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윤세영 “지주사·SBS 주식 전체 담보로 낼 각오”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큰 고비를 넘겼다. 워크아웃을 결정하는 1차 채권자협의회를 이틀 앞둔 9일, 태영그룹이 ‘추가 자구안’을 발표했다.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면 태영그룹이 지주사인 TY홀딩스와 핵심 계열사인 SBS 지분을 담보로 추가 지원(현금 확보)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그동안 태영그룹 자구안에 대해 ‘남의 뼈만 깎는다’고 혹평하던 금융 당국과 채권단의 반응도 달라졌다. 9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채권단은 태영그룹이 발표한 추가 자구계획과 대주주의 책임이행 의지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채권단 입장이 선회한 데는 태영그룹이 ‘기존 자구책+알파(α)’를 내놓은 영향이 크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은 9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존 자구안만으로)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지주사인 TY홀딩스 지분과 SBS 주식을 담보로 내놓겠다”고 말했다. TY홀딩스의 오너 일가 지분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33.67%다. 윤석민 회장의 지분(25.44%)이 가장 많고, 배우자 이상희씨(2.3%), 서암윤세영재단(5.43%), 윤세영 창업회장(0.5%) 등이 지분을 갖고 있다. 9일 시가총액 기준으로 오너 일가의 지분 가치는 797억원이다. 여기에 태영의 핵심 계열사인 SBS(TY홀딩스 지분율 36.92%)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면 현재 시장가보다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게 금융투자 업계의 분석이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태영그룹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 시 약속한 네 가지 자구안도 9일 이사회 결의 등을 거쳐 확약했다. 유동성을 해소하는 네 가지 방안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 지원, 에코비트 매각 추진 후 매각대금 지원, 블루원의 지분 담보 제공과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62.5%) 담보 제공 등이다.
지난 8일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 일부인 890억원을 태영건설에 납부하면서 첫 번째 약속(1549억원 지원)은 지켰다. 현재 에코비트 매각 절차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는 게 태영 측 설명이다. 9일 최금락 TY홀딩스 부회장은 “에코비트 지분을 50%씩 나누어 가진 사모펀드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과 공동매각하기로 합의했다”며 “에코비트를 팔면 (태영 지분 50%가) 1조5000억원을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영그룹의 추가 자구안에 대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TY홀딩스 지분과 SBS 지분을 채권단에 전부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대주주와 태영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첫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공은 ‘워크아웃 투표권’을 쥔 609곳의 채권자에게 넘어갔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 여부는 11일 채권자협의회에서 투표(서면결의)로 결정하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이 파악한 609곳 채권자의 75% 이상이 찬성해야 태영건설은 워크아웃의 문턱을 넘을 수 있다.
9일 금융 당국은 발 빠르게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주요 금융그룹 회장과 회의를 하고 태영건설 워크아웃을 논의했다. 전체 의결권(신용공여액 기준)의 33%를 차지하는 은행권(산은 포함)의 표심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중소 규모의 금융사 채권자 가운데 최소 42%의 찬성표를 끌어와야 한다는 점이다. 태영건설에 직접 돈을 빌려준 신용협동조합만 전국에 54곳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채권단 관계자는 “채권자가 워낙 많아 75% 동의를 얻는 게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시중은행은 당국 입장을 따르겠지만, 채권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한 일부는 워크아웃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염지현·김원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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