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금 몰리는 곳 따로 있다? 주식은 아니네…꼬박꼬박 월 배당 ‘이 상품’

문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moon.jimin@mk.co.kr) 2024. 1. 9.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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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은 아니네…꼬박꼬박 월 배당 ‘이 상품’

새해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며 주식 시장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 코스피, 다우존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전 세계 주요 지수들이 지난해 11~12월 사이 10% 이상 상승하며 2024년을 맞았다.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주식 투자 선호도가 점차 커지는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가 상당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매달 꼬박꼬박 월 배당을 받을 수 있는 미국채 커버드콜 ETF(상장지수펀드) 상품이 국내에 잇따라 등장하며 투자자 눈길을 사로잡는다. 상품이 상장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일각에선 벌써부터 자금 쏠림 현상이 나타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주식 투자 선호도가 점차 커지는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 자금이 미국채 커버드콜 ETF(상장지수펀드)에 몰린다. (AP)
KB·신한운용 잇따라 상품 선봬

월 1%, 연 10% 배당률 기대

2023년 하반기 서학개미 관심을 한몸에 받은 상품은 ‘아이셰어즈 만기 20년 이상 미국 국채 바이라이트 전략 ETF(TLTW)’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선보여 2022년 8월 미국에 상장된 이 상품은 만기 20년 이상 미국 장기채를 단순 추종하는 ‘아이셰어스 만기 20년 이상 국채 ETF(TLT)’에 커버드콜 전략이 더해졌다. 커버드콜이란 기초자산을 사들이는 동시에 콜옵션(미리 정한 가격으로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을 매도해 상승·하락폭을 제한하는 전략이다. 여기에 기초자산 가격이 횡보할 때는 콜옵션 매각분을 프리미엄으로 돌려받아, 높은 배당수익을 챙길 수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TLTW는 연 15%에 달하는 배당수익률이 주목받으며 2023년 서학개미 순매수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채 커버드콜 ETF가 서학개미 사이에서 열풍을 일으키자 국내에서도 유사 상품이 2023년 말 줄줄이 등장했다.

지난해 12월 14일 KB자산운용이 업계 최초로 미국채 30년커버드콜 ETF인 ‘KBSTAR 미국채30년커버드콜(합성) ETF’를 선보이며 포문을 열었다. TLTW와 유사하게 기초자산인 미국채 30년물에서 발생하는 표면금리와 매달 발생하는 콜옵션 프리미엄으로 투자자에게 매월 분배금을 지급한다. KB자산운용에 따르면 최근 3년 시뮬레이션 결과 연 환산 분배율은 지난해 10월 말 기준 8~1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총보수는 연 0.25%. 원·달러 환율 변동에 따른 환차익이나 환손실이 ETF 상품 성과에 반영된다.

신한자산운용도 곧바로 유사 상품을 내놨다. 신한자산운용이 지난해 12월 27일 내놓은 ‘SOL 미국30년국채커버드콜(합성) ETF’는 KB자산운용 상품과 추종하는 지수 정도만 다를 뿐 큰 차이가 없다. 분배금은 매월 1% 내외, 연 환산 10% 정도가 예상된다. 보수도 0.25%로 동일하다.

비슷한 시기 두 상품이 등장하며 투자자 관심도 집중됐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4일 출시된 KBSTAR 미국채30년커버드콜(합성) ETF 하루 거래량은 상장 첫날 18만주에서 12월 말 50만주로 2주 사이 3배가량 늘었고, 순자산총액도 79억원에서 105억원으로 불어났다. 12월 말 기준 SOL 미국30년국채커버드콜(합성) ETF의 순자산총액도 80억원에 달한다. 하루 거래량도 65만주 수준이다.

현재 미국채 커버드콜 ETF를 운용하는 국내 운용사는 2곳뿐이지만, 추후 다른 운용사도 비슷한 상품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횡보할 경우 커버드콜 전략 투자의 효용성이 극대화될 수 있다”며 “최근 안정적으로 월 배당을 받을 수 있는 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분위기도 운용사들이 미국채 커버드콜 ETF를 줄줄이 내놓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까지 유사 상품을 내놓지 않은 운용사도 타사 상품과 차별점을 두고 출시하기 위해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단 아직까지 상품을 차별화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품이 다양해지려면 상관계수를 낮추는 등 운용사에 자율성을 조금 더 보장해줘야 한다”며 “그 부분이 선행되지 않는 한 상품 간 뚜렷한 차이를 만들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국내에 등장한 미국채 커버드콜 ETF는 기존 미국 시장에 직접 투자하던 투자자가 국내 운용사를 통해 조금 더 쉽게 투자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금리 횡보 시 수익률 높일 수 있어

하단 열려 손실 가능성 배제 못해

투자자 입장에서 미국채 커버드콜 ETF의 가장 큰 장점은 금리가 횡보할 때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금리와 가격이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특성 상 횡보 국면에서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커버드콜 ETF는 투자 시 횡보 국면에서도 월 배당을 받으며 안정적인 현금흐름 창출이 가능하다는 점이 최대 투자 포인트로 꼽힌다.

지난해 10월과 비교해 최근 미국 장기물 금리는 다소 낮아진 상황이다. 당시 미국 10년물 금리가 5%에 육박했지만, 2024년 초 3.9% 수준까지 내려갔다. 즉 채권 가격은 다소 높아졌다는 뜻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최근 금리 수준이 여전히 커버드콜 ETF를 매수해도 괜찮은 수준이라는 데 입을 모은다. 특히 금리 하향이라는 방향성은 명확하지만, 시장 전망처럼 속도가 빠르진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박승진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금리가 하향할 것이라는 방향성은 인정하지만 속도 측면에서 시장이 반영한 연내 6~7회 인하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며 “금리가 당장 내려가기보단 시간을 두고 일부 반등하거나 횡보하는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고 내다봤다. 이어 “만약 커버드콜 ETF 투자자들이 상반기 매도 계획을 갖고 있다면 2분기 초 정도가 적당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상한다”며 “2분기에 진입해야 연준의 금리 인하 신호가 명확해질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채 커버드콜 ETF가 아무리 안정적으로 현금흐름을 취할 수 있는 상품이라고 해도 주의해야 할 점은 존재한다. 금리가 횡보할 경우 취할 수 있는 전략이지만, 만약 생각보다 금리가 빠르게 변동한다면 전략을 빠르게 전환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 금리가 높은 수준에서 장기간 유지될 경우에도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다. 즉, 금리를 결정할 주요 요인인 미국 경기도 예의 주시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최근 투자자 쏠림 현상이 심화된 점도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과열 상태라고 보기는 무리가 있을 수 있지만 최근 TLTW 등 미국 장기채 커버드콜 ETF에 대한 투자자 자금 쏠림이 어느 정도는 있다고 본다”며 “예상치 못한 시장 지표가 발표되거나 금리가 다시 올라가는 구간에서는 일시적으로 손실을 볼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지금 당장보다는 매수 시점을 조금 더 늦춰도 괜찮다는 조언도 나온다. “최근 장기물 금리가 워낙 빠르게 내려와서 일부 되돌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아예 금리 인하에 베팅하는 초장기채 투자가 아니라면 매수 시점을 조금 더 기다려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조언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2호 (2024.01.10~2024.01.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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