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프로듀서·AI 카피라이터…‘전문가 영역’까지 파고든다
인공지능(AI)은 인간의 조력자일까, 대체자일까.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하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소비자가전쇼(CES) 2024’에선 단순 업무뿐 아니라 전문적이고 창의적인 업무까지 대신할 수 있는 AI 기술과 제품이 대거 공개된다.
지금껏 AI는 단순 반복 노동을 대체해 왔다. 노동력 부족 문제를 풀어주는 일종의 해결사 역할이다. 지난해 CES 기조연설에서 미국 농기계 제조 기업 존 디어의 존 메이 최고경영자(CEO)는 “사람 6000명이 할 일을 기계(AI 기반 로봇 비료 살포기) 혼자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1년 만인 올해 CES에서는 AI가 전문성과 창의성을 요구하는 일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특히 올해 신설된 AI 부문 혁신상 수상 기업 제품은 과거 단순 노동을 대체해 온 AI와 차원이 다르다. AI가 인간 생산성을 높여주는 조력자이지만, 한편으론 일자리를 위협하는 대체자로 떠오른 것이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3 고용전망’ 보고서에서 전 세계 일자리 27%가 AI를 통해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지난 7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DC의 ‘2024년 이후 미래 전망 보고서’는 2027년까지 전통적인 일상적 마케팅 업무 중 30%를 생성 AI가 수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마케팅 업무, 검색엔진 최적화, 콘텐트·웹사이트 최적화, 초개인화 마케팅 등이 대체될 분야다. CES 출품 기업의 AI 기술과 제품은 이런 우려가 더는 가능성의 영역이 아닌 ‘이미 온 미래’가 됐다는 걸 보여준다.
웹툰 작가, 디자이너와 기획자, 카피라이터, 프로듀서의 업무가 이번 CES 혁신상 수상 기업의 기술과 서비스로 도전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국내 스타트업 크림의 ‘에이드’는 웹툰 분야에서 ‘맞춤형 보조작가 AI’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같은 분야 기업 오노마AI가 만든 웹툰제작엔진 ‘투툰’은 AI로 시놉시스와 스토리보드 생성 등 창작 영역 서비스를 제공한다. 노동집약적인 웹툰 제작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지만, 대중화될 경우 소수 작가만 남고 보조 작가의 입지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CES 최고혁신상을 받은 국내 스타트업 스튜디오랩의 ‘셀러캔버스’는 AI 기반 마케팅 콘텐트 창작 기술 서비스다. 제품 사진을 올리면 15초 만에 자동으로 상품 판매 상세 페이지를 만들어낸다. 그간 디자이너와 기획자, 마케터 등이 머리를 맞대고 했던 일이다.
파이온코퍼레이션의 AI 기반 광고 영상 제작 플랫폼 ‘브이캣’은 제품 설명·사진이 있는 인터넷 링크만 입력하면 광고 영상과 이미지 수십 장을 단 몇 분 만에 제작한다. 광고 소재를 서비스 내 달력 표시에 가져다 놓으면 해당 날짜에 자동으로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마케팅 채널에 광고를 올린다. 미국의 유자베이스USA는 AI가 산업 데이터를 활용해 컨설턴트처럼 보고서를 만들어내는 플랫폼이다. 일본의 넥 코퍼레이션은 정신건강을 진단할 수 있는 얼굴 분석 솔루션으로 혁신상을 받았다.
장병탁(컴퓨터공학과 교수) 서울대 AI연구원장은 “전문성과 창의성의 개념도 달라질 수 있다”며 “앞으론 AI 서비스를 잘 알고 활용하는 능력이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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