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재킷 정의선 "갈 길 멀다"…현대차가 먹거리로 찍은 SDV·수소 [CES 2024]
음식물 쓰레기를 이용해 생산한 수소로 달리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다양한 기능을 구현하며 스마트폰처럼 업데이트할 수 있는 자동차. 단순 이동수단을 넘어 생활 전반을 바꾸는 플랫폼이 될 스마트카. 현대차가 그리는 미래 모빌리티의 모습이다.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소비자가전쇼(CES) 2024’ 개막을 하루 앞둔 8일(현지시간), 현대차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글로벌 미디어 데이를 열고 ‘수소’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를 두 축으로 하는 미래 비전을 내놨다.
올해 현대차의 전시 주제는 ‘수소와 소프트웨어로의 대전환 : 이즈 에브리 웨이(Ease every way)’. 수소 에너지 생태계를 구축해 보다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SDV를 기반으로 물류·도시 인프라와 연결해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포부다.
수소 생산부터 저장·운송, 활용까지 꽉 쥔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기존 연료전지 브랜드인 ‘HTWO’를 그룹의 수소 밸류체인 사업 브랜드로 확장한다고 발표했다. 그룹 내 각 계열사의 역량을 모아 수소의 생산부터 저장·운송, 활용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겠다는 얘기다.
핵심은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내뿜는 ‘그레이 수소’가 아닌 전 과정이 친환경적인 ‘그린 수소’를 생산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메가와트(MW)급 양성자 교환막(PEM) 수전해를 수년 내 양산할 계획이다. 또 음식물 쓰레기 등에서 나오는 메탄이나 폐플라스틱을 수소로 전환하는 자원순환형 수소 생산 기술도 개발 중이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어도 시장 수요가 없으면 더 성장하기 힘들다. 장재훈 사장이 이날 “연간 수소 소비량을 지난해 1.3만t(톤)에서 2035년까지 약 300만t으로 늘려 최종 사용자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힌 이유다. 내년에는 수소 전기차 ‘넥쏘’의 후속 모델도 출시한다. 장 사장은 행사 이후 간담회에서도 “석유 등 다른 에너지원은 특정 지역에 집중돼 있지만 수소는 ‘기술’만 있으면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정한 에너지”라며 그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핵심은 AI
이번 CES에서 현대차의 최대 화두는 ‘바퀴 달린 스마트폰’이라 불리는 SDV다. 이날 현대차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대전환을 위한 그룹 중장기 전략’을 공개하며 SDV 시장의 리더가 되겠다는 야심을 내비쳤다.
SDV는 스마트폰처럼 차량 소프트웨어를 최신 상태로 수시로 업데이트 할 수 있고, 외부 교통 데이터 등을 활용해 자율주행 기술도 더 쉽게 구현할 수 있는 AI 기술 플랫폼 성격을 띈다. AI 비서, AI 내비게이션 등 AI 서비스도 차량에 탑재할 수 있다.
송창현 현대차 SDV본부장은 “현대차그룹은 자동차를 ‘끊임없이 학습하고 개선되는 AI 머신’으로 규정하고 ‘빅데이터 루프’라는 지속적인 머신러닝 인프라를 SD와 차량 데이터 플랫폼에 통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차량이 소프트웨어와 AI를 통해 발전하면 복잡한 작업을 스스로 처리하는 것은 물론, 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져 이전에 없던 상당한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9년 이후 5년 만에 CES에 참가한 기아는 미래 먹거리로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를 콕 집었다. PBV는 ‘주문자 맞춤형 차량’으로, 전용 플랫폼에 주문자가 요구한 모듈을 얹어 제작한다. 가령 배달·택배용 트럭엔 일반 차량보다 짐칸을 넓힌 모듈을 얹어 제조하는 식이다. 레고 블록을 조립하듯 필요한 기능에 따라 PBV를 다양화할 수 있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새로운 도약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PBV를 설정하고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 플랫폼으로의 본격 전환을 준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내년 출시할 중형 PBV인 PV5를 최초로 공개했다.
가죽재킷 정의선 회장 “갈 길이 멀다”
이날 현대차·기아의 미디어 데이 행사장에는 총 1000여명의 국내외 매체 취재진이 몰려 문전성시를 이뤘다. 현대차그룹이 역대 최대 규모로 CES에 전시관을 연 데다, GM·포드·스텔란티스 등 미국 완성차 업체들이 노조 문제 등으로 불참해 현대차로 더 관심이 집중됐다.
정의선 회장은 가죽 재킷에 면바지의 편안한 차림으로 행사장 맨 앞줄에 앉아 발표를 끝까지 지켜봤다. 정 회장이 발표자로 나서진 않았지만 행사가 끝나자마자 몰려든 국내외 기자들의 질문에 간단한 질의응답이 오고갔다.
정 회장은 “수소는 후대를 위해 준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수소 전략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한편, “안전을 위해 IT를 (모빌리티에) 접목했지만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이번 CES에서 최대한 많이 보고 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 현대차 자문역을 맡게 된 성 김 전 주인도네시아 미국 대사도 찾아 정 회장 바로 옆에서 행사를 지켜봤다. 그는 “내가 아직 잘 몰라서 할 수 있는 말이 없다”며 “좋았다”고만 짧게 소감을 밝혔다.
라스베이거스=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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