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의원 "참사의 정쟁화로 기억될 것"... 유족 "그 입 다물라"
[조혜지 기자]
▲ 이태원참사 특별법 상정...퇴장하는 국민의힘 이태원참사 특별법이 9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하고 있다. |
ⓒ 남소연 |
"나가지 마세요!"
12월 임시국회의 마지막 본회의가 열린 9일 국회 본회의장. 퇴장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야당석에서 일제히 소리가 터져나왔다.
국민의힘이 표결에 부친 이른바 쌍특검(김건희 특검 및 대장동 50억클럽 특검) 재표결 상정 안건이 야당 의원들의 반대에 좌초되고, 곧이어 여야 합의 불발로 민주당 단독 수정안으로 상정된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안(아래 이태원 특별법)이 오르자 벌어진 상황이다.
▲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태원참사 특별법 표결을 앞두고 여야 의원들의 토론을 지켜보고 있다. 권 의원은 같은 당 의원들과 달리 퇴장하지 않고 표결에 참여해 이태원참사 특별법 찬성표를 던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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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의원석에 남은 국민의힘 소속 의원은 2명. 이태원참사특별법에 여당 소속 의원으로는 홀로 찬성표를 던진 권은희 의원과 민주당 단독 법안 반대 토론을 준비한 이만희 의원이었다. 심사보고를 위해 단상에 오른 민주당 소속 김교흥 행정안전위원장은 퇴장하는 여당 의원들을 향해 "여당 의원님들 듣고가라, 뭐하는 거냐"고 묻기도 했다.
본회의 직전까지 진행된 여야 합의가 결렬되면서, 이태원 특별법은 결국 국회의장 중재안을 대거 반영한 민주당 단독 수정안으로 처리됐다. 여당과의 협상 여지를 위해 마련한 '4월 총선 이후 법 시행', '특검 요구 권한 삭제', '조사 연장 신청 기간 축소' 등이 원안에서 반영됐다. 해당 법안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위험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민주당의 주장이다(관련기사 : [속보] 이태원참사 특별법, 참사 438일 만에 국회 통과 https://omn.kr/270qu).
박주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수정안 제출 취지를 설명하면서 방청석에 앉아있는 유가족들을 올려보며 "뼈를 깎는 심정으로 수정안을 제출하게 됐음을 이해해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협상 결렬의 원인으로는 "독립성 있는 조사기구에 대해 좁힐 수 없는 의견 차이가 있었다"고 했다. 임오경 원내대변인은 앞서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에서) 특조위 설치에 있어 위원장을 달라는 것"이라면서 "그 논의를 더이상 받아줄 수 없는 입장에서 (더는 협상이) 진전되지 않았던 것 같다"고 했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처음부터 끝까지 민주당의 강행 처리로 이뤄진 법안이라는 입장이다. 반대 토론에 나선 이만희 의원은 "(이태원참사특별법 통과는) 참사의 정쟁화라는 부정적인 전례로 기억될 것"이라면서 "진상규명 조사 등이 편향적 결과로 나올 우려가 있어 그 결과의 진정성을 인정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입 다 물라!"
▲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이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태원참사 특별법 표결을 앞두고 반대 토론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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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규하는 이태원참사 유가족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태원참사 특별법 표결을 앞두고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이 반대 토론에 나서자, 방청석에서 이를 지켜보던 한 유가족이 절규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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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희 의원의 말 끝에 결국 방청석에서 본회의를 지켜보던 유가족들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울음을 참지 못하고 오열하거나, 눈을 감고 뒤로 고개를 젖힌 유가족들의 모습도 보였다. 야당 의원석에서도 고성이 우후죽순 나왔다. "이만희 자격 없다" "제발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라" "그러고도 국회의원인가, 창피하지 않나" 등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 의원이 멈추지 않고 반대 토론을 이어가자, 한 유가족은 "그만하세요, 그만해요!"라고 외치며 오열했다. 국회 직원들의 제지에 잠시 멈췄던 유가족들의 목소리는 마이크가 꺼진 상태에서도 반대토론을 이어가는 이 의원의 모습에 다시 터져나왔다. 한 유족의 마지막 목소리는 "우리가 얼마나 참아야 합니까"였다.
▲ 10.29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본회의 통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법률을 공포하고 신속한 조사기구 출범에 협력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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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 거부권 걱정하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 "간절한 소망, 제발 짓밟지 말아달라" ⓒ 유성호 |
민주당 소속 이태원참사 TF 위원장으로 관련 법안을 대표발의했던 남인순 의원은 본청 단상에 올라 울먹이는 목소리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명분이 없으며, (거부권 행사로) 유가족들을 두 번 죽이는 일만큼은 절대 일어나선 안 된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의 목소리도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있었다. 이정민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본회의 직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진상규명의) 첫 걸음을 떼려 한다. 이런 간절한 소망을 윤 대통령은 짓밟지 말기 바란다"면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이 간절한 소망을 저버린다면, 우리 유가족들은 결코 인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또한 여야 협상 과정을 지켜본 소회를 전하면서 "(그 과정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내주었고, 원안에 있는 것들을 그들이 원하는 만큼 포기해서라도 타결된다면 희생할 각오를 했다"라면서 "그런데 특조위 구성에 가장 핵심이라 할 위원장 자리를 내놓으라는 협상안을 제안했다. 절대 그것만큼은 받을 수 없었다"고 했다.
한편, 대통령 대변인실은 이태원참사 특별법이 국회에서 처리된 데 "여야 합의없이 또 다시 일방적으로 강행처리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대통령 대변인실은 이날 입장문에서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당과 관련부처의 의견을 종합해 입장을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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