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 “자구노력 부족하면 SBS 주식 내놓겠다”

강창욱,신재희 2024. 1. 9.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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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긍정 평가… “미이행 시 워크아웃 중단”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이 9일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 본사에서 열린 워크아웃 관련 추가 자구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윤웅 기자


태영그룹이 채권단에 약속한 자구 계획으로도 태영건설의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SBS 주식을 내놓기로 했다. 채권단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자구계획 미이행 시 언제라도 기업재무구조개선(워크아웃)이 중단될 수 있다는 점을 주지시켰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 결정을 이틀 앞둔 9일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사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채권단 여러분의 지원만 바라지 않고 저희가 해야 할 자구 노력을 더욱 충실히 수행하겠다”며 “만약 그래도 부족할 경우 지주회사인 티와이홀딩스와 SBS 주식도 담보로 해서 태영건설을 꼭 살려내겠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기존 자구 계획에 포함된 내용 이외에 다른 계열사 매각이나 담보 제공을 통해 추가 자금을 확보해서 투입할 계획도 갖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을 당장 공개하지는 않았다. 이날 기자회견은 ‘채권단에 약속한 네 가지 자구 계획 중 미이행 지적을 받은 부분을 해소했고 나머지도 잘 이행하겠다’고 강조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윤 회장은 “워크아웃 신청 후 열흘 남짓한 기간 동안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 계획을 성실하게 이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일부 자구 계획(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지원)의 미이행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지만 그 부분은 다시 자금을 마련해 전액 태영건설에 투입했다”고 강조했다.

태영그룹은 당초 계열사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중 1549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기로 했지만 60%에 달하는 890억원을 티와이홀딩스의 연대채무를 갚는 데 쓰고 ‘우회 지원’이라고 주장해왔다.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라”는 채권단과 금융 당국의 압박에도 버티던 태영건설은 대통령실까지 나서서 ‘불성실한 태도’를 지적하자 뒤늦게 890억원을 다시 마련해 태영건설에 투입했다. 이 돈은 주로 협력업체 공사대금 지급에 쓰였다.

윤 회장은 “에코비트 등 주요 계열사 매각 또는 담보 제공 등 나머지 자구 계획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이 자리를 빌려 다시 약속한다”며 “티와이홀딩스 대주주 윤석민 회장과 창업자인 제가 채권단에 확약했다”고 말했다. 태영그룹은 지난달 말 워크아웃 개시를 신청하면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지원 외에 에코비트 매각 추진 및 대금 지원, 블루원 지분 담보 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 담보 제공을 채권단과 합의했다.

최금락 태영그룹 부회장은 “티와이홀딩스, SBS 주식을 담보로 제공한다는 의지를 표명했다는 게 핵심”이라면서도 “우리가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채권단에) 한 네 가지만 철저하게 이행돼도 오는 4월까지 태영건설 유동성 문제가 해소될 거라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고도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SBS, 티와이홀딩스 주식을 담보로 내놓겠다는 창업회장과 대주주의 각오”라며 “필요할 경우 대주주 지분을 모두 걸겠다는 각오”라고 해설했다.

윤석민 회장도 “태영건설을 살리기 위해 필요하다면 티와이홀딩스, SBS 지분도 담보로 제공하겠다”며 “티와이홀딩스 대주주 및 이사회 의장, 태영건설 이사회 의장으로서 창업회장 등과 뜻을 같이해 워크아웃을 성공적으로 마무리짓겠다”고 말했다.

‘SBS 주식 담보 제공’ 의지 표명은 “채권단이 원하면 검토해보겠다”며 거리를 두던 종전보다 한 발 나아간 입장이다. 태영그룹은 지난 3일 채권단 대상 설명회 후 언론 브리핑에서 “SBS 매각은 법적으로 제약이 많다는 점을 채권단에 말씀드렸고 그럼에도 계속 얘기가 나오면 가능한 방법이 없는지 찾아보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최 부회장은 “SBS는 방송기업이라 일반 기업과 달리 매각 등에 법적 규제가 굉장히 많아 실제적으로 어렵다”면서도 “유권해석을 받아 보니 담보 제공 자체는 별문제가 없고, 당국도 그렇게 파악한 걸로 안다”고 설명했다. 매각은 여전히 어렵지만 대신 담보 제공이라는 방법을 찾아 마지막 수단 중 하나로 올려뒀다는 얘기다.

그는 “에코비트만 해도 저희가 가진 담보가액이 1조5000억원 이상”이라며 “실제 시장에서 판매가 이뤄지게 되면 훨씬 더 큰 금액에 매각될 걸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날 새벽 태영그룹은 사모펀드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 측과 만나 에코비트 지분 100%를 즉시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태영그룹 핵심 계열사인 에코비트는 산업·의료 폐기물 처리업체로 티와이홀딩스와 KKR이 지분을 반씩 갖고 있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이날 태영그룹 측 발표와 관련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첫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약속한 자구 계획 중 단 하나라도 지켜지지 않는다면 워크아웃 절차는 중단될 수 있다”며 “실사 과정에서 대규모 추가 부실이 발견될 경우에도 워크아웃 절차가 중단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금융 당국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취지에 맞는 지원을 고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7개 금융지주 회장, 산은 회장, IBK기업은행장과의 ‘신년 금융 현안 간담회’에서 “채무자의 직접 채무뿐 아니라 직·간접 채무 또는 이해관계자에 대한 지원 등도 폭넓게 고려하는 것이 워크아웃의 본래 취지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특히 “워크아웃의 기본 취지에 따른 채권단의 의사결정에 대해선 감독 당국도 비조치의견서 발행 등을 통해 사후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이라며 “감독 당국도 채무자와 채권자의 합의에 기초한 워크아웃 추진을 뒷받침하면서 이해관계가 원활히 조정되도록 필요한 조율을 다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창욱 신재희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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