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도 공시도 제멋대로 ‘코인 거래소’…위믹스 슬쩍 재상장, 문제 코인은 수수방관
최근 국내 디지털자산(코인) 거래소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는 중이다. 이익만을 좇는 듯 보이는 원칙 없는 행보가 도마 위에 오른 것. 초과 유통량을 문제 삼아 거래소가 합의해 상장폐지를 결정했던 위믹스(WEMIX)를 최근 별다른 설명 없이 잇따라 재상장하고 있는가 하면, 유통량 조작 의혹으로 국정감사장에서까지 이슈가 됐던 다른 코인에는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 이율배반적인 모습 때문이다. 최근에는 업비트와 빗썸 양대 거래소가 같은 코인 발행량 계획을 다르게 공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자율 규제를 목적으로 출범한 거래소 간 협의체 역시 유명무실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잇따라 재상장…“이럴 거면 왜 상폐?”
위메이드가 발행한 코인 ‘위믹스’가 최근 다시금 이슈의 중심에 섰다. 2022년 12월 국내 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된 후 1년 만에, 대부분 거래소가 슬그머니 거래 지원을 다시 시작했다. 코인원은 상장폐지 후 불과 3개월 만인 지난해 2월 일찌감치 위믹스를 재상장했다. 고팍스는 지난해 11월 위믹스 신규 상장을, 빗썸과 코빗은 12월 잇따라 위믹스 거래 지원을 재개했다.
위믹스는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 이른바 ‘닥사’ 협의를 통해 상장폐지가 결정됐었다. 닥사는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원화 거래를 지원하는 5개 거래소의 협의체다. 당시 닥사 회원사에 제출한 위믹스 유통량 계획 정보가 실제 유통량과 차이가 크다는 이유로 상장폐지가 결정됐다. 차이가 발생한 가장 큰 원인은 탈중앙 금융(디파이) 서비스 ‘코코아파이낸스’에 담보 예치한 3580만개였다. 상장폐지 이후 위믹스 투자자 피해가 막심했다. 유통량 문제가 불거지기 전 3000원대에서 움직였던 위믹스 가격은 상장폐지 후 400원까지 추락했다.
최근 거래소들이 잇따라 위믹스를 재상장하면서 당시 큰 손해를 봤던 투자자들은 충격에 빠졌다. “이럴 거면 애초에 왜 상장폐지를 시켰나”라는 의견이 쏟아진다. 거래소는 재상장을 결정한 이유에 대한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빗썸은 “위믹스 재단에서 초과 유통된 수량을 회수해 유통량을 복구시켰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자료를 통해 논란이 해소된 것인지, 닥사 회원사 사이 협의가 있었는지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한 블록체인업계 관계자는 “거래소 간 거래량 경쟁이 심화되면서 너도나도 위믹스 재상장에 나선 모습”이라며 “점유율 확보에만 혈안이 돼 있는 것 같다. 거래소 협의도 무색해졌다”고 말했다.
크레딧코인 발행량 놓고는 업비트·빗썸 ‘딴 목소리’
유통량 논란이 불거진 다른 코인은 방관 중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이슈가 됐던 ‘수이(SUI)’코인이 대표적이다. 메타(구 페이스북) 출신 개발진이 만든 코인 프로젝트로 지난해 5월 거래소 5곳이 일제히 상장, 거래 지원을 시작했다.
하지만 상장한 지 채 한 달 만에 ‘수이 재단에서 보유하고 있던 코인을 몰래 매도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시장에서 거래할 수 없도록 ‘록업’된 물량이 유통되면서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재단이 보유한 물량을 스테이킹(예치)했고 그에 따른 보상 코인을 획득해 매각했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수이 재단이 의혹을 해소하기 유통 계획서를 제출했지만, 기재된 물량이 당초 거래소에 제출한 것보다 6억개 가까이 늘어난 사실이 밝혀졌다.
국정감사장에서까지 포화가 쏟아졌지만 정작 닥사를 비롯한 거래소에서는 어떤 조치도 없다. 전 세계에서 수이 거래량이 가장 많은 업비트도 마찬가지다. 수이는 현재 100개가 넘는 글로벌 마켓에서 거래 중인데, 1월 4일 기준 업비트 거래량 비중이 23%가 넘는다. 업비트는 수이 측으로부터 받은 변경된 유통량 계획을 별도 해명 없이 바꿔놓기만 했을 뿐이다. ‘투자자 보호보다 거래 수수료 수입을 우선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수이를 비롯해 커뮤니티에서 먼저 논란이 된 코인이 여럿이지만, 그에 대응한 투자 유의 지정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익명을 요청한 한 코인 거래소 관계자는 “위믹스 상장폐지 사유였던 초과 유통량도 담보로 예치돼 있던 물량이었다. 스테이킹된 수이코인과 개념상 크게 다를 바 없다”며 “그런데도 수이는 상장폐지는커녕 투자유의종목 지정에 대한 논의조차 없다”고 꼬집었다.
최근 유통량 이슈가 불거진 코인은 또 있다. 최근 업비트에 신규 상장되며 화제를 모은 ‘크레딧코인(CTC)’이다. 빗썸에서는 2021년부터 거래를 지원해왔던 코인이다. 업비트 신규 상장 후 열흘 만인 지난 12월 22일, 빗썸은 돌연 크레딧코인을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 “크레딧코인 재단이 거래소에 제출한 발행량 관련 정보를 허위 기재하는 등 공시를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근거는 최근 업비트가 크레딧코인을 신규 상장하며 올린 ‘유통계획서’다. 현재 업비트에 표기된 크레딧코인 유통량 계획은 ‘6억개’인 반면, 빗썸은 ‘발행량 무제한’으로 표기돼 있다.
두 거래소 표기가 다른 이유는 단순하다. 크레딧코인 재단이 제출한 유통량 계획이 달랐기 때문이다. 재단은 코인을 두 종류로 발행했다. 독자 발행한 메인넷 코인 ‘CTC’와 이더리움 기반으로 발행한 토큰 ‘G-CRE’다. 순전히 거래소 상장을 쉽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더리움 기반 토큰 G-CRE를 6억개 발행했다. 현재 국내 거래소에서 지원하고 있는 모든 크레딧코인은 G-CRE다.
지난 2021년 말 빗썸 상장 시에는 두 코인을 더한 발행량 정보를 제공했는데, 최근 업비트에는 G-CRE 발행량 정보 6억개만 제공한 것이다. 크레딧코인팀은 최근 빗썸에 최대 발행량 정보를 6억개로 수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사실상 업비트 손을 들어준 셈이다.
빗썸은 크레딧코인 거래량을 G-CRE로만 한정해서 보는 것이 투자자 보호 관점에서 맞는 것인지를 따져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G-CRE를 CTC로 바꾸는 건 가능하지만, 반대로 CTC를 G-CRE로 바로 변환하는 건 불가능하다. 투자자가 다른 경로를 통해 얻은 크레딧코인을 거래소에 팔기 위해선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고 그 과정에서 비용도 발생한다. 거래소에서만 취급할 수 있는 코인인 만큼, 시세 조작에 취약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블록체인업계 관계자는 “거래소 간 협의를 통해 충분히 바로잡을 수 있는 문제가 투자유의종목 지정까지 왔다. 이럴 거면 협의체인 닥사는 왜 존재하는 건지 의문”이라며 “서로 거래량을 빼앗기 위한 기 싸움, 또는 흠집 내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투자자 피해와 혼란만 커지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2호 (2024.01.10~2024.01.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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