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차관 "책임 통감한다"…일타강사 문제, 수능·EBS 등장 논란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나온 영어 문제 지문이 일타강사의 모의고사 문제 지문과 유사하고, EBS 수능 교재 감수본에도 실렸다는 의혹에 대해 교육당국이 결국 사과했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책임을 통감한다”며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교육차관 “수능-사교육 유착 차단 방법 강구”
오석환 차관은 “EBS 교재의 집필 및 감수 과정에 대한 관리나 사교육 관련성이 제기된 수능・모의평가 문항에 대한 사후 대응이 미흡했다는 정황이 파악된 상황”이라며 “깊은 책임을 통감하며 수능과 관련된 모든 과정에서 사교육업체와의 유착 가능성을 더욱 철저히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을 관계기관과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EBS 집필・감수 과정을 더욱 엄정하게 관리하도록 하는 한편 EBS 집필, 감수에 참여하는 현직 교원의 겸직 여부를 더 철저히 점검하겠다”며 “수능 출제 과정 전반에서 카르텔 유발 요인을 차단하는 것은 물론 수능 이의신청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에도 보다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일타강사 모의고사 지문, 수능·EBS 교재 등장
그런데 이 지문은 한 입시업체의 일타강사가 수능 2개월 전인 2022년 9월에 출간한 영어 모의고사 문제집에도 포함돼 있었다. 지문 출처와 발췌한 내용도 같았다. 강사 문제집 지문은 마지막에 한 문장을 추가했고 몇몇 단어만 바꿨을 뿐이다.
수능 직후 수험생 커뮤니티에는 “내가 풀었던 대형 업체 일타강사의 사설 모의고사와 수능 영어 23번 지문이 똑같다”는 인증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홈페이지에도 문제 유출 의혹을 제기하는 내용의 이의신청이 127건 들어왔다. 하지만 평가원은 문항 오류가 없다는 이유로 심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우연의 일치”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8개월이 지난 지난해 7월이 돼서야 교육부는 해당 의혹을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지난 9일엔 해당 지문이 수능과 학원 교재뿐 아니라 EBS 수능 교재 감수본에 들어갔다 최종본에 빠진 사실을 교육부가 추가로 확인했다. 비슷한 시기에 출제된 세 개의 다른 시험에 거의 동일한 지문이 등장한 것이다. 감사원은 교육부와 평가원이 뒤늦게 대처한 배경에 대해 감사를 벌이고 있다.
믿었던 수능 출제 시스템의 허점…“검증 강화해야”
우연의 일치로 유사한 문제가 출제됐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후 스크리닝 과정에서 유사한 문제가 걸러지지 않은 건 수능 출제 시스템의 허점을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입시업계 관계자는 “보통 수능 출제 전인 9월까지 평가원이 출간된 문제집이나 사설학원 모의고사, 유명 강사의 문제집은 ‘암행’까지 해가며 유사성을 모니터링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9월에 출간된 강사의 문제집이 스크리닝 대상에 들지 못했다면 현 시스템에 허점이 있는 것”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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