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의대 학장들 "줄였던 350명만 늘리자" 정부에 공식 제안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전국 의과대학 학장들로 구성된 단체가 내년 증원 적정 규모로 350명 수준을 정부에 공식 제안했다.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줄였던 정원만큼만 다시 늘리는 수준으로 신중하게 접근하자는 취지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9일 ‘의과대학 정원 증원 관련 입장 발표’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이같이 밝혔다. KAMC는 40개 의과대학 및 의학전문대학원으로 구성됐다.
KAMC는 “총 증원 규모는 의학교육의 질 저하를 예방하고 교육현장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라며 “교육자원의 확충과 이에 대한 재정투입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2025학년도 입학정원에 반영할 수 있는 증원 규모는 40개 의과대학에서 2000년 감축했던 350명 수준이 적절하다”라고 밝혔다.
앞서 40개 대학들은 정부의 수요조사에서 최소 2151명에서 최대 2847명까지 증원을 희망했다. KAMC는 이에 대해 “정부와 일부 언론은 수요조사의 단순합산이 증원 규모를 결정하는 듯이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숫자는 참고사항일 뿐 논의의 출발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향후 의료인력의 수급양상과 필수의료 확충의 가시적인 성과를 지켜보며 추가적인 조정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사 정원은 필수의료 위기의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라고도 강조했다. “최근 불거진 필수의료, 지역의료의 위기는 지속적인 저수가정책,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의료전달체계, 기형적으로 확장된 실손보험 체계 등 장기간 축적된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다”라면서다. KAMC는 그럼에도 “40개 의과대학은 정부의 필수의료 확충전략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의과대학 증원 수요조사에 임했고 정부의 요구에 맞추어 최대 수용 가능한 학생 수를 제출한 바 있다”라고 설명했다.
신찬수 KAMC 이사장은 통화에서 “학장들의 모임이다 보니 당초 수요 조사에 써낸 것과 달리 많이 증원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 자가당착일 수 있어 고민했다”면서도 “당장 수천명을 늘리려면 강의실 등 추가적인 투자가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모른다. 내년도에 반영하려면 줄였던 정도가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 선이라고 협회 입장을 정리했다”라고 말했다.
국내 의학 분야 석학으로 구성된 학술단체인 대한의학한림원도 비슷한 입장을 여러 루트로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왕규창 원장은 “필수의료 문제를 의대 정원 증원으로 해결할 건 아니다”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구구조를 간과하기 어렵고 베이비붐 세대가 최빈사망연령(가장 많이 사람이 사망하는 나이)을 지나기 전까진 일시적으로 의료 수요가 꽤 늘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증원한다면 “줄였던 정도(350명)로 충분할 것”이라며 “이런 의견을 지난해 장관과의 만남 등에서 얘기했다”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구체적인 발표 시기에 대해선 “검토할 게 많아 시간 좀 더 걸릴 것”이라는 입장만 밝히고 있다. 복지부 한 관계자는 의학계의 350명 요구에 대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과의 비교, 국내 학자 연구, 여론조사, 대학별 수요 조사 등에서 언급되는 수치와 차이가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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