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던은 종신계약·우즈는 27년 동행 끝, 나이키 골프 사업 접나
윤승재 2024. 1. 9. 18:04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와의 동행을 27년 만에 끝냈다.
우즈는 9일(한국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나이키와의 후원 계약이 종료됐음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우즈는 “세계적으로 가장 상징적인 브랜드와 함께해서 행운이었다”라고 글을 게재했다.
나이키도 “그동안 회사가 우즈의 일부가 되어 감사하다. 파트너십을 통해 우리는 우즈가 어떻게 골프라는 스포츠를 재정의했고, 모든 스포츠의 장벽을 무너뜨렸는지를 세계와 함께 목격했다"며 헌사했다.
우즈와 나이키의 동행은 1996년 시작됐다. 3년 연속 US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우즈가 프로로 전향했을 때 나이키와 후원 계약을 맺었다. 당시 우즈는 “헬로, 월드”라는 인사말로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나이키는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에 활용하며 우즈를 전면에 내세운 바 있다.
우즈에게 지급하는 나이키의 후원금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5년 4000만 달러(527억원)로 시작한 후원금은 5년 뒤인 2001년 1억 달러(5년)로 불어났다. 2006년엔 8년간 1억6000만 달러의 계약으로 이어졌다. 2013년에는 2억 달러(10년)까지 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즈도 자신의 이름을 딴 ‘TW’ 브랜드를 나이키와 협업해 출시하기도 했다.
우즈 덕분에 골프 사업에 뛰어든 나이키도 크게 번창했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나이키 골프는 우즈와의 첫 계약 2년 만에 10배 규모로 성장해 3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2000년엔 골프공을 제작했고, 2001년엔 골프 클럽을 만들기 시작해 2010년대 초반엔 연 매출 8억 달러 넘게 벌어들였다고 알려졌다.
2023년 10년 계약이 종료된 뒤 나이키와 우즈는 결별했다. 나이키는 2009년 우즈의 ‘불륜 스캔들’이 터졌을 때도, 2021년 우즈가 교통사고로 1년 이상 경기에 제대로 출전하지 못했을 때도 그와 동행한 파트너였다. 앞서 전 세계랭킹 1위였던 제이슨 데이(호주)와 재계약을 맺지 않은 나이키는 우즈와의 결별을 기점으로 골프 사업에서 손을 떼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미 나이키는 2016년 골프 장비 사업에서 철수했다. 2010년대 중반부터 수익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내린 결정이었다. 지난달 사업 발표회에선 향후 수백 명의 직원을 해고하고 3년 동안 20억 달러의 지출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수익성이 떨어진 골프가 구조조정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아직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와 로리 맥킬로이(북아일랜드) 등 많은 골프 선수가 나이키 의류를 착용하고 있다. 김주형과 넬리 코다(미국)도 지난해 나이키와 새 후원 계약을 맺었다. ‘나이키 골프’에 희망을 거는 목소리도 아직 있다.
하지만 우즈의 상징성을 고려했을 때 재계약 실패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이 은퇴 후에도 나이키와 종신 계약을 맺은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나이키가 골프 사업에 손을 뗄 수 있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영국 매체 BBC는 미국 카네기 멜론 테퍼 경영대학원의 마케팅 및 전략 부교수인 팀 더덴거의 말을 빌려, “조던과 우즈는 나이키의 성장과 동의어나 다름없는 선수들이다. 조던은 20년 동안 경기를 하지 않았는데 여전히 그의 신발을 사지 않나”라면서 “나이키는 지난 5~7년 동안 골프와 힘든 투쟁을 벌였다. 우즈와 나이키의 결별이 브랜드(골프)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한편 우즈는 새 스폰서를 찾고 있다. 그의 에이전트인 마크 스타인버그는 "우즈가 새로운 계약을 준비 중이다. 흥미로운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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