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도전자들]⑤구획정리 끝나니 동료에서 경쟁자로
비례의원들 같은 당 의원 지역 출마 이어져
편집자주 - 2024년 새해와 함께 22대 총선 정국이 본격 개막했다. 민심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습격당하는 등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돌출하고 있다. 여야는 공천 국면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유권자들은 공천 과정을 지켜보며 쇄신 여부를 판단한다. 정당이 지향하는 ‘방향’과 ‘인물’을 보며 판단한다. 정당이 혁신만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론 퇴행도 있다. 향후 4년간 국민의 대표자들을 뽑는 것인 만큼, 이들을 꼼꼼히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주요 분야·세대별 출마자들을 시리즈로 살펴본다. ①대통령실 ②관료 ③법조계·경찰 ④군 ⑤현역 맞대결
만날 때마다 반갑게 악수하고, 등을 토닥이던 ‘동료’ 가 이제는 '경쟁자'로 바뀌었다. 올해 4월 총선에서 지역구 253석의 좁은 문을 넘기 위한 싸움에 현역 국회의원들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소속 정당이 다른 게 차라리 나을지 모른다. 한솥밥을 먹던 같은 당, 같은 현안을 두고 협력했던 이웃 지역 의원을 경쟁자로 마주하는 지역구가 속출하고 있다. '동료에서 경쟁자가 된' 현역 의원들을 살펴봤다.
◆"선거구가 합쳐진대요"… 이웃에서 경쟁자로 마주하게 된 국회의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획정위)는 지난달 5일 내년 총선 선거구획정안을 제출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이의제기를 거쳐 재획정 가능성이 남아 있어, 획정 안이 확정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치권에는 큰 파장이 일었다. 지난해 1월 인구를 기준으로 ‘하한 13만6600명, 상한 27만3200명’인 선거구 획정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상당수 지역은 경계가 조정되는 등 변동 폭이 소폭이다. 하지만 인구 감소 등으로 지역구가 통합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웃 지역구 의원으로 지역 현안을 함께 풀어가던 동료가 경쟁자로 등장한 것이다.
특히 눈길을 끈 곳은 서울 노원구다. 이 지역은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소속의 고용진 의원(갑), 우원식 의원(을), 김성환 의원(병)이 당선됐다. 선거구 획정을 거치면서 4월 총선에서는 갑, 을 2곳만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현역 의원들이 다른 지역으로 떠나지 않는 이상 현역 대 현역 대결이 불가피하다.
사정은 경기도 부천이나 경기 안산도 다르지 않다. 부천의 경우 민주당 소속 김경협(갑) 설훈(을) 김상희(병) 서영석(정) 의원이 현역이다. 이 지역은 정개특위 논의 결과에 따라 3곳으로 줄어들 수 있다. 다만 민주당에서는 인구 기준으로 봤을 때 서울 강남구 의석을 기존 3석에서 2석으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산도 사정은 비슷하다. 상록 갑(전해철 민주당 의원)과 을(김철민 민주당 의원), 단원 갑(고영인 민주당 의원)과 을(김남국 무소속 의원) 4곳이었는데 이번 선거구 획정을 거치면서 안산 갑·을·병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부산에서는 그동안 남구가 갑(박수영 국민의힘 의원)과 을(박재호 민주당 의원)이었는데, 획정위는 남구 의석을 1석으로 줄이는 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르면 이곳도 여야 현역 맞대결이 불가피하다.
전북과 전남도 역시 선거구 획정의 칼바람을 피하기 어렵다. 전북 4개 기존 지역구(전북 정읍·고창, 남원·임실·순창, 김제·부안, 완주·진안·무주·장수)와 전남 4개 기존 지역구(전남 목포, 나주·화순, 해남·완도·진도, 영암·무안·신안)가 인구 감소 등 영향으로 각각 3개 지역구로 조정될 위기에 처했다. 행정구역 단위로 합하는 안 등을 획정위가 제시했고, 정개특위 추가 논의가 점쳐지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기존 의원 간 맞대결은 피할 수 없다.
◆"한번 겨뤄봅시다"…여야 맞대결 예상되는 지역
여야 현역의원들의 맞대결 성사 여부도 관심사다. 주로 비례대표로 입성한 의원들이 지역구를 찾지 못해 험지 도전하는 사례가 다수 있지만, 다선 의원이 정치적 결단으로 험지에 출마한 사례도 있다. 3선의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총선에서 중구성동구갑에서 당선됐지만, 내년 총선에서는 민주당 험지로 꼽히는 서초을 도전을 선언했다. 현재 이 지역은 재선의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현역인 탓에 현역 대결이 점쳐진다.
이외에도 비례로 국회에 입성한 현역의원들의 험지 출마도 점쳐진다. 서울 강동갑의 경우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진선미 민주당 의원에 도전장을 던졌다. 서울 양천갑에는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출사표를 던져 황희 민주당 의원과 대결이 예상된다. 대전 동구에서는 비례 출신인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이 지역 초선인 장철민 민주당 의원과 맞붙는다. 광주 광산을에서는 이 지역에서 두 차례 지역구 의원을 지낸 뒤 비례로 21대 국회에 입성한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지역구 초선인 민형배 민주당 의원과 맞대결이 성사될지 주목된다. 분구가 예정된 경기 하남에서는 비례 출신의 이용 국민의힘 의원과 현재 하남 지역구 의원인 최종윤 민주당 의원과의 맞대결 가능성이 점쳐진다.
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갑에서는 현역인 허영 민주당 의원에 맞서 노용호 국민의힘 의원이 도전장을 던졌다. 경기 안성에서는 재·보궐선거를 통해 당선된 김학용 국민의힘 의원에 맞서 비례 의원 출신의 최혜영 민주당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다. 경기 용인병에서는 정춘숙 민주당 의원에 맞서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이, 경기 평택갑에는 홍기원 민주당 의원에 맞서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출마를 선언했다.
재·보궐선거를 통해 당선된 강성희 진보당 의원의 지역구인 전북 전주을에는 양정숙 민주당 의원과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의 출마가 점쳐진다.
심상정 (경기도 고양갑)정의당 의원을 제외하고 비례로 국회에 입성한 정의당 소속 의원들은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를 타진하고 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양향자 한국의희망 의원의 지역구인 광주 서을에 도전한다. 이 지역에는 비례의원 출신의 김경만 민주당 의원도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정의당 당적은 유지한 채 새로운 선택에서 활동 중인 류호정 의원은 성남 분당갑에 도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배진교 의원은 인천 남동을, 이은주 의원은 서울 노원병 출마를 준비 중이다. 서울 마포을에서는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이 지역에서 3차례(17대·19대·21대) 당선된 정청래 민주당 의원과 맞설 예정이다.
◆"같은 당이라도 인정사정없다"…같은 당 의원 노리는 비례 의원들
비례로 입성한 의원들 가운데 상당수는 다음 총선에서 같은 당 의원들과의 경쟁을 불사하고 있다. 비례 출신의 김홍걸 민주당 의원은 서울 강서갑(강선우 민주당 의원),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은 대구 달서갑(홍석준 국민의힘 의원),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은 대구동을(강대식 국민의힘 의원), 이동주 민주당 의원은 인천 부평을(홍영표 민주당 의원),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은 경기 광명을(양기대 민주당 의원),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경기 남양주을(김한정 민주당 의원), 김의겸 민주당 의원은 전북 군산(신영대 민주당 의원)에서 뛰고 있다.
정치 1번지로 꼽혔던 종로에서는 국민의힘 현역끼리 경선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크다. 험지 출마를 선언하며 부산을 떠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재·보궐 선거를 통해 당선된 최재형 의원과 일전을 예고했다. 한강벨트로 주목받는 마포갑에서는 노웅래 민주당 의원이 출마를 준비하는 가운데, 국민의힘 소속 이용호·조정훈·최승재 의원이 각각 도전 의사를 밝혀 눈길을 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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