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탄력받은 SK하이닉스 ‘맞춤 AI 메모리’로 ‘3년 뒤 시총 2배’ 포부 [CES 2024]
SK하이닉스가 D램 반도체의 1분기 감산 완화를 시사했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 부족으로 생산량을 줄여야 했던 지난 2년간의 겨울을 지나 ‘AI 봄바람’을 기대하고 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는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진 글로벌 기자간담회에서“3년 이내에 시가총액 200조원” 목표를 제시했다. 현재 시가총액(약 100조원)의 2배 성장을 3년 안에 이루겠다는 것. 비결로는 ‘인공지능(AI) 메모리’를 꼽았다.
AI 시대, 메모리는 나야 나
SK하이닉스는 CES 2024 개막을 하루 앞둔 이날 간담회에서 회사 미래 비전을 밝혔다. 곽노정 단독대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이자, 12년 만의 SK하이닉스 기자 간담회다.
간담회의 키워드는 AI 다. 곽 대표는 “앞으로는 일반인공지능(AGI)이 스스로 끊임없이 데이터를 생산하며 학습과 진화를 반복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며 “AGI 시대의 핵심은 메모리”라고 말했다. “데이터가 메모리에 저장되고 그 데이터를 통해 AGI가 동작하는 선순환이 일어난다”는 것. 그는 이를 ‘메모리 센트릭(중심) AI 시대’라고 말하며, SK하이닉스가 HBM(고대역폭 메모리), 최고 용량 서버용 메모리인 TSV DIMM, 최고 성능 메모리 DIMM 등을 고객에 제공하며 이를 이끌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객 맞춤형 메모리 플랫폼’ 내놓는다
‘AI 메모리 공급자로서의 SK 하이닉스’를 선언한 곽 대표는 그 구체적 실행 방안으로 고객 맞춤형 메모리 플랫폼 구축을 제시했다. AI 기술과 시스템 반도체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반도체 고객들의 요구가 점차 다변화되고 있는 만큼, 이를 충족하는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얘기다. 고객 고유의 IP(반도체 설계 데이터)나 제조 과정을 접목해 수요에 최적화된 AI 메모리를 내놓겠다는 것. 곽 대표는 “좀 더 AI 특화된 고객 요구를 충족하기 위한 특별한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곽 대표는 “최근 D램 시황 개선 조짐이 보여서 1분기에 감산 해제를 고려해볼 것이고, 낸드는 시황 개선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려 중반기가 지나 시장 상황을 보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회사는 지난 2022년 말부터 메모리 반도체 수요 부족으로 생산량을 줄였다. 회사는 2027년 상반기부터 새로운 팹(반도체 제조라인)을 순차 건설해, 증가하는 메모리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토탈 솔루션’과 ‘고객 소통’ 강조
SK하이닉스는 4세대 HBM인 HBM3를 엔비디아에 공급하며 지난 한 해 실적 개선을 달성했고, 올 상반기부터는 5세대 HBM3E 양산에 나선다. HBM 양산 시기와 기술로 그간 SK하이닉스에 밀린 삼성전자도 ‘맞춤형 HBM D램’ 등을 내세워 역전을 노린다.
그러나 곽노정 대표는 “SK하이닉스가 HBM에 있어서는 확실한 선두는 맞는 것 같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삼성 등 경쟁사 대비 HBM 주도권을 유지하는 비결로 ‘고객 소통’을 꼽았다. 꾸준한 기술 성장은 물론, 고객과 밀접한 협업이 있었기 때문에 HBM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는 것이다. HBM3E 설계 과정에서도 엔비디아와 활발하게 소통했다고 한다.
곽 사장은 미·중 무역갈등 관련 리스크에 대해 “지난해부터 사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적극 활동하고 각국 정부와 밀접하게 소통한 결과, 최근 (미국 정부로부터)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통보를 받았다”며 “이를 통해 중국 사업 리스크는 상당 부분 완화됐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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