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워홈 정상화 또 '발목'…2016년 시작된 남매갈등 재점화

구본성 전 부회장, 구지은 부회장 고소
아워홈 측 "이사 보수한도 초과 사례 없어"
구 전 부회장 최대주주…갈등 불씨는 여전

2016년부터 경영권을 둘러싸고 이어진 범 LG가 종합식품기업 아워홈의 '남매갈등'이 재점화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이 이번에는 여동생인 구지은 부회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구 부회장 측은 "사실과 다르다"며 즉각 반박했지만 당분간 분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왼쪽)과 구지은 부회장

구본성 전 부회장 "거액 이사 보수로 회사 손해 끼쳐" VS 구지은 부회장 "사실과 달라"

9일 업계에 따르면 아워홈 최대주주인 구 전 부회장은 전날 구지은 부회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구 전 부회장은 "구지은 대표이사와 구명진 사내이사가 2023년 아워홈 주주총회 이사 보수 한도 승인 결의가 위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통해 거액의 이사 보수를 수령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주식회사의 이사 보수는 주주총회 결의로 정해야 하고, 이때 이사인 주주는 특별 이해관계가 있어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구 전 부회장 측은 이를 언급하며 "2023년 주주총회 당시 현장에서 이해관계가 있는 주주는 의결권 행사가 제한된다고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구지은 대표는 이를 묵살하고 의결권 제한 없이 이사 보수한도를 150억원으로 하는 안건을 가결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구 전 부회장이 이사 보수 관련 내용으로 회사로부터 소송을 당한 것은 이사 보수한도를 초과해서 보수를 수령했기 때문”이라며 “현재 경영진은 총 보수한도는 물론, 이사회 규정에서 정한 개별 보수한도 역시 초과한 사례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구 부회장 측은 즉각 반박했다. 아워홈은 9일 입장문을 내고 "창사 이래 이사 전원의 보수한도(총액)를 정하는 결의에 있어 이사인 주주가 특별이해관계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결의해왔다”며 “이는 구 전 부회장 재직 시절에도 동일하게 적용됐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구 전 부회장이 보도자료를 통해 고소 사실을 밝힌 배경에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했다. 아워홈은 "당사에 고소장이 공식 접수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보도자료가 배포됐다"면서 "구 전 부회장의 횡령, 배임 혐의 공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름의 조치로 고소 및 보도자료 배포 등을 진행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아워홈 마곡식품연구센터 외관 전경

2016년 시작된 경영권 분쟁…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

현재 아워홈 최대주주는 구 전 부회장으로 38.6%를 가졌다. 삼녀인 구지은 부회장이 20.67%를 보유했고 장녀인 구미현씨가 19.28%, 차녀인 구명진씨가 19.6%를 가졌다.

아워홈의 남매갈등은 8년 전인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구 부회장은 사남매 중 유일하게 아워홈에서 경영수업을 받았다. 하지만 구 전 부회장이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2016년 구 부회장을 제치고 경영에 참여하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2017년 장년 구미현씨가 오빠의 손을 들어주면서 구 부회장은 돈까스 전문점 '사보텐' 등을 운영하는 자회사 캘리스코 대표로 밀려났다.

2019년에는 구 전 부회장의 아들 구재모씨의 아워홈 사내이사 선임 건으로 갈등을 빚었다. 당시 아워홈은 캘리스코 식자재 납품을 중단하며 구지은 대표를 압박했고, 캘리스코는 거래처를 경쟁사 신세계푸드로 변경하기도 했다.

구 전 부회장의 승리로 기울던 경영권 분쟁은 2020년 반전을 맞았다. 구 전 부회장이 보복운전 혐의로 물의를 일으키면서다. 2021년 구 전 부회장이 1심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받자 6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세 자매가 총 60%의 지분을 앞세워 오빠의 대표이사직 해임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구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았다.

당시 구 전 부회장은 지분을 팔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했지만 별다른 움직임은 없다. 오히려 2022년에는 이사 및 감사의 해임과 선임을 안건으로 하는 임시 주주총회를 열며 구 부회장 축출에 나섰다. 결과는 실패였다.

업계 관계자는 "구 부회장 취임 이후 아워홈이 정상화되어 가면서 구 전 부회장 측의 위기감이 커졌을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구 전 부회장은 여전히 40%에 가까운 주식을 보유한 최대주주라 언제든지 남매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