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켄바워 별세에 '눈시울 붉힌' 클린스만 감독…"아버지 같은 분"

최원영 기자 2024. 1. 9.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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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최원영 기자) 스승의 별세 소식에 제자가 눈물을 글썽였다.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세상을 떠난 프란츠 베켄바워를 위해 추모의 뜻을 전했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9일(이하 한국시간) 클린스만 감독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2023 카타르 아시안컵 대표팀의 오전 훈련을 앞두고 선수들 앞에서 무겁게 입을 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오늘이 나에게는 매우 슬픈 날이다. 베켄바워 감독님은 내게 월드컵 우승이라는 꿈을 이루게 해주신 분이다. 축구뿐 아니라 인간적으로 오늘의 나를 성장시켜 준, 나에게 매우 중요한 분이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하루가 너무 힘들겠지만 여러분들과 이 슬픔을 같이 극복하고자 한다. 오늘도 우리 최선을 다해 훈련에 임하자"며 눈시울을 붉혔다.

독일 축구의 전설인 '카이저(황제)' 베켄바워는 향년 78세로 별세했다. 독일 '빌트'는 9일 "베켄바워가 세상을 떠났다. 집에서 영면에 들었다. 이 소식은 8일 오후 5시 12분(한국시간 9일 오전 1시 12분)에 공식 발표됐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베켄바워의 가족들은 "남편이자 아버지인 베켄바워가 지난 일요일,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 그가 영원히 잠들었다는 소식을 발표하게 돼 매우 슬프게 생각한다. 어떤 질문보다는, 그저 묵묵히 애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클린스만 감독은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베켄바워 감독이 이끈 서독 대표팀의 주축 공격수로 활약했다. 3골을 넣으며 우승에 앞장섰다. 현재 한국 대표팀에서 클린스만 감독을 보좌하는 안드레아스 쾨프케 코치도 당시 독일 대표팀에서 선수로 뛰며 우승을 합작했다.

또한 베켄바워가 유치위원장 및 조직위원장을 맡아 개최 전반을 이끌었던 2006년 독일 월드컵 당시엔 클린스만 감독이 독일 대표팀 사령탑으로 나서 개최국 독일을 3위에 올려놨다.

클린스만 감독은 "베켄바워는 수십 년 동안 독일 축구의 리더였다. 1960~1980년대에 걸쳐 펠레와 더불어 세계 최고의 선수였고, 감독으로도 월드컵에서 우승했다"며 "2006년 월드컵을 독일로 유치하기도 했다. 이 대회는 독일에서 '여름날의 동화'로 불린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훌륭한 성품을 지녔다. 늘 친절하고 공손했으며 고마워했다. 선수들에겐 멘토일 뿐만 아니라 아버지 같은 분이었다"며 "축구계 전체가 무척 슬퍼할 것이다. 특히 독일은 최근 수십년간 가장 카리스마 있었던 스포츠계의 리더를 잃었다"고 강조했다.

1945년생인 베켄바워는 독일을 넘어 세계 축구사에서 손꼽히는 전설적인 인물이었다. 선수 시절 독일 명문 바이에른 뮌헨에서 14년 동안 뛰었다. 이후 미국 MLS 뉴욕 코스모스, 독일 함부르크 등을 거쳐 1983년 뉴욕에서 은퇴했다. 1965년부터 1977년까지 서독 대표팀에서 활약하며 103경기를 소화했다.

현역 시절 수많은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뮌헨 소속으로 분데스리가 4회, DFB-포칼 4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의 전신이었던 유러피언컵 3연패를 경험했다.

서독 대표팀에서는 1972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우승을 차지했으며, 자국에서 열렸던 1974년 서독 월드컵에 참가해 숙적 요한 크라위프가 뛰던 네덜란드를 제압하고 정상에 올랐다.

베켄바워는 세계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발롱도르를 1972년, 1976년에 품었다. 독일 올해의 축구선수상도 4회 수상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올타임 베스트11에 선정된 것은 물론 발롱도르 드림팀에도 이름을 올리며 역대 최고의 수비수로 명성을 떨쳤다.

선수에서 나아가 감독으로도 성공을 이룬 몇 안 되는 인물이었다. 지도자로 변신 후 서독 대표팀을 맡아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우승을 일궜으며 뮌헨 감독으로 분데스리가, UEFA컵 우승을 달성했다.

이후 행정가로 변신한 베켄바워는 뮌헨에서 1994년부터 2002년까지 회장직을 역임한 후 2024년까지 명예회장으로 지냈다. 수많은 스타플레이어들을 키워내고 영입하며 뮌헨이 독일 최강으로 입지를 굳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2021년부터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돼 사실상 현장에서 물러났다. 안구, 심장 수술, 치매, 파킨슨병 등 여러 병마와 싸웠다. 지난해 7월, 과거 뮌헨에서 뛰었던 클린스만 감독이 1990년 월드컵 우승 33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독일에 방문했을 때도 베켄바워는 병세가 좋지 않아 함께하지 못했다.

결국 베켄바워는 가족 품에서 잠이 들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뜨거운 눈물을 삼켰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연합뉴스​​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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