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판 엘리제 조약 맺으면, 한미일 3국 공조 굳건해질 것

김동호, 정용수, 이철재, 정진우 2024. 1. 1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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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 평화 오디세이 ③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8월 미국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미·일 3국의 포괄적 협력체계가 제도화하고 공고화했습니다.” 지난해 8월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를 끝마친 윤석열 대통령은 귀국 후 첫 국무회의에서 “3국이 인도·태평양 지역 전반의 자유·평화·번영을 구축하는 데 기여하는 범지역 협력체로 나아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3국이 한반도를 넘어 인도·태평양을 아우르고, 분야별로는 기존 북핵 대응을 넘어 군사·경제·과학기술 등 전 영역으로 공조의 범위를 확대하며 글로벌 안보 파수꾼으로 거듭나겠다는 선언에 가까웠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느슨한 협력구조였던 한·미·일 3국이 최근 북핵 대응 이외로 범위를 넓혀 공조를 강화하는 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북·중·러 밀착 등 국제사회의 안보 질서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의기의식이 강해진 결과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총 일곱 차례에 걸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개최하며 양국관계 개선과 정상 간 신뢰 회복을 동시에 이뤘다.

“트럼프 집권 땐 3국 입장 대립 가능성”

하지만 한·일 사이엔 언제든 관계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지뢰밭이 많다. 특히 올해는 한·미·일 3국 공조 체제에 악영향을 미칠 잠재적 리스크가 도사린다. 무엇보다 ▶11월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 ▶일본에선 기시다 총리의 리더십 불안 ▶한국에선 위안부·강제징용 등 ‘과거사 리스크’가 3대 변수로 꼽힌다.

우선 ‘트럼프 변수’가 현실화할 경우 파장이 예상된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는 “트럼프 재집권 시에도 미국의 근본적 대외 전략 자체는 유지되겠지만 한·미·일 공조의 최우선 목적을 중국 견제로 설정하는 등 미국에 유리한 공조의 효과들만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특히 트럼프가 공급망 분야에서 자국 우선주의적 산업정책을 대폭 강화한다면 중국과의 투자협력 등 그간 미국이 한국과 일본을 배려해 만들어놨던 ‘운신의 공간’이 사라지며 3국 입장이 대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미일 3국 공조

국내적으론 위안부·강제징용 문제가 봉합되지 않은 채 첨예한 갈등이 지속되는 ‘과거사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지금은 정부가 ‘과거를 딛고 미래로 나아가자’는 기조 속에 한·일 미래 협력에 집중하고 있지만, 수면 아래 과거사 갈등이 재점화할 경우 한·미·일 공조의 미래 역시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일본의 경우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이 커지면서 기시다 총리의 리더십 발휘가 어려워지고 있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자민당 내에선 아베파의 구심점이 사라진 탓에 상호 경쟁하는 과정에서 ‘한국 때리기’가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며 “자민당 내 온건파로 분류되는 기시다 총리마저 한국이 주도한 강제징용 해법에 호응하지 않는 상황인 만큼 그 어떤 새 총리가 나오더라도 과거사 문제를 비롯한 한·일 관계에 지금보다 전향적 태도를 보이긴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과거사 얽힌 한·일, 여론 경청도 중요”

그렇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3국 협력 체제가 풀리지 않게 하는 ‘안전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홍규 고려대 교수는 “독일·프랑스는 엘리제 조약을 통해 수세기에 걸친 대립에 종지부를 찍었고, 유럽 통합이 이뤄졌다”며 “정권 교체에 따른 정책 전환과 그에 따른 한·일 관계의 역행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치적 선언을 넘어 구속력을 갖는 한·일 신조약의 체결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독·프 양국은 1963년 ‘엘리제 조약’을 맺어 학생 교류와 장관급 회담을 지속하며 갈등을 봉합했다.

한·일 양국 학계에선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인 2025년을 목표로 제2의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을 마련하자는 제안이 나온다. 윤 대통령 역시 대선후보 시절 “김대중-오부치 선언 2.0 시대의 청사진을 제시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에 호응해 일본 정부 역시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 “1965년 국교 정상화 때 과거사가 매듭됐다”고만 할 게 아니라 ‘반 컵의 물잔을 한국이 채웠다면 다른 반 컵은 일본이 채워야 한다’는 한국 내 여론을 경청해야 한다.

위성락 전 대사는 “우리 정부의 결단으로 한·일 관계가 개선의 돌파구를 열었다”며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려면 양국 정부에서 여론 형성을 위한 노력과 전략적인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평화 오디세이 참석자

「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권태환 한국국방외교협회 회장,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 김옥채 요코하마 총영사, 김윤 한일경제협회 회장, 김재신 전 주 독일대사, 김진호 단국대 교수, 박명림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 박영준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 박태호 전 통상교섭본부장, 박홍규 고려대 교수, 신각수 전 주일본 대사, 신정승 전 주중국 대사, 신현호 법률사무소 해울 변호사,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 오세정 전 서울대 총장,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 이영관 도레이첨단소재 회장, 이원덕 국민대 교수, 이하경 중앙일보 대기자, 이혁 전 주베트남 대사,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 정승조 전 합참의장, 주완 김앤장 변호사, 최병일 한국고등교육재단 사무총장, 최상용 전 주일본 대사,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한용섭 국방대 명예교수

◆특별취재팀=김동호·정용수·이철재·정진우 기자 kim.d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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