유스(안양공고)를 거쳐 안양에서 프로에 데뷔한 이후 전북 유니폼을 입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장신 스트라이커라는 점도 똑같다. 조규성의 키는 1m88㎝, 박재용은 1m93㎝다. 박재용은 “(조)규성 형은 내 롤모델이다. 닮았다는 얘기만으로도 영광”이라면서 “축구와 관련한 고민이 있을 때마다 규성이 형과 상의한다. 언젠가는 형을 넘어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전북 유니폼을 입은 박재용은 지난 8월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첫 골을 넣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그대로 탄탄대로를 걸을 것만 같았지만 1부 리그의 벽은 높았다. 황선홍 감독의 눈에 들어 항저우 아시안게임(10월)에도 출전했지만,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했다. 황선홍호가 일본을 꺾고 금메달을 확정하던 순간 박재용은 벤치를 지키고 있었다.
전북에 복귀한 뒤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전북에선 3골(리그 2골, FA컵 1골)로 시즌을 마무리했고, 팀은 4위에 그쳤다.
박재용은 “오히려 슬럼프를 일찍 겪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새해엔 올라갈 일만 남았다”며 “흔들리지 않고 평소처럼 훈련하고 있다. 감독님이 ‘그만하라’고 말리실 만큼 웨이트 트레이닝과 슈팅 훈련을 열심히 한다. 노력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새해엔 적어도 15골은 넣고 싶다. 그래서 전북이 우승 트로피를 드는 데 일조하겠다”며 빙긋이 웃었다.
■ 박재용은
「 ◦ 생년월일 2000년 3월 13일(24세)
◦ 체격 1m93㎝, 85㎏
◦ 소속 전북 현대
◦ 포지션 스트라이커
◦ 2023시즌 9골(안양 6골, 전북 3골)
◦ 별명 리틀 조규성
◦ 롤모델 조규성
◦ 주요 수상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
」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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