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 볼판정 시스템·피치 클락 도입…프로야구, 대격변 예고
볼-스트라이크 판정을 주심이 하지 않는다. 투수는 정해진 시간 내에 공을 던지지 않으면 볼 판정을 받는다.
42번째 시즌을 맞는 프로야구가 확 바뀐다. 볼·스트라이크 자동 판정 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이 실시되고, 투수들이 공을 던지는 시간을 제한하는 피치 클락(Pitch Clock)도 이르면 후반기부터 시행된다.
획기적인 변화의 시작은 ABS 도입이다. AI 심판 혹은 로봇심판이라고도 불리는 ABS는 주심 대신 기계가 볼과 스트라이크를 판정하는 시스템이다. 과거에는 “심판의 위상이 떨어진다”면서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AI 시대가 오면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ABS를 도입하는 이유는 판정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타자와 투수들은 수년 전부터 “주심의 판정이 일정하지 않아 100% 신뢰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특히 중계방송 화면에 잡히는 스트라이크존과 심판의 실제 판정이 일치하지 않은 경우가 생기면서 팬들도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주심의 권위는 계속 떨어졌고,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심판도 늘어났다. 결국 KBO는 이런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ABS라는 카드를 선택했다. 2020년부터 2군 경기에서 ABS를 운영하면서 테스트한 뒤 올 시즌부터 1군에서도 시행하기로 했다.
ABS는 고도화된 기술이 생명이다. 각도별로 설치된 여러 대의 카메라로 미리 스트라이크존을 설정한다. 공이 스트라이크존 안으로 들어오면 무전기를 통해 주심에게 음성신호가 전해진다. 소리를 들은 심판은 평소처럼 스트라이크 콜을 한다.
ABS는 아직 미국 메이저리그나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도입하지 않는 제도다. KBO리그가 선구자로 나서면서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지난 4년간 퓨처스리그에서 안정적으로 운영됐고, 심판들도 필요성에 동의하면서 도입을 결정했다. KBO는 11일 이사회를 여는데 현재로선 의결이 확실시된다.
피치 클락도 이르면 후반기부터 도입된다. 피치 클락은 투수가 공을 넘겨받은 후 정해진 시간 안에 투구해야 하는 규정이다. 이와 함께 주자 당 견제는 2회로 제한된다. 만약 이를 어기면 투수에겐 페널티로 볼 판정이 부과된다.
피치 클락을 도입하는 이유는 경기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다. 야구 경기는 3시간을 넘기는 경우가 다반사다. 2시간 정도의 축구·농구보다 경기시간이 길다. 메이저리그는 지난해부터 피치 클락을 도입했는데 평균 경기시간이 20분 이상 줄어드는 효과를 봤다.
KBO는 지난해 10월 피치 클락 도입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1군은 물론 2군에서도 피치 클락이 시행된 적이 없어 현장의 반대에 부딪혔다. 1군 감독들은 “ABS와 피치 클락을 함께 도입하면 현장이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이를 고려한 KBO는 11일 이사회에서 전반기 시범운영을 거친 뒤 후반기 운영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예정이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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