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리 모인 '제3지대' 4영주…조응천까지 '빅텐트' 치나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가 9일 한자리에 모여 제3지대 신당 협력을 약속했다. 이원욱·김종민·조응천·윤영찬 민주당 의원이 속한 ‘원칙과 상식’은 10일 탈당 기자회견을 예고했고, 이낙연 전 대표도 11일 탈당할 예정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에서 갈라져 나온 이들이 제3지대라는 목적지를 향해 걷기 시작한 것으로, 정치권에선 ‘빅텐트’ 움직임이 가시화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낙연·이준석 전 대표와 금 대표,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양 대표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 이들은 축사를 통해 “양당의 철옹성 같은 기득권 구조를 깨야 한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을 갖고 모였다”(이낙연)라거나 “국민은 서초동 사투리를 용납할 생각이 전혀 없다”(이준석)며 제3지대 협력을 약속했다.
같은 시간,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선 ‘원칙과 상식’ 소속 조응천 의원의 북 콘서트도 열렸다. 앞서 조 의원은 이날 아침 SBS라디오에 나와 “이재명 대표에게 하루의 시간이 남았다”며 “그 시간에 우리 요구에 답을 주지 않으면 소통관(국회 기자회견장)에 설 수밖에 없지 않나”고 말했다. “민주당에 끝까지 결단을 요구했는데, 우리가 답을 못 들으면 방법이 없다”는 조 의원에게 사회자가 "그럼 탈당인가"라고 묻자 그는 “네”라고 답했다.
‘원칙과 상식’이 탈당을 결행하면 빅텐트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그간 현역 의원이 한 명이던 제3지대에 4명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제3지대 측 한 인사는 “어떤 신당이든 현역 의원이 없으면 투표용지 아래쪽에 기호를 받는다는 한계가 명확하다”며 “탈당파 현역 4인방이 제3지대에 합류하면 최소 기호 4번이 보장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선거 기호라는 실리 외에 절박함과 기회라는 측면에서 제3지대의 구심력이 강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합치면 강해지고 쪼개지면 격파된다는 건 제3지대 참여자 모두가 알고 있다”며 “다른 세력과 협력하는 게 한 단계 더 도약할 계기가 된다는 점을 십분 활용하려 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제3지대라는 깃발 아래 모여 있는 조직이 제각각인 점은 만만찮은 숙제다. ▶한국의희망(양향자) ▶새로운선택(금태섭·조성주·류호정) ▶개혁신당(이준석·허은아·천하람·이기인) 등 정당 등록을 마쳤거나 진행 중인 정당만 3곳이고, 당원 모집에 들어간 ‘이낙연 신당’과 정태근·박원석 전 의원이 공동대표를 맡은 ‘당신과 함께’까지 합치면 5개에 달한다. 그간 전례를 비춰봐도 뭉치는 과정에서 주도권 다툼이 벌어지기 일쑤였다.
지지층도 이질적이라 “이낙연 전 대표는 민주당 성향의 중도층과 고연령층이, 이준석 전 대표는 보수 성향의 2030세대가 핵심 지지층인데, 이들이 결합하면 시너지 대신 역효과가 날 수 있다"(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같은 분석이 나온다. 실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의 ARS 여론조사(6~7일)에서 ‘이준석 신당’과 ‘이낙연 신당’ 결합·연대에 대해 응답자의 과반(57.9%)이 반대한다고 답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고)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상민 의원도 중도나 신당을 명분으로 탈당했지만, 결국엔 선수를 더 쌓아 국회의장이 되려고 국민의힘에 들어간 것"이라며 “현실 정치에서 제3지대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오현석·강보현·김정재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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