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 최대 위험요인은 美대선…바이든·트럼프 누가 되든 대혼란”

김형구 2024. 1. 9.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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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1월 5일 미국 대선에서 재대결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FP=연합뉴스

올해 세계를 가장 위협하는 요인은 전례 없는 정치 양극화와 혼탁한 분위기 속에 치러지는 미국 대선이라고 글로벌 위기컨설팅 회사 유라시아그룹이 8일(현지시간) 짚었다. 다음 위험요인으로는 위기에 빠진 중동과 분할 위험이 커진 우크라이나가 꼽혔으며, ‘통제되지 않는 인공지능(AI)’이 그 뒤를 이었다.

유라시아그룹은 이날 공개한 ‘2024 톱 리스크’ 보고서에서 “올해 가장 큰 도전은 바로 미국 대선으로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패배한 쪽은 결과를 불법으로 간주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미 대선은 정치적 분열을 심화시켜 150년간 경험하지 못한 수준으로 미국 민주주의를 시험하고 글로벌 무대에서 미국의 신뢰도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당선시 거리시위 격화”


유라시아그룹은 현재 미국의 정치시스템을 두고 “현저하게 분열돼 있으며 정당성과 기능도 약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대선 승패가 어떻게 되건 패배한 쪽이 결과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분열이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그가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당선을 인정하지 않으려 할 것이며 ‘트럼프 2.0(두 번째 재임)’이 미국 민주주의의 종말을 부른다고 확신하는 사람들에 의한 거리 시위가 더욱 격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라시아그룹은 이와 함께 트럼프 재집권시 수천 명의 공무원을 숙청하고 충성파 인사로 대체하는 등 법치를 약화시킬 것이라며 니키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 대표,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 등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주요 내각 멤버들이 모두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반대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 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규모 사기’를 주장하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의를 제기하는 등 정당성을 문제삼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지지자들에게 대선 결과의 정당성을 의심하도록 할 것이고 이 문제는 AI에 의한 허위정보와 소셜미디어의 반향 효과로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두 번째 위험요인 중동 화약고”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 남부에서 지난해 12월 16일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폭발이 일어나면서 초대형 먼지 구름이 치솟고 있다. AP=연합뉴스
올해 두 번째 위험요인으로는 '위기에 처한 중동'이 꼽혔다. 유라시아그룹은 중동 위기와 관련해 “가자지구 전투는 2024년 확대될 분쟁의 첫 단계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확전 위기를 높이는 요인으로는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이 개입할 가능성, 예멘 친이란 반군 후티의 홍해 상선 공격으로 미국과 동맹국이 보다 직접적으로 개입할 가능성 등을 꼽았다. 유라시아그룹은 “가자지구 전쟁 장기화로 미국과 나머지 국가 간 분열이 커지고 미국 내에서도 이스라엘ㆍ팔레스타인 분쟁과 관련된 분열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 번째로는 ‘분할된 우크라이나’가 꼽혔다. 유라시아그룹은 “우크라이나는 올해 사실상 분단될 것”이라며 “러시아는 최소한 크림반도ㆍ도네츠크ㆍ루한스크ㆍ자포리자ㆍ헤르손주에서 점령 중인 영토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가 현실적인 군사전략을 조속히 세우지 않으면 이르면 내년에 전쟁에서 패배할 수 있다”고 봤다.


“통제 안되는 AI, 허위정보 확산 우려”


인공지능(AI)과 기계 학습 과정을 통해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콘셉트의 로봇 휴머노이드. 사진 셔터스톡
네 번째 위험요인에는 ‘통제되지 않는 AI’가 올랐다. 유라시아그룹은 허위정보 확산 우려가 있다며 러시아를 중심으로 생성형 AI가 선거운동에 영향을 미치고 분열을 조장하며 전례 없는 규모의 정치적 혼란을 부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최근 러시아 선동가들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관련된 가짜 이야기를 틱톡, 소셜미디어 X 등에 퍼뜨리고 미 공화당이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 반대 이유로 인용한 사례를 들며 AI 허위정보가 중동ㆍ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분쟁을 악화시키는 데도 사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밖에 ▶러시아ㆍ북한ㆍ이란 등 불량국가의 축 ▶중국의 경제회복 실패 ▶핵심광물 경쟁 ▶인플레이션 충격 ▶엘니뇨로 인한 기상이변 ▶미국의 문화전쟁 등이 올해 10대 위험요인으로 꼽혔다.

유라시아그룹은 매년 1월 초 세계 정치ㆍ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10대 리스크를 예상해 발표해 왔다. 지난해에는 ‘불량배 러시아’가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꼽혔다.


바이든 ‘트럼프 때리기’ 강공 모드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정치 양극화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유력 경쟁 주자인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간 공방이 갈수록 가열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의 한 감리교회 연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해 “패배한 대통령이 이끄는 마가(MAGAㆍ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슬로건) 공화당이 선거를 훔치려고 했고 이제 역사를 훔치려고 한다”고 맹비난했다. 지난 5일 1ㆍ6 의사당 난입 사건 3주년을 맞아 한 연설에서 “민주주의가 이번 투표에 달려 있다”며 공격한 데 이어 ‘트럼프 때리기’ 강도를 계속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이는 민주당에서 바이든을 향해 좀 더 적극적인 대(對)트럼프 투쟁에 나서라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는 이날 공개된 한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우리가 민주주의를 당연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되는데 때때로 당연시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이런 것들 때문에 밤에 잠을 자지 못한다”고 말했다. CNN은 “미셸 오바마 인터뷰는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공격적으로 민주주의 문제를 제기하는 가운데 공개됐다”고 보도했다.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 한 혐의로 10일 워싱턴지방법원에 출석할 예정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형사 기소를 두고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 “비뚤어진 조 바이든과 법무부는 정치적 반대자를 박해하는 데 전적으로 관여했다”고 공격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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