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속 용어]'루시법' 한국에서도 제정될까?

생후 6개월 미만 강아지·고양이 공장식 번식 금지
한국판 루시법 제정에 13만9000명 지지 서명

'루시법(LUCY's law)'은 2018년 영국에서 제정된 법이다. 생후 6개월 미만의 어린 강아지나 고양이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공장식 번식 행위 등을 금지한 규제법이다.

법의 명칭이 된 '루시(Lucy)'는 영국 사우스웨일스의 개 번식장에서 2013년 구조된 카발리에 킹 찰스 스패니얼종 개의 이름이다. 루시는 번식 농장에서 6년 동안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다 2013년 새로운 가정에 입양됐으나, 뇌전증·관절염 등을 앓다가 2016년 사망했다.

지난 6일 동물권단체들이 루시법 통과 지지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루시의친구들]

이 사건을 계기로 영국의 동물단체 '펍에이드(Pup Aid)'는 공장식 번식의 문제점을 사회에 알리며, 이를 금지하자는 캠페인을 펼쳤다. 이 캠페인에 많은 단체와 시민들이 동참하면서 2018년 루시법이 만들어졌다.

영국에서는 루시법에 따라 펫숍에서는 생후 6개월 미만의 강아지와 고양이는 판매할 수 없다. 또 전문 브리더(사육사)에 의해 번식된 생후 2개월 이상의 동물만, 어미와 함께 있는 상태에서, 직접 대면해야만 판매할 수 있도록 해 제3자 거래를 전면 금지했다.

국내에서는 농림축산식품부가 2008년 동물생산업 등록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2012년 신고제로 완화됐다가, 2017년 동물보호법 개정으로 '허가제'로 다시 바꾸었다.

동물권 행동 '카라' 등 동물권 단체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는 허가받은 번식장만 2177개가 있다. 이들은 "번식과 판매를 일원화하지 않고, 펫숍 영업을 분리 허용하면서 공장식 번식을 하는 참상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한국판 루시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국제 강아지의 날인 지난해 3월2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국동물보호연합 관계자 등이 양평 개 1000여마리 아사 사건의 책임자를 규탄하며 강아지 공장 폐쇄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반려동물 번식장에서 동물 학대 사건이 지속 발생하자 국내에서도 '한국판 루시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여론이 점점 확산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관련법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동물의 경매와 투기를 목적으로 하는 거래 금지, 월령 6개월 미만의 강아지·고양이 판매 및 제3자 거래 제한, 월령 6개월 이상인 동물 100마리 초과 사육 금지, 반려동물 생산업자·판매업자 관리 강화 등 내용이 담긴 동물보호법 개정법안을 발의했다.

또 윤미향 무소속 의원은 지난달 생후 6개월 미만의 강아지·고양이 어미와 분리 금지, 생후 6개월 미만 강아지·고양이 판매 및 제3자 거래 제한, 30마리당 1명의 사육·관리 인력 확보 등을 담은 동물보호법 개정법안을 제출했다. 현재 동물권 단체들은 13만9000여명으로부터 한국판 루시법 제정을 위한 '루시 프로젝트'를 지지한다는 서명을 받았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