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이태원특별법 단독 처리...與 "참사도 정략적으로 악용"
더불어민주당이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강행 처리했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반발하며 집단 퇴장했다.
이날 10ㆍ29 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이 재석 177인 중 찬성 177인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앞서 남인순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을 일부 수정해 박주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새로 제출한 수정안이다.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11명으로 구성되는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를 설치하고, 사건 관련자가 자료 제출을 정당한 이유 없이 2회 이상 거부할 시 특조위가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영장 청구를 의뢰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이 골자다.
앞서 여야는 김진표 국회의장 중재 하에 본회의 직전까지 합의안을 도출하려 했으나 특조위 구성과 활동기한 등을 놓고 이견을 빚어 최종 합의가 무산됐다. 김 의장은 당초 민주당이 제출한 원안에서 ▶특조위가 특별검사 임명을 위한 국회 의결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을 삭제하고 ▶특조위 활동 시작을 총선 이후로 미루는 내용의 수정안을 중재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국회의장이 1명, 여당이 4명, 그외 야당이 4명, 유가족단체가 2명을 추천하도록 한 특조위 구성과 영장청구 의뢰 조항 등을 두고 “편파적”이라며 반발했다.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수정안은 특조위의 특검 임명 요청 내용을 삭제하고, 특조위 활동 시작은 총선일인 4월 10일부터 가능하게 했다. 의장 1명, 유가족단체 2명의 특조위원 추천권한을 ‘국회의장이 관련 단체 등과 협의해 3명’을 추천할 수 있도록 했다. 1년인 특조위 활동기간은 두 차례 연장할 수 있어 총 1년 6개월이 가능하다. 박주민 의원은 제안설명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뼈를 깎는 심정으로 제출한 수정안”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반발하며 집단 퇴장했다. 반대토론에 나선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특별법은) 국민과 사회적 합의는커녕 여야 간에 충분한 협의 없이 그야말로 거대야당의 입법폭주로 진행돼 온 법안”이라며 “공정성과 중립성이 결여돼 있을 뿐만 아니라 위헌적 요소도 다분하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이 반대토론을 하는 동안 방청석에서 지켜보던 이태원 참사 유가족은 강하게 항의했다. 국민의힘에선 권은희 의원만 본회의장에 남아 찬성표를 던졌다. 표결이 진행되는 동안 국민의힘은 국회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특별법을 “재난을 정쟁화하고 사회적 갈등을 증폭하기 위한 정략적 의도가 깔린 법”(윤재옥 원내대표)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 눈길은 윤 대통령이 특별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지 여부에 쏠리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 법안 통과 직후 대변인실 명의로 “특별법이 여야 합의없이 또 다시 일방적으로 강행처리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당과 관련 부처 의견을 종합해 입장을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여권에선 신중 기류도 적지 않다. 지난해 12월 28일 야당 단독으로 처리된 이른바 ‘쌍특검법(50억클럽 특검법 +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 지난 5일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직후인 데다, 유가족 반발 등 여론 악화 부담도 적지 않다는 판단이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거부권에 대해 얘기할 시기는 아닌 것 같다”며 “좀 지켜봐 달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특별법 표결에 앞서 기습적인 의사일정 변경을 통해 쌍특검법 재의결을 시도했으나 민주당의 집단 반대표결로 불발됐다.
한편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우주 관련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차관급 기구인 우주항공청 설치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 및 우주개발 진흥법,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이 여야 합의로 통과됐다. 지난해 4월 정부가 법안을 제출한 지 9개월 만이다. 윤 대통령은 법안 통과 직후 “대한민국이 우주 강국 도약을 위한 위대한 발걸음을 내딛게 되었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개 식용 금지법’ 제정안도 이날 본회의를 통과했다.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도살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사육ㆍ증식ㆍ유통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다만 사육ㆍ도살ㆍ유통 등의 금지와 위반 시 벌칙 조항은 법안 공포 후 3년이 지난 날부터 시행된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연봉 4억에 아파트 드려요"…전문의 간절한 단양 '파격 채용' | 중앙일보
- 엄마, 서운해도 3억 빚내세요…10억집 상속세 줄일 ‘셀프부양’ | 중앙일보
- 불 없는 밥, 대변도 수거한다…‘백두대간 700㎞’ 50일 종주기 | 중앙일보
- 200명 숨졌는데…日 지진 피해 지역에 성인용품 보낸 인플루언서 | 중앙일보
- 2024 정치성향테스트 ㅣ 더중앙플러스 | 중앙일보
- 삼겹살 1인분 시키니 달랑 150g…외식업계 '국룰'이 바뀐다 | 중앙일보
- "황금돼지띠 부자된다" 출산율 반등…청룡해도 '길띠' 덕볼까 | 중앙일보
- 마음도 예쁜 손예진·현빈 부부…베이비박스에 1.5억 기부 | 중앙일보
- 이준석 "왜 상계동? 보수가 여기서 당선될 만큼 개혁해야" [박성민 정치의 재구성] | 중앙일보
- [단독] AI가 7월부터 GOP 지킨다, 군사데이터 200만건 학습 [AI 미래철책 최초 르포]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