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비밀병기'에 모두 깜짝…"쌍둥이처럼 닮았다" 무슨 일 [CES 2024]

고석현 2024. 1. 9.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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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각각 프레스콘퍼런스를 열었다. 삼성전자의 인공지능(AI) 컴패니언 '볼리'(왼쪽)와 '스마트홈 AI 에이전트'. 라스베이거스=고석현 기자

삼성전자·LG전자가 세계 최대의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 ‘소비자가전쇼(CES) 2024’에서 공개한 ‘집사 로봇’이 논란이다. ‘우리집 안방까지 인공지능(AI)을 스며들게 하겠다’며 각각 내놓은 제품이지만, 콘셉트와 제품의 기능이 비슷했기 때문. “기업들의 혁신이 말라붙어버린 단적인 예”라는 혹평도 나왔다.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홀(LVCC) LG전자 전시 부스에서 ‘스마트홈 AI 에이전트’의 실물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된 이 로봇은 다리에 달린 바퀴로 집안 곳곳을 돌며 가전을 제어할 수 있고, 토끼귀같은 손잡이를 흔들며 사용자와 소통했다.

상황극에서 AI 에이전트는 집주인에게 “공기가 탁하니 공기청정기를 돌리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고, “좋은 아이디어”라는 반응을 듣자마자 공기청정기를 실행했다. 집주인이 집을 비운 사이 고양이가 화분을 깨뜨리자 AI 에이전트가 사진을 찍어 사고 사실을 ‘이르고’ 로봇 청소기를 작동시켜 수습했다. LG전자는 이 기기를 “가사 해방으로 삶의 가치를 끌어 올릴 ‘만능 가사 생활도우미’”라고 소개했다.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 마련된 'CES 2024' LG전자 부스 사전투어에서 '스마트홈 AI 에이전트'가 시연되고 있다. 연합뉴스


같은 날 오후에 열린 삼성전자의 프레스 콘퍼런스에선 AI 컴패니언(AI 동반자) ‘볼리’가 깜짝 공개됐다. 동그란 공 모양의 볼리는 자율 주행으로 집안을 자유롭게 이동하며 별도의 컨트롤러 없이 음성으로 사용자와 소통했다. 스크린 대신 프로젝터가 탑재돼 벽·천장·바닥 등에 필요한 화면을 보여준다. 삼성전자는 CES 2020에서 강아지처럼 따라다니며 명령을 수행하는 볼리 콘셉트를 처음 공개한 바 있다.

이날 시연에서 볼리는 “오늘 일정이 뭐지”라고 묻는 말에 “결혼기념일을 잊지 말라”며 인근 꽃집에 전화를 걸어줬다. 또 냉장고의 식자재를 알려주거나, 홈 트레이닝을 돕기도 했다. 사전 제작된 소개 영상에서는 집주인의 지시에 따라 반려동물에게 먹이를 주거나, 반려동물이 심심하지 않도록 TV 화면을 틀어주는 모습도 흘러나왔다.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 마련된 'CES 2024' 삼성전자 부스 사전투어에서 '볼리'가 시연되고 있다. 연합뉴스


일각에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일 년간 갈고닦은 ‘비밀병기’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쌍둥이 같은 제품이 등장해 가전의 혁신이 한계에 이른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두 회사는 이번 CES에서 ‘투명’ 디스플레이를 놓고도 신경전을 펼쳤다. 삼성전자는 마이크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투명 기술을 접목한 차세대 마이크로LED를, LG전자는 세계 최초로 무선 투명 올레드 TV인 ‘LG 시그니처 올레드 T’를 각각 선보이면서다.

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의 가전·IT 박람회 ‘IFA 2023’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모듈형 주택과 일체형 세탁건조기 등 두 회사가 나란히 닮은꼴 제품을 내놓은 것이다.

삼성전자(왼쪽)과 LG전자가 각각 출시한 세탁건조기 신제품. 사진 각사

업계 관계자는 “‘손에 잡히는 AI’를 보여줘야 하는데 실물 기기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아이디어가 겹친 것 같다”며 “시대적으로 원하는 제품이나 생각해 낼 수 있는 아이디어의 범주는 비슷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비밀 프로젝트’를 진행하더라도, 부품 공급망 등에서 아이디어가 새어 나갈 가능성도 있다.

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대기업들은 보통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는데, 상대 기업의 신제품 동향에 따라 뒤질 수 없으니 비슷한 콘셉트의 제품을 출시해 맞불을 놓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전 분야에선 특별한 돌파구가 없는 상황이기에, AIoT(인공지능+사물인터넷)·온디바이스 AI 등을 접목하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며 “두 회사가 공통의 과제를 새로운 서비스로 더 잘 풀어낼지를 경쟁하는 상황인데, 디테일에서 승부가 갈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스베이거스=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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